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저가항공사(LCC) 성장세가 무섭다. 어느덧 취항한 지 10년을 넘기더니, 이제는 어엿한 국적항공사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현재 대형항공사가 연이은 악재를 겪고 있는 것과 달리 LCC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LCC의 첫 시작은 제주항공이다. 2006년 제주항공이 운항을 시작한 이래로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등이 뒤를 이었다.

물론 운항 초기에는 지금처럼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제주항공은 첫해 매출액으로 118억원을 기록할 정도였다. 사정은 다른 항공사도 마찬가지였다. 매출은 고사하고 소비자들로부터 “저가항공사 비행기는 타기 불안하다”는 이유 없는 억측에 시달렸다.

이런 저가항공사가 본격적인 수익을 내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다. 저가항공사 중 진에어 등 소수 항공사만이 흑자를 냈다. 고무적인 사실은 흑자를 내지 못했던 항공사도 전년 대비 높은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제주항공이 보유한 항공기. 현재 제주항공은 저가항공사 중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이 보유한 항공기. 현재 제주항공은 저가항공사 중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제주항공)

올해는 사정이 더욱 나아졌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저가항공사는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가항공사 중 점유율 1위인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매출액 3913억원, 영업이익 57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1분기보다 약 25% 성장한 수치다. 

티웨이항공은 올 1분기 매출액 2411억원, 영업이익은 37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19.8% 감소했지만 매출액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티웨이항공은 2014년부터 꾸준히 전년 대비 평균 34% 정도의 매출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동안 적자를 기록하던 에어서울은 이번 1분기 영업이익 11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50.1%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가항공사 중 가장 높은 성장세다.

향후 전망도 저가항공사에 웃어주고 있다. 지난 3일 국토교통부는 '황금노선'이라고 불리는 중국행 노선을 저가항공사에도 배분했다. 그동안 대형항공사가 이 노선을 점유하고 있었지만 여객노선 수와 운항횟수 등이 늘어나면서 저가항공사에도 기회가 돌아간 것이다. 각 항공사는 빠르면 3~4개월 안에 노선 운항을 시작하겠다는 각오다.

저가항공사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인식이 좋아진 것도 기대해볼 만 하다.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회사원 A씨는 “여행업 특성상 제주도로 출장 갈 일이 많다. 그때마다 가격 차이 때문에 저가항공사를 이용한다. 대형항공사를 타본 경험도 있지만 1시간 남짓한 비행시간 동안 다른 차이점을 많이 느끼지 못했다” 고 말했다.

이에 한 업계관계자는 “과거에는 저가항공사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진 고객들이 많았다”며 “현재는 무사고 운항 등을 통해 저가항공사를 믿는 탑승객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저가항공사가 가진 분명한 한계도 있다. 현재 저가항공사들의 노선은 해외 중단거리 노선에만 집중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보유한 항공기는 대부분 5시간 안팎의 거리만 운항이 가능하다. 미주 등 비행 시간이 긴 노선을 운항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는 추후 저가항공사 성장에 걸림돌이 될수도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장거리 노선을 위한 새로운 기종을 들여올 경우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중단거리와 장거리 노선이 가진 장단점은 분명히 있다. 현재는 중단거리로 이익을 보고 있지만, 언젠가는 장거리 노선 운항도 계획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관계자는 “대형항공사와 저가항공사의 차이는 서비스에 있다. 여기에서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저가항공사가 장거리 노선 운항을 시작할 경우 이 차이가 두드러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사진=티웨이항공)
티웨이항공은 올해 1분기에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사진=티웨이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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