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희 기자] 최근 와디즈라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소셜패션’이라는 특이한 프로젝트가 올라왔다. 사회적 소외계층이 그린 그림을 수정(retouch) 해서 디자인한 옷을 판매하는 것이었다. 수익금을 소외계층을 위해 기부하는 형태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목표액의 187% 달성이라는 좋은 성과를 냈다. 

의류 패션에 사회적 가치를 융합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곳은 한양대학교 의류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모예(대표 송하윤)이다. 모예는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사회적 소외계층과 공생해 옷을 만드는 프로세스를 만들고 사업화하고 있다. 송하윤 대표는 “모예라는 이름은 ‘모두가 예술가이다’라는 말의 줄임말”이라며 “모예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삶의 이야기를 옷으로 표현하도록 돕는 소셜패션 브랜드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모예의 의류가 완성되는 프로세스를 보면 우선 예술가라고 칭하는 사회적 취약 계층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을 그린다. 그 그림을 모예의 내부 디자이너들이 수정(retouch)해서 옷을 만들고 판매하게 된다. 옷의 판매를 통해 얻은 영업이익의 67% 가량을 사회적 취약 계층에게 되돌려주는 시스템이다. 사회적 취약 계층이 스스로 그림도 그리고 수익도 거둘 수 있도록 공생하자는 취지가 크다. 

송 대표가 이 사업을 구상하게 된 이유는 2년 전 사회적 소외계층 대상의 교육봉사활동이 계기가 됐다. 봉사 활동 중에 대부분의 소외계층 분들이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의류학과를 다니던 송 대표는 옷을 통해서 이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업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당시 이 취지에 공감했던 의류학과 학생 4명이 함께 시작한 것이 모예이며, 지금은 11명을 넘어섰다.  

모예의 송하윤 대표와 김승현 운영이사
모예의 송하윤 대표와 김승현 운영이사

송 대표는 우선 상품성을 검증해보고 싶었다. ‘소비자가 원할까’라는 궁금증을 검증하자는 것이 크라우드 펀딩의 시작이었다. 스토리가 마음에 들어 투자를 한 지지자도 있지만 ‘제품 자체가 이쁘고 마음에 든다’고 칭찬하는 지지자가 많아 상품성을 검증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송 대표가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하며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제품의 품질이었다. 소셜패션, 사회적 가치 등 좋은 스토리로 눈길을 끌 수는 있지만 결국 품질이 좋지 않으면 호응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앞으로 모든 제품을 내놓으면서 최우선 고려사항은 역시 제품의 품질이다. 

송 대표는 국내 의류시장이 침체기이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모예의 성장 가능성을 전망했다. 첫 번째는 온라인 쇼핑은 꾸준히 증가추세이며, 100% 온라인 유통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모예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 두 번째는 소비자들이 옷을 살 때 디자인과 품질 측면에서 보게 되는데, 모예는 이 점에서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것. 옷 디자인에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부가적인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은 고객이 지불하는 가격보다 더 상위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브랜드와의 가장 차별화는 누군가의 삶의 스토리가 담긴 그림이 디자인 돼 있다는 사실이다.  

송 대표는 소셜패션 브랜드로 모예를 알리면서 최종적으로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다양한 아이템을 대상으로 한다면 모예는 의류 패션에 특화된 형태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수도권 대학의 의류학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연합 동아리 형식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에게 연말에 만들어지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활동하게 만들고 컨설팅을 해주고 지원해줄 예정이다. 

송 대표는 의류학과 전공과 별개로 창업융합학과도 부전공으로 듣고 있을 정도로 창업에 관심이 많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자신의 열정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창업이 맞다는 소신 때문이다. 그는 “창업은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정말로 해결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그것을 위해 열의를 다할 열정이 있는지 검토해보고 창업을 할지 말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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