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간 합병을 두고 노동조합(노조)의 반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매각 본계약 체결식이 열린 지난 3월8일 KDB산업은행(산은), 청와대 등에서 합병 반대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이어 오는 22일에는 서울 계동 현대사옥 앞에서 물적분할 반대 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건물 앞, 이곳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15일 현재로 71일째다. 한쪽에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천막까지 마련했다.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대우조선 노조원들이다. 천막 안에는 노조원 4명 정도가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 실사단이 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현재 서울 사무소에서 사람을 나눠 교대로 실사저지를 위해 감시하고 있다”면서 “서울 사무소뿐만 아니라 옥포조선소에서도 각 문마다 교대조가 순찰을 돌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서울 사무소 앞, 노조원들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고정훈)
대우조선해양 서울 사무소 앞, 노조원들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고정훈)

또 “반대 집회와 실사 저지 등 합병을 반대하는 입장을 알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 우리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과 산은의 대우조선 인수 관련 실사는 총 8주로 예정돼 있다. 해당 실사는 인수자인 현대중공업이 주도적으로 진행한다. 실사에는 대우조선의 선박 제조원가 등 경영에 필요한 중요정보가 담긴 문서의 열람도 포함됐다.

그러나 현재 실사는 대우조선 노조의 강력 반발로 진행이 어려운 상태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6일 대우조선 내로 들어가려다가 노조에 의해 저지 당한 바 있다. 당시 방문 목적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방위사업청 주관으로 특수선 사업 견학을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아직 양측간 충돌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31일 임시 주주총회(주총)를 열고 조선쪽 사업을 문적분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산은과 협상 끝에 발표한 내용대로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해 중공업 부문과 조선 부문 사업을 분할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이 알려진 후 대우조선 노조는 결사 항전을 천명했다. 오는 22일에는 현대중공업 건물 앞에서 물적분할 반대 시위를 열 계획이다. 여기에는 현대중공업 노조도 동참한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오는 16일 2시간 파업을 결의하고, 대우조선 노조와 함께 서울 사무소에서 반대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항간에서는 이번 집회에서 노사간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주체가 현대중공업인 만큼 아무래도 시위가 더 거세지 않겠냐는 것이다. 원하는 조건을 하나도 얻지 못한 노조가 시위 강도를 높힐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한 네티즌(아이디 sfaa***)은 "대우조선은 국민 세금이 들어간 회사다. 무조건 매각 반대를 한다고 다른 방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시위를 멈추게 하려면 올바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반면 다른 네티즌(아이디 행복한**)은 "구조조정이 없다고 했지만,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불안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 모두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서울 사무소 앞, 노조원들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고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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