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올해부터 소멸되는 항공사 마일리지를 두고 업계 안팎이 시끄럽다. 항공 마일리지는 항공이나 제휴 카드 등을 이용했을 때에 일종의 포인트가 쌓이는 구조다. 그러나 사용처가 생각보다 많지 않고 제한된 부분이 많다. 최근 항공 마일리지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다.

항공 마일리지가 도입된 초기에는 제한된 기간이 없었다. 다시 말해 한번 쌓인 마일리지는 오랜 기간이 지나더라도 사용이 가능했다. 그러던 마일리지 약관이 바뀐건 2008년이다. 대항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들이 약관을 개정하면서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5~7년 사이를 유효기간으로 설정했다. 이후 2010년 공정위와 협의를 통해 유효기간을 10년으로 늘렸다. 그리고 어느덧 10년이 지나 올해부터 마일리지가 소멸되는 기간이 도래했다.

올해 자동으로 소멸될 곳으로 추정되는 마일리지는 약 8000억원 규모다. 이는 고스란히 항공사의 이익으로 적립된다. 현재 일부 카드사는 고객이 사용한 금액에 따라 카드 포인트처럼 항공 마일리지를 제공하고 있다. 대개 1000원당 1마일리지를 주는 방식이다. 이 마일리지는 카드사가 항공사에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한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사용 변경 내용 (자료=대한항공 홈페이지)
대한항공 마일리지 사용 변경 내용 (자료=대한항공 홈페이지)

이용호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항공 마일리지 충당금은 2016년 2조4017억원, 2017년 2조6136억원으로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다소 주춤하긴 했으나, 대한항공 1조7686억원, 아시아나항공 6688억원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렇다면 항공 마일리지가 사용되지 않고 자동 소멸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업계관계자는 "마일리지 사용처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보통 마일리지를 항공권 구입하는데 가장 많이 사용하려고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항공권을 예매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좌석 승급(업그레이드)도 마찬가지다.

40대 회사원 A씨는 "항공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성수기 때나 좋은 시간대에는 마일리지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마일리지로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먼저 항공권을 산 다음에 휴가 일정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항공권으로 소비되지 못한 마일리지는 다른 곳으로 사용하기에도 애매하다. 마일리지가 항공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교환하게끔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항공 마일리지를 제휴사 포인트로 교환하는 경우 소비자들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이에 이용호 의원은 “소비자들이 마일리지를 항공권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치킨 한 마리 4만8000원, 영화 예매권 한 장엔 2만6000원의 마일리지를 지급해야 한다”며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갑질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시민단체 역시 항공사 마일리지 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항공사의 마일리지 약관 개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한편, 지난 2월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소멸된 마일리지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걸었다. 

공정위도 뒤늦게나마 항공사 마일리지 약관 수정에 나섰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발빠르게 현장조사를 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앞서 지난해 10월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국내 항공사는 마일리지로 항공권 좌석 예약조차 어렵다"며 "마일리지 포인트를 다양한 사용할 수 있도록 업계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공정위는 항공사 마일리지 약관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운 시일 내에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한다면, 그 결과는 올해 말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관계자는 "현재 불거지고 있는 항공 마일리지는 LCC(저가항공사)보다는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집중돼 있다. LCC 대부분이 마일리지 제도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마일리지를 사용하기 어려운 부분은 분명 개선해야할 대상이다. 그러나 마일리지가 현금과 동일한 가치를 가져야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일종의 포인트 개념을 생각할 것인지 아니면 소비자의 재산으로 볼건지 입장이 나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사용 기준표 (자료=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
아시아나항공 좌석 승급 마일리지 사용 기준표 (자료=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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