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희 기자]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서비스 덕분에 기술이 전통산업의 다지털 전환을 이끄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교통, 부동산 등에 이어 가장 보수적인 분야 중 하나로 꼽히는 법률 부문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법률과 기술의 만남이라 할 수 있는 ‘리걸 테크(Legal Tech)’가 시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리걸테크로 불리는 스타트업이 10여개 정도 있으며, 차츰 그 숫자도 늘어나고 분야도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법정문서(대표 양준희, 손란경)도 리걸테크 스타트업이다. 법정문서의 경영을 맡고 있는 손란경 공동대표는 “법정문서는 경제적인 이유나 법적 지식의 부재로 재판에서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사법 취약계층을 위한 리걸 서비스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 설명에 따르면 법정문서는 변호사 없이 진행되는 재판을 돕기 위한 서비스이다. 2017년 기준 한 해 동안 680만건의 재판이 이뤄졌는데, 이 중 70%인 460만 건이 변호사 없이 재판이 진행됐다. 변호사 없이 재판을 받아야만 하는 사법 취약계층을 위해 법정문서 솔루션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법정문서 서비스의 핵심이다. 

법정문서 웹사이트 초기화면
법정문서 웹사이트 초기화면

예를 들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한 사람이 법정에 판결의 근거로 사용되는 문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 양식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을 위해 스스로 문서 작성을 할 수 있도록 문서 샘플양식을 보여주는 것이 법정문서의 역할이다.

특히 개인이 판결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데, 기존 판례 등을 통해 자신의 소송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예측 판례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다. 쉽게 말해 나의 사건과 유사한 사건을 검색하여 판례를 알 수 있고, 필요 문서에 따라 볼 수 있어 변호사 없이도 재판을 보다 더 잘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다. 

손란경 대표는 “법정문서의 서비스 모델은 기업과 개인(B2C)과 기업과 기업(B2B) 모델이 있다”면서 “기업도 직원 복지 서비스의 일환으로 직원들이 법적 분쟁에 휘말렸을 때 법정문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기업 회원 아이디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얼핏 보면 법정문서 서비스의 진입장벽이 낮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현재도 포털이나 일부 서비스 업체에서도 유사하게 법정에 제출하는 문서 등의 양식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정문서 창업자인 양준희 대표는 이 부분에서 차별화를 강조했다.

양 대표는 12년 동안 다양한 법정문서를 작성해 온 전문가다. 법원 출입기자로 일하며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판결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서 법정문서 샘플을 만들어 줬다. 지금도 포털이나 일부 사이트를 통해 찾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딱 맞는 문서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것. 정작 고객이 필요한 딱 맞는 문서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빅데이터를 이용한 리걸 콘텐츠 제공장치, 시스템 및 방법’이라는 특허출원도 했다. 

양준희 대표는 “리걸테크 스타트업 대부분이 변호사 부가 서비스 기업들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취약계층을 위한 법률문서는 비변호사 시장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기존 리걸 콘텐츠 서비스등과는 전혀 다른 차별화가 되고 있다”면서 “사법취약 계층에 대한 서비스는 국내 최초”라고 말했다. 

리걸테크 스타트업 '법정문서'의 양준희(왼쪽), 손란경 공동대표
리걸테크 스타트업 '법정문서'의 양준희(왼쪽), 손란경 공동대표

이런 비전 덕분에 지난해 여러 창업 경진대회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2018 창업선도대학 지원기업으로 선정된 것이 그 계기가 됐다. 공공기관에서 인정받은 것을 계기로 콘텐츠진흥원 등 다양한 곳에서 사회적 가치와 비즈니스 성장 가능성에 대해 검증을 받았다. 

양준희 대표는 “현재 베타 서비스를 준비 중인 법정문서는 올해 8월부터 본격적인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올해 12월에는 예측 판례 서비스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법정문서와 예측 판례서비스를 합친 ‘리걸 콘텐츠 데이터’라는 리걸 빅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양 대표는 법정문서 서비스로 국가나 개인에게 효율성과 편리함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법 취약계층이 재판을 효율적으로 잘 준비하면 2번~3번의 공판과정이 한번으로 끝나게 될 것이고, 이는 국가적인 문제인 공판을 줄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법정문서 서비스는 저렴한 비용으로 스스로 재판에서 기본권을 챙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면서 “생계형 재판, 생활 밀착형 재판이 늘어나는데, 이 부분에 도움을 주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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