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가입자 기준 미국 3·4위 이동통신사인 티(T)모바일과 스프린트가 합병을 추진하는 가운데 미국 법무부가 이를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왔다. 티모바일의 경우 기존 이동통신사와 다른 언캐리어(Un-carrier)전략을 통해 버라이즌과 AT&T 같은 1·2위 업체들로부터 고객을 빼앗아왔다. 법무부 반독점 부서 직원들은 이런 경쟁을 유발하기 위해 합병을 반대하는 기류인 것으로 보인다.

티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이 이뤄질려면 법무부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이 필요하다.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이 양사 합병을 승인하도록 위원회에 권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법무부는 반대하는 방향으로 기운 것이다.

국내의 경우 3년 전, SK텔레콤이 당시 CJ헬로비전(현 CJ헬로)의 인수·합병을 추진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된 적 있다. 현재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사업자인 CJ헬로 인수를 추진하고 있고,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TV인 티브로드와의 합병을 원하고 있다. 모두다 공정위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규제 당국의 승인이 필요한데 미국 법무부의 방침이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미국 법무부가 이동통신 시장의 3·4위 업체인 티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에 반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관계자를 인용해 법무부가 한 달 내에 최종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법무부의 반독점 부서 공무원들은 티모바일이 265억 달러(한화 약 31조6000억원)에 스프린트를 인수하는 방안에 대해 법무부가 반대하도록 권고했다. 법무부 반독점 부서 직원들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일해오던 관리들로 이번 합병에 대해 계속 회의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폰아레나
사진=폰아레나

지난 2월, 민주당 상원의원들 역시 티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을 반대하는 서한에 서명하기도 했다. 이 서한은 리처드 블루멘탈 상원의원과 커스틴 길리번드, 엘리자베스 워런, 코리 부커, 버니 샌더스 등 동료 8명이 보낸 것이다. 이들은 이번 합병으로 시장 집중 현상으로 경쟁이 제한되고 소비자가 부담하는 요금이나 가입비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선불 요금제 가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저가 요금제 사용자들에게는 안 좋은 소식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또한 양사간 합병으로 인해 약 3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되기 때문에 이 합병은 두 회사의 근로자들에게 좋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원의원들은 또한 티모바일과 스프린트 모두 시골 지역에서 기반시설을 구축한 기록이 없기 때문에 새로 합병된 회사는 이 정책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즉, 시골 지역 이용자들이 여전히 무선 서비스에 대한 선택권을 잃게 된다는 얘기다. 2011년, 티모바일은 AT&T 인수를 추진했지만 실패한 적이 있는데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그 거래가 중단됐기 때문에 티모바일이 현재의 AT&T보다 LTE 네트워크의 커버리지가 더 넓다고 해석했다.

티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비율은 1대 0.10256이다. 합병된 회사의 이름은 티모바일이 되고, 현재 티모바일의 CEO인 존 레저가 통합된 회사의 CEO를 맡게 된다. 존 레저의 오른팔 격인 마이크 시버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COO 직을 유지한다. 티모바일의 대주주인 도이치뱅크의 톰 회트게스 회장은 합병된 회사에서도 역할을 맡는다. 스프린트 주식의 8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CEO인 손정의 회장은 이사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티모바일과 스프린트는 지난 2014년에도 합병을 추진한 적 있지만 미국 당국의 승인 문제로 합병이 이뤄지지 않았다. 2017년에도 합병을 추진했지만 합병 후 어느 기업이 최대주주 또는 경영권을 갖느냐는 문제로 합병에 합의하지 못했다.

한편, 크레이그 모펫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미 이동통신 시장에서 버라이즌과 AT&T는 각각 34%의 시장 점유율을, 티모바일은 18%, 스프린트는 12%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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