[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한진그룹이 경영승계로 촉발된 남매간 싸움을 끝내는 분위기다. 그동안 불거졌던 논란을 딛고 오너일가가 경영에 복귀하거나, 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자 한진칼 2대주주 KCGI는 유감이라며 입장을 표했다. 이에 질새라 한진그룹도 같은날 입장자료를 배포하며 맞붙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물컵 갑질'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복귀,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한진칼과 정석기업은 한진그룹 내 주요 계열사로 꼽힌다. 정석기업은 부동산 관리 등을 하는 곳으로, 주로 한진그룹 계열사에 건물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 11일 조현민 전무가 한진칼 상무로 복귀한 사실이 알려졌다. (사진=대한항공)

이번 조 전무의 복귀로 그동안 논란을 빚었던 경영승계 다툼은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진그룹은 지난 4월 고(姑) 조양호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후계자를 정하지 않은 탓에 경영권 다툼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그러던 중 조원태 사장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등 공식적인 자리에 참석하며 입지를 다졌다. 일각에서는 조 사장이 대한항공을 비롯한 그룹의 총괄을,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 전무는 각각 칼호텔네트워크와 진에어 등을 맡을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졌다.

여기에는 이명희 전 이사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이사장은 상속 우선 순위로, 고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 5.95%를 상속받았다. 이는 삼남매가 받은 각각 3.96% 보다 높은 수치다. 그동안 이 전 이사장은 삼남매 모두가 경영에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알려졌다.  

이에 관련업계의 관심은 조현아 전 부사장 복귀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 '땅콩회항' 이후 경영에 물러났다가 지난해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직으로 복귀를 노렸지만 결국 무산됐다. 

대한항공측은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복귀에 대해서 "사실무근으로, 한번도 들어본적 없다"고 일축했다.

조 전무의 복귀 소식이 전해지자 KCGI는 유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KCGI는 한진칼 지분 15.8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올해 열린 한진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오너일가가 경영에 손을 떼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KCGI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진그룹의 기업가치를 크게 훼손해 주주와 임직원 등에게 피해를 준 전력이 있는 조 전무가 복귀하는 것은 책임경영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한진칼과 진에어 등이 물컵갑질로 인해 주가가 폭락했는데도, 거액의 보수 및 퇴직금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한진그룹 역시 입장자료를 통해 “KCGI가 주장한 소위 ‘물컵사태’로 인한 주가 하락 주장은 억지”라며 “(조 전무가) 10년 이상 광고,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며 스토리텔링 기법 광고,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해온 바 있다. 검증된 마케팅 전문가로 이를 통한 그룹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주가 하락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전년 중반부터 경기변동, 유가 등 대외요인으로 항공업종 전반적으로 주가 하락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무의 퇴직금과 보수 관련해서는 “주총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승인된 것”이라고 밝혔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지난 11일 조현민 전무가 한진칼 상무로 복귀한 사실이 알려졌다. (사진=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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