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태광그룹에 드리운 먹구름이 걷히질 않고 있다. 오히려 더욱 짙어지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금감원)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이달 내로 내부거래 관련 제재를 내릴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주 태광의 금융계열사인 흥국생명에 중징계안을 담은 조치사전 통지서를 보냈다. 공정위도 조만간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수준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오른 건 '김치성과급'이다. '김치성과급'은 태광이 티시스와 메르벵에서 판매하는 김치와 와인 등을 구매해 임직원들에게 성과급 대신 지급한 것을 말한다. 

지난 2016년 금감원이 대대적인 조사 끝에 흥국생명과 흥국화재가 적극 동참한 사실을 밝혀내며 논란이 일었다. 당시 김치 한 박스가 시중에서 5~10만원 내외인 반면, 티시스의 김치는 보다 고가인 19만원대로 판매됐다.

티시스와 메르벵의 지분 대부분은 태광 이호진 전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다. 즉 티시스와 메르벵의 수익이 좋을 수록 그 수익은 고스란히 오너일가에게 돌아간다는 뜻이다. 이는 사익편취에 해당한다.

지난 17일 참여연대와 태광그룹바로잡기투쟁본부 등은 국회 정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참여연대)
지난달 17일 참여연대와 태광그룹바로잡기투쟁본부 등은 국회 정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참여연대)

2015년 티시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76.6%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 2016년에는 영업이익 458억원을 올렸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2016년 태광을 상대로 계열사 부당지원 사례 조사에 착수했다. 해당 행위가 보험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서다. 보험업법은 '대주주와 정상가격에 비해 현저하게 낮거나 높은 가격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금감원은 오는 27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최종 제재수위를 확정할 계획이다. 아직 징계수위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흥국화재가 유사한 사안으로 기관경고와 과징금 22억8200만원, 과태료 8360만원 처분을 받은 만큼 비슷한 수준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도 같은 혐의로 태광을 정조준하고 있다. 2016년과 2017년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받은 이후로 착수한 조사가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공정위의 태광 제재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전원회의를 열어 해당 혐의에 대해 심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제품 원가에 대한 산정 내용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재심사를 결정한 바 있다.

이같은 결정에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참여연대와 태광그룹 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 민주노총 희망연대 등 7개 단체는 지난달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빠른 수사를 요구했다.

현재 공정위는 사주 일가의 사익편취 규모를 계산할 수 있는 제품 원가산정 재심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만큼 조만간 전원회의를 열어 재심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태광그룹 바로잡기 투쟁본부 이형철 위원장은 "기자회견 직후 공정위로부터 빠르게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공정위 김상조 위원장이 이와 관련된 내용을 약속했다"면서 "빠르면 이번달 내로 전원회의가 잡힐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금감원과 공정위는 "기업에 대한 조사 과정은 알려 줄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했다.

지난해 12월 1차 공판에 참석한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지난해 12월 1차 공판에 참석한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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