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그동안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주세법이 드디어 개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5일 맥주와 탁주에 한해 기존 주세 체계를 바꾸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국산 맥주가 수입 맥주의 강세를 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존 주세법은 출고가의 72%를 세금으로 내는 종가세였다. 주종, 알코올 도수와 상관없이 제품 출고가가 얼만지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이 달라지는 방식이다. 

문제는 출고가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수입산과 국산간 가격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수입 가격을 낮춰 신고하면 세금이 적게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특히 두드러지는 주종이 맥주다. 수입맥주는 4캔에 1만원인 반면, 국산 맥주는 750ml 기준 1캔에 27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복잡한 유통과정 등을 거쳐 외국에서 들여오는 수입맥주가 저렴한 '이상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수입 맥주와 국내 맥주는 출발선에서부터 동등하지 못해 제대로 된 경쟁이 어렵다"며 "4캔에 1만원을 넘어 최근에는 6000원대 맥주까지 등장했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하고 있는 버지미스터, 4캔 가격이 6000원으로 책정됐다. (사진=고정훈)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하고 있는 버지미스터, 4캔 가격이 6000원으로 책정됐다. (사진=고정훈)

이번 주세법 개정안은 술의 양과 알코올 도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바뀐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맥주와 막걸이에 우선 도입되며, 리터당 맥주는 830.3원, 막걸리는 41.7원의 세금이 붙는다.

이번 개정안으로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건 캔맥주다. 캔맥주는 종량세가 도입되면 리터당 세금이 830원 부과된다. 여기에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을 포함하면 총 세금은 1342원이다. 기존 1758원보다 23.6% 줄어든 액수다.

반면 병맥주는 23원, 페트는 39원, 생맥주는 445원의 세부담이 늘어난다. 때문에 가정에서 즐기는 맥주는 가격이 내려가고, 유흥채널에서 마시는 맥주는 가격이 소폭 오를 가능성이 높다.

수제맥주도 현재보다 가격이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수제맥주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투자, 연구 개발 여력이 생겨 다양한 고품질의 수제맥주를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번 개정안으로 한시름 부담을 덜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입맥주와의 경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수입맥주는 4캔에 1만원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세재정연구원 관계자는 "저가 수입맥주는 세금 인상은 피할 수 없지만 반대로 고가 수입맥주는 부담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제품군이 많은 수입맥주를 상대로 국산맥주가 단기간에 점유율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수입맥주는 400가지나 되는데 비해 국산맥주는 10여종에 불과하고, 라거계열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 "매년 국산맥주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은 동일 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면서 "이제 업체들이 맥주의 연구·개발(R&D) 비용을 늘릴 수 있게 되면서 이를 통해 경쟁력이 살아나면 이는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산, 수입맥주 연도별 주세 부담액 및 점유율 (자료=기획재정부)
국산, 수입맥주 연도별 주세 부담액 및 점유율 (자료=기획재정부)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