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모르긴 몰라도 이미 (마음은) 부산에 있을 것” 

유영민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대한 IT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3월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한 이후,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초 유영민 장관은 이임 이후, 부산으로 돌아가 내년 총선을 대비해 텃밭 다지기에 나설 것이라고 알려진 바 있다. 그 첫 번째 계획이 틀어진 셈. 

‘5G 장관’ 유영민,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

지난 4월 3일, 정부는 이틀 뒤인 5일 예정됐던 5G 상용화 일정을 급히 앞당겨 전격 시행했다. 미국 버라이즌이 11일로 계획한 5G 상용화를 우리 시점 보다 하루 전인 4월 4일(현지시간)에 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 정부의 5G 개통 발표 시간이 23시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알 수 있다. 

유영민 장관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해 지지부진하던  SKT,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의 협력을 끌어낸 바 있다. 

당시 유영민 장관은 “퍼스트 무버가 시장을 선점하고 만든다”며, “2등은 의미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2등 무용론’의 관점에서 5G 상용화는 다수표를 받은 당선인만 존재하는 선거와 닮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7월에 부산 지역 해운대갑 지역위원장으로 유영민 장관을 임명해 공들이고 있었다. 해당 지역은 20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인재영입 11호’의 유 장관을 전략공천했지만, 하태경 후보에게 밀려 낙선한 곳이라 더욱 신경 쓰이는 곳.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정부의 5G 플러스 전략을 브리핑하고 있다
지난 4월 8일,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5G 상용화 후 정부의 5G 플러스 전략을 브리핑하고 있다

21대 총선 내부 경쟁 시작, 프리시즌은 열렸는데... 

점점 총선을 향한 내부 경쟁도 심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유영민 장관의 마음을 조급케 하는 이유다.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양정철 신인 민주연구원장이 여의도 사무실로 첫 출근했다. 민주연구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로, 내년 총선 전략 로드맵이 짜여질 본부다.

게다가 한병도 전 정무수석,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세를 갖추고 있으며, 현 청와대 행정관 7명도 총선 준비를 위해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의 1기 핵심 참모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종로로 집을 옮기겠다”며, 종로 지역구 출마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종로는 정세균(더불어민주당) 전 국회의장의 지역구다. 물론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총선 프리시즌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정당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지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부산을 거점 삼아 민생 행보에 나서고 있고, 유 장관 입장에서 보면 하루빨리 당 내 이름을 올리고 싶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5G 상용화 후 점점 문제점이 거론될 텐데, 유 장관이 ‘5G 장관’ 타이틀을 가져가려면 떠날 타이밍을 잘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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