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대만의 반도체 회사인 미디어텍이 모바일 AP 강자 ‘퀄컴’의 아성에 도전한다. 미디어텍은 최근 하이엔드급 CPU와 GPU에 5G 모뎀을 결합한 플래그십 ‘5G SoC’를 공개했다. 미디어텍은 최근 몇 년간 중저가 스마트폰용 저가형 AP를 공급하며 전 세계 모바일 AP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을 제치고 2위까지 성장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새로운 5G SoC 발표를 통해 미디어텍이 중저가 모바일 시장에서 플래그십 모바일 시장에서 퀄컴과 정면 대결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5G 시장은 이제 막 문을 열기 시작했기 때문에, 미디어텍이 시장이 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면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 전 세계 모바일 시장에서 5G 모뎀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퀄컴, 화웨이 등이 전부다. 여기에 모바일 AP 시장 2위 기업인 미디어텍이 CPU와 GPU를 결합한 5G SoC 제품을 출시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29일(현지 시간) EE타임즈는 미디어텍 기업영업개발 러스 메스티텍킨 수석부장과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빠르게 따라가지 않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라고 말했다.

이날 미디어텍은 7나노(nm) FinFET 공정으로 구축된, Arm 코어텍스-A77 CPU와 말리-G77 GPU를 통합한 5G SoC와 최대 4.7Gbit/s의 다운로드 속도를 갖춘 통합형 헬리오 M70 5G 모뎀을 출시했다. 멀티 모드 5G SoC는 2G, 3G, 4G도 지원하며, 최신 AI 애플리케이션 지원을 위한 AI 프로세싱 유닛도 포함하고 있다.

미디어텍의 5G SoC
미디어텍의 5G SoC

미디어텍, "5G 설계에 어떤 타협도 없다"

미디어텍은 새로운 5G SoC를 통해 시장 1위인 퀄컴의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이다.

퀄컴은 2018년 기준 매출액 227억 달러(약 27조원)의 약 25%를 R&D에 쓰고 있다. 이를 통해 모바일 AP 시장에서 기술 선도 업체로 자리매김하며, 시장 점유율 크게 높였다. 앞서 퀄컴은 4G로 초기 전환하며, 베이스밴드 시장 점유율을 2010년 40%에서 2014년 66%로 개선했다.

미디어텍은 퀄컴의 전략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5G SoC는 미디어텍이 5G 선점을 위해,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한 결과다. 미디어텍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매년 약 15억 달러(약 1조 8000억 원)를 R&D에 지출했다.

앞서 미디어텍의 미국·유럽 영업경영개발 부사장 핀바르 모이니한은 "5G 조기 투자 결정을 내렸다"며, "(5G SoC 설계에) 어떤 타협도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미디어텍은 4.2 GB/s로 구동되는 헬리오 M70 5G 모뎀을 시연했다. EE타임즈는 “현재까지 가장 빠른 6GHz 5G 모뎀 시연”이라며, “이 회사는 6GHz 이하 주파수를 가장 큰 시장으로 연결하기 위해 먼저 5GHz 이하의 주파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디어텍은 5G부터는 퀄컴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러스 메스티텍킨 부사장은 "5G 모뎀이 (경쟁사보다) 좋거나 더 낫다고 말하고 있다"며, "이는 미디어텍을 대담하게 만들어 코어텍스-A77과 말리-G77과 같은 다른 첨단 기술을 SoC에 통합시켰다. 최고의 모뎀을 가지고 있다면 왜 동급 최고의 칩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라고 강조했다.

퀄컴의 2세대 5G 모뎀 X55(사진=퀄컴)
퀄컴의 2세대 5G 모뎀 X55(사진=퀄컴)

미디어텍과 퀄컴, 5G SoC 장착한 스마트폰 '내년 상반기' 경쟁

전문가들은 미디어텍이 Arm의 최신 CPU와 GPU를 도입했지만, 지금 시점에서 퀄컴보다 낫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상반기 양사의 최신 제품이 탑재된 기기가 시장에 출시해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텍의 5G SoC는 3분기부터 샘플링을 시작할 예정이며, 내년 1분기 스마트폰에 장착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2월 퀄컴은 2세대 5G 모뎀인 스냅드래곤 X55를 공개했다. 퀄컴의 싱글칩 스냅드래곤 5G SoC는 이번 분기에 샘플링을 시작할 예정이며 내년 상반기부터 스마트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가 미디어텍에 유리하며, 퀄컴에는 불리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미국 반도체 수출을 금지했기 때문에 다른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들도 퀄컴이 아닌 삼성전자나 미디어텍 등의 AP를 탑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IT 세트 업체들이 미국 정부의 다음 타깃이 돼 마이크론과 인텔 등으로부터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을 염려해 사전 준비작업을 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레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모바일 AP 시장에서 지난해 퀄컴은 37%의 시장 점유율을 보였다. 2위인 미디어텍의 점유율은 23.2%를 기록했다. 이어 애플과 삼성전자가 13.5%와 11.7%로 각각 3, 4위를 차지했다. 퀄컴과 미디어텍은 순수한 AP 공급업체이며, 애플과 삼성전자의 AP는 자사 스마트폰 물량에 대부분 의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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