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현대중공업과 현대제철, 형제기업이 나란히 노동조합(노조)과 마찰을 빚고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합병 이후 회사 물적분할에 나서면서 노조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한 상황이다. 현대제철도 임금협상을 앞두고 5개 지부 노조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노조와의 타협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형제기업 중 진퇴양난에 빠진 곳은 현대중공업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현대중공업 노조 두 곳에 맞서야 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런 노사간 갈등은 대우조선해양을 합병한 이후 11일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당시 현대중공업과 KDB산업은행 측은 “기업 합병으로 인한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양측 노조는 “분명 몇년만 지나면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사측을 향한 불신의 눈초리를 지우지 않고 있다.

노사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건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 때다. 이 주총에서 중공업과 조선쪽을 나누는 물적분할(법인분할)이 예정 돼 있었다. 이에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시 주총 장소인 울산시 동구 한마음회관을 점거하고 나섰다.

그러자 현대중공업 측은 주총 장소를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긴급 변경하면서 양측간 충돌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과 노조측은 폭행을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현대중공업 노조가 사측의 물적 분할을 반대하며 시위에 나섰다. (사진=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지난달 28일 현대중공업 노조가 사측의 물적 분할을 반대하며 시위에 나섰다. (사진=현대중공업 노동조합)

현대중공업 측은 "노조가 사측의 보안요원을 폭행하고 한마음회관을 불법 점거하는 과정에서 기물을 파손했다"며 "당시 기물파손으로 10억원의 피해를 봤다. 노조간부 등 수십 명을 대상으로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할 방침" 이라는 입장이다.

노조 측 역시 강경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노조 인천지부 관계자는 "물적 분할 주총 통과는 재벌 특혜" 라면서 "물적 분할 폐기 전까지 노사단합대회를 거부하겠다. 또 주총장 변경에 대해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주총은 무효다. 법원에 원천 무효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측도 현대중공업이 넘어야할 산이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노조측은 합병을 위한 현장실사를 저지하기 위해 옥포조선소 출입구 6곳을 모두 봉쇄하고 있다. 현장실사 기간이 끝나는 14일까지 현 태세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도 노조와의 갈등이 커질 위험에 처했다. 앞서 현대제철 노조 5개 지회(충남, 포항, 인천, 광전, 충남) 창사 후 처음으로 단일교섭에 나섰기 때문이다. 해당 노조는 공동교섭에 관한 논의 끝에 하나의 교섭체계를 구축하는데 합의했다.

노조 측이 요구하는 내용은 기본급 12만3526원(5.8%) 인상, 성과급 지급(영업이익 15%), 정년 연장 등이 주된 내용이다.

아직은 노조의 요구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현재 현대제철은 국내외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현대제철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27.6% 감소, 2124억원을 기록하며 쪼그라들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당분간 불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이들이 단일교섭에 나서면서 한꺼번에 파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협상이 길어질 경우 자칫 8000여명에 달하는 조합원들 전체가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다.  

현대제철 측은 "합리성 여부를 판단해본 후 결정할 것"이라며 "최대한 노조와 마찰을 빚지 않도록 잘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노조 측은는 "지난 3일 사측에 협상을 위해 대화 테이블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사측이 교섭에 임하지 않았다"며 "오는 19일에 다시 한번 협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매년 임금 협상은 교섭이 미뤄지는 일이 다반사다. 그렇지만 사측이 계속해서 대화를 거부할 경우 강경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현대제철 노사가 제11차 교섭을 벌이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노동조합)
지난해 8월 제11차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사진=현대제철 노동조합)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