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이른바 ‘형제의 난’을 겪고 있는 효성그룹이 또 암초를 만났다. 이번엔 입찰담합과 일감 몰아주기가 문제가 됐다.

앞서 조현준 효성 회장은 지난 2014년 7월 동생인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PG 사장으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한 바 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에서다. 액수는 200억원대. 이를 계기로 '형제의 난'이 시작됐고, 이에 대한 결심 공판이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부장 강성수) 심리로 열렸다. 공교롭게도 같은날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가 효성과 계열사인 진흥기업, 건축자재 납품회사인 칼슨을 입찰담합과 일감 몰아주기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했다.

11일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은 조 회장의 결심 공판에서 "(조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조 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크게 3가지다. 2013년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 지분 가치를 부풀려 환급받는 과정에서 179억원대 손실을 회사에 끼친 점과 2008년 본인 소유 미술품 38점을 효성 아트펀드에 편입시켜 12억원의 손해를 입힌 점이다. 여기에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효성과 효성 인포메이션 시스템(HIS)에 직원 이름을 허위로 올려 급여 총 16억원을 가로챈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해 관련 회사들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줬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GE 유상감자, 자사주 매입 등으로 인한 179억원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당시 상황상 유상감자, 자사주 매입을 단행할 필요가 없었다. 자사주 매입가액도 검찰이 산정한 주당 649원에 비해 11배나 높은 7500원에 거래됐다"고 꼬집었다.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사진=효성그룹)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사진=효성그룹)

검찰은 2012년 GE의 부채비율 116%, 매출채권이 매출의 73%(328억원)에 달하는 점을 근거로 주식가치를 주당 649원으로 산정했다. 검찰 측은 "조 회장은 외국인 투자유치와 상장 등으로 인해 거액의 자금이 필요해 김모 자사주 매입, 유상감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 회장의 세금 부담까지 고려됐다"고 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당시 GE의 주식가치가 649원에 불과하다는 건 검찰측 주장으로, 이같은 주장이 실린 검찰의 수사보고서는 의견일 뿐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당시 유상증자는 주주균등감자로 진행해 모든 주주들에게 지분에 따라 금액을 배정했다. 조 회장은 오히려 적은 금액을 배당받았다"며 "GE 주식가치가 649원에 불과하더라도 주주균등감자인 이상 법리상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트펀드에 미술품 매입 관련해서는 "아트펀드는 한국투자신탁이 자산 운용 회사로, 효성이 투자신탁 운용주체가 될 수 없다. 공소사실 기본전제가 잘못됐다"며 "아트펀드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작품을 미리 구입해둔 것일 뿐 미술품 매입으로 피고인(조 회장)이 이익을 얻거나, 아트펀트가 손해를 보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허위 직원 등재 수법으로 자금을 횡령한 건에 대해서는 "일부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은 맞으나, (계열사의) 부족한 영업비를 메꾸기 위한 조치였다"며 당위성을 내세웠다.

조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가족을 잘 돌보지 못해 이렇게 법정에 서 있게 됐다,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 창업주 조부님의 가르침대로 후회 없는 정도경영을 통해 회사를 키워 가정과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기를 간청드린다"고 말했다. 

3시간이 넘는 공판 과정에서 조 회장은 손톱을 물어뜯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공판이 끝나자 취재진 질문에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법원을 빠져나갔다. 재판부는 검토할 쟁점이 많고 기록이 방대하다는 점을 들어 선고기일을 3개월 뒤인 9월6일로 정했다.

이날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효성과 계열사인 진흥기업, 건축자재 납품회사인 칼슨을 입찰담합 행위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재판부는 입찰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칼슨(당시 헨슨)의 당시 대표이사와 효성 임직원에게 1심과 2심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효성과 진흥의 타일과 조명, 홈네트워크 시스템 입찰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다.  

구체적으로 효성은 2015년 타일 납품업체 선정과정에서 한 업체가 최저가로 응찰하자 더 낮은 가격으로 견적서를 다시 작성해 헨슨을 납품업체로 선정했다. 또한 다른 업체에 헨슨보다 높은 가격을 쓰게 하는 일명 '들러리업체'를 동원하기도 했다. 이는 또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부당공동행위에 해당된다.

참여연대는 신고 배경에 대해 “효성이 유독 헨슨에 대해서만 이례적으로 장기간 낙찰자로 선정하고 있다. 조 회장과 헨슨 사이의 관계를 조사한다면 일감몰아주기 및 재벌총수의 비자금 조성 문제에 대한 진상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은 취재진의 대답에 답변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사진=고정훈)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은 취재진의 대답에 답변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사진=고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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