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최근 김 모씨는 나이 지긋한 어머니에게 스마트폰을 사드렸다. 평소 아쉬운 소리 한 번 안 하던 분이었지만, "나만 빼고 다들 스마트폰을 쓰더라..."며 넌지시 건넨 말 때문이었다. 그는 '핸드폰은 전화와 문자만 하면 된다고 하시던 어머니까지 그러시는 걸 보니, 세상이 많이 바뀌긴 했구나'하고 생각했다.

#몇 년 전 교직에서 은퇴한 박 모씨는 얼마 전 새로운 재미에 푹 빠졌다. 손주들에게 스마트폰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김씨는 하루 평균 2시간 30분 가량 앱을 사용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앱으로 생활필수품을 주문하고 있다. 

실퍼서퍼(silver surfer), 히어로물에 나오는 등장인물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 끼치는 강력함은 닮아 있다.

실퍼서퍼는 노년층을 뜻하는 실버(silver)와 인터넷 서핑을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서퍼(surfer)의 합성어로, 인터넷은 물론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각종 스마트기기 조작에 능숙한 노년층을 뜻한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스마트폰 사용자가 전 연령층으로 확대되면서 실버 서퍼가 시장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화면이 큰 갤럭시 와이드 시리즈의 인기 또한 5060세대 고객이 주도했다는 것이 통신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8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대 인터넷 이용률은 2008년 48.9%에서 2018년 98.7%로, 60대 인터넷 이용률은 2008년 19%에서 2018년 88.8%로 크게 늘었다. 

모바일뱅킹에서도 중장년층 사용자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12월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행태를 조사한 결과, 50대의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전년 33.5%에서 지난해 51.8%로 18.3%포인트 뛰은 것이다. 

실버서퍼는 모바일 쇼핑에서도 크게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50대 이상의 시니어 고객들이 모바일 기기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이들의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이 '더현대닷컴' 모바일 앱의 연령대별 매출을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의 매출 신장률은 52%로, 20~40대 매출 신장률(15.1%)보다 3배 이상 높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튜브 이용현황에서 50대의 강세가 나타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5060 세대는 더 이상 '폰맹', 'IT 소외계층'에 머물러있지 않다" 며 "경쟁력을 갖춘 5060 세대가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O2O 서비스에서 새로운 소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현대백화점)
(이미지=현대백화점)

실버 서퍼의 비중이 점차 늘면서 O2O 업체들은 5060 세대에  맞춘 각종 지원과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앞서 나온 현대백화점은 '더현대닷컴'의 모바일 앱을 50대 이상 고객에 맞춰 글자 크기를 최대 30% 가량 키우고 이미지 수를 3배 이상 늘리는 등 전면 개편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도 대표적인 예다. 다방 측에 따르면 다방 파트너 공인중개사들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55세 이상 장년층은 전체의 17%로 작년 동기대비 1.2배 증가했다. 이중 특히 55세 이상 64세 미만 남성 공인중개사들이 11%를 차지했다. 이들은 주로 원룸, 투·쓰리룸 일반 상품을 구매했고, 평균 3.5년 가량 다방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년 째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박 모씨는 매일 평균 2~3개의 매물을 다방 앱에 등록하고 있다. 박 씨는 "공인중개사무소가 점차 늘면서 부동산 온라인 플랫폼 광고가 중요한 경쟁력이 됐다"며 "처음엔 컴퓨터를 실행시키는 것에서부터 인터넷을 켜는 것부터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업무의 80%는 온라인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객층의 연령층이 다양해지면서 다방 CS팀 응대 가이드에도 변화가 생겼다. 50대 이상 공인중개사들의 문의가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장년층·고령층 공인중개사들을 위한 별도의 상담 가이드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다방 서비스지원팀은 "50대 이상 공인중개사분들의 상담은 일반 CS 상담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컴퓨터 화면에 나와 있는 파란색 모양의 알파벳을 누르는 것부터 시작해 앱 아이콘 하나하나를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담만으로도 부족함을 느끼는 공인중개사님들께는 영업사원이 직접 현장으로 방문하기도 한다. 다방 세일즈팀은 "새로운 서비스가 생기거나 기존의 기능이 업데이트되면 헷갈려하는 공인중개사분들을 위해 일주일에 3~4번 가량 현장을 방문할 때도 있다"고 밝혔다. 

다방 서비스 화면(이미지=다방)
다방 서비스 화면(이미지=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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