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게임장애의 질병코드화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도 헌법 침해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5월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WHO 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 장애(gaming disorer)'가 포함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게임 장애는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게임 행위의 패턴'으로 정의된다.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삶의 다른 관심사 및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는 현상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현상 등이 최소 12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정신질환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ICD-11은 2022년 1월부터 발효되며, 우리나라도 통계법에 근거한 KCD라는 분류 체계에 도입 여부를 논의하게 된다. 

28일 오전 10시 한국게임산업협회가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와 함께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임상혁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회장 및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발제를 맡아 WHO 게임질병코드화 도입의 법적정책적 쟁점을 짚었다.

28일 오전 10시 한국게임산업협회가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와 함께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28일 오전 10시 한국게임산업협회가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와 함께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게임 중독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내서만 해도 청소년보호법에 의거한 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가 시행되고 있다. 

또, 일명 '손인춘법'과 '신의진법' 등 인터넷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게임 산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계속 있어왔다. 2013년과 2014년 발의됐던 두 법안은 각각 ▲인터넷 게임 관련 사업자에게 연간 매출액의 100분의 1 이하의 범위에서 인터넷게임중독치유부담금을 부과·징수한다 ▲게임을 4대 중독으로 묶어 정부 차원의 치료 센터를 만드는 것이 골자다. 

특히 신의진법 발의 당시 토론회에서 이해국 가톨릭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는 "중독 물질에서 게임을 빼느니 차라리 마약을 빼는 게 낫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번에는 WHO라는 국제 기구를 통한 법제화 가능성에 관련 업계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임상혁 변호사는 ▲헌법상 문화국가원리와의 조화 가능성 ▲헌법상 개인의 행동 자유와 자기결정권의 침해 가능성 ▲헌법상 명확성 원칙 침해 가능성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침해 가능성 ▲헌법상 경제적 자유(영업의 자유) 침해 가능성 등 5가지 위반 가능성을 제시했다.

먼저 임 변호사는 게임은 현대문화에서 하나의 중요한 중심축으로서, 국가는 소극적으로 국민의 문화를 증진시킬 의무를 부담할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넘어서 국민 문화영역에 정부가 개입하거나 규율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는 점이 우리나라 헌법상 문화국가원리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물론 부득이한 경우에는 객관적인 통계를 밑받침으로 하거나 이를 통한 자율적인 개선을 전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이번 WHO의 의결의 의미는 단순한 통계나 건강 상태를 보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정하고, 이를 넘어 질병으로 진단하거나 증세를 획정하기 위한 것으로의 사용은 자제하라는 조언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아울러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void for vagueness rule)은 법률을 제정하고자 할 때에는 그 법률을 통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에 통과된 WHO의 의결을 보면 치료의 대상이 되는 '게임'을 '디지털 게임과 비디오 게임(digital gaming or video game)으로 한정하고 있다. 대상이 되는 게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너무 포괄적이고 불분명하다.

아울러 규제 대상이 되는 행동에서도 '통제력의 손상'을 들고 있다. 개인적인 기질이나 집안의 불화와 같은 환경적인 요소에 의한 게임 과몰입의 경우에도 게임 장애로 규정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선 전영순 게임과몰입힐링센터 팀장(건국대학교 충주병원)도 "게임중독이 게임 자체의 문제로 발생한다고 단순하게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을 보탰다. 

전 팀장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중독 증세를 보이는 고위험군 과 잠재군의 경우 가족 친밀감이 낮다는 것으로 보고된다. 심리적, 사회적인 측면을 다같이 고려해야한다"며 "게임 중독에 있어 치료적인 측면보다는 관리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추후 치료의 대상이 되는 게이머는 전체 게임인구의 1~2% 정도에 불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 게임 인구가 전체 인구의 60%에 달해, 1~2%만 돼도 상당한 수치다. 여기에 '디지털'이나 '게임'의 정의에 대한 사회적, 국가적 합의가 없는 상태서 '중독'이나 '자제력', '지속성' 등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에 따라 규제의 범위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디지털게임과 비디오게임만이 규제대상으로, 온라인 게임이나 특정 국가 국민들만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국내게임사업자와 해외사업자간 차별도 야기될 수 있는 것이다.

임상혁 변호사는 "규제 시도는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법안이 제출될 당시 사회적으로 정당한지, 규제 범위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결국 좌초됐다. 이번 WHO 결정은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님에도 관심이 큰 이유 또한 규제를 하고 싶어하는 쪽에서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인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독논의가 본격적으로 규제 논의로 바뀔 수 있다"며 "게임은 VRAR 등 공동으로 연결된 산업이 많다. 본격적으로 제로베이스에서 논의를 진행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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