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액상형 전자담배 열풍이 다시 재현될까? 미국 시장을 점령한 쥴(JUUL)부터 KT&G의 릴 베이퍼(LIL VAPER)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국내에 속속 선보이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점유율 10%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액상형 전자담배가 어느정도의 반향을 일으킬 지 관심이 쏠린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고열로 니코틴 액상을 가열하면서 나오는 수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이다. 일반 담배와 달리 담배 냄새가 몸에 남지 않으며, 가볍고 휴대가 간편하다. 게다가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정 기간을 두고 기기를 청소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반면, 액상형 전자담배는 기기를 청소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액상형 전자담배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출시 되기 이전인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 담배 대체제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소비자가 직접 액상을 충전해야한다는 점과 한정적인 액상 구입처, 기기 폭발 위험성 등으로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지난 24일 쥴이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사진=쥴랩스코리아)
지난 24일 쥴이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사진=쥴랩스코리아)

최근 출시된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들은 이를 모두 보완한 모습이다. 일단 편의성이 대폭 개선됐다. 쥴과 릴 베이퍼 모두 액상이 담긴 전용 카트리지를 구입해야 사용할 수 있다. 담배 한갑 분량의 카트리지를 모두 사용하고 난 후 편의점에서 다시 사면 바로 흡연이 가능하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타사의 궐련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액상형 전자담배는 서로 카트리지 호환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 릴 베이퍼는 담배 1개비 분량을 사용할 때마다 진동으로 알려주는 ‘퍼프 시그널’ 방식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흡연했는지 알 수 있다. 반면 쥴은 이 기능이 없어 사용자가 스스로 흡연양을 조절해야 한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단점인 흡연 전 대기시간이 대폭 줄어들었다. 기존 궐련형 전자담배는 전원을 누른 후 가열되기까지 약 10초정도를 기다려야만 했다. 쥴과 릴 베이퍼 모두 액상 카트리지가 결합된 상태에서 2초 정도면 흡연이 가능하다. 쥴은 카트리지를 결합한 상태에서 몸체 부분을 건드리면 전원이 켜진다. 릴 베이퍼는 슬라이드를 내리면 진동과 함께 바로 작동한다.

잊을만 하면 발생했던 기기폭발 위험성은 줄어들었다. 두 제품 모두 독자적인 기술을 적용, 사용자 안전에 대해 주의를 기울였다. 쥴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 당시 "약 10년동안의 제품 개발 과정에서 폭발 등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힐 정도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맛'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따른다. 앞서 쥴은 5개 액상을 출시,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혔지만, 액상 안에 니코틴 용액이 1%(0.7ml) 밖에 담겨 있지 않다. 외국의 경우 같은 제품이라도 3ml, 5ml 등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쉬운 부분이다. 흡연을 경험해본 대다수가 일반 담배에 비해 맛이 모자르다는 평가를 내렸다.

릴 베이퍼는 쥴보다는 그나마 목에 걸리는 '타격감'이 있는 편이다. KT&G가 출시한 3종류의 액상 중 일반 담배 맛인 ‘시드 토바’ 보다 멘톨이 첨가된 ‘시드 아이스’가 오히려 일반 담배와 유사한 느낌을 준다. 한번 흡연으로 만족감을 얻기 어렵지만, 그래도 담배 대체제로 사용할 만하다는 느낌이다.

때문에 액상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가 아닌 궐련형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흡연 패턴에 더 알맞을 것으로 보인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가진 장점을 살리면서도 기기 청소 등에 대한 부담을 줄였기 때문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실제로 액상형 전자담배를 출시한 회사들의 목표는 일반 담배가 아닌 궐련형 전자담배 소비자들을 끌어오는 것”이라며 "과거 단점을 개선해 충분히 소비자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 많다"고 밝혔다. 향후 액상형 전자담배에 시장 안착에 대해서는 "아직 궐련형 전자담배보다 흡연자들이 느낄 수 있는 만족도가 적은 건 사실이지만 최근 금연 풍조와 맞닿으면서 새로운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27일 출시한 릴 베이퍼 (사진=KT&G)
27일 출시한 릴 베이퍼 (사진=K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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