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각 나라 정부와 스파이 활동금지 합의를 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미 무역 전쟁 여파 등으로 화웨이 장비 사용 배제 등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화웨이가 스파이 활동 금지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미국이 주요 동맹국을 대상으로 화웨이 5G 장비 사용을 배제해달라고 요청하는 가운데, 최근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적 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량화 화웨이 이사회 의장이 이날 런던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어떤 중국의 법률도 중국 기업이 정보를 수집하거나 장비에 백도어를 심도록 요구하지 않는다”며 “화웨이 장비가 스파이 활동 및 백도어를 막기 위한 기준을 충족하도록 약속하는 스파이 활동 금지 합의(no-spy agreements)를 영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와 체결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정부가 사이버 보안 위협을 관리할 수 있는 좋은 메커니즘을 이미 구축했다며 통신 네트워크 구축 과정에서 사이버 보안은 중요한 요소인 것은 맞지만 경제적 요인도 중요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팀 왓킨스 화웨이 서유럽 담당 부회장 역시 이날 BBC 라디오에 출연해 스파이 활동과 관련한 미국의 의혹 제기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왓킨스 부회장은 “미국이 지적하는 것과 같이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협력해야 할 의무는 없다”며 “민감한 고객 데이터나 정보를 중국 정부에 넘기도록 하는 강제적인 법 규정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12년 화웨이 통신장비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사용됐다는 미국 의회의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화웨이의 정보 유출, 안보 위협 문제가 표면화되고 있다. 이후 중국 정부가 자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개인이나 단체를 감시할 수 있는 ‘국가정보법’을 발효(2017년 6월)하면서 세계적으로 정보보안 우려가 더욱 확산되는 상황이다.

MWC 2019 현장에서의 화웨이 전시관
MWC 2019 현장에서의 화웨이 전시관

이 법안에 따르면 중국 정보기관은 정보 수집을 위해 개인 및 단체가 소유한 차량이나 통신 장비, 건축물 등에 도청장치·감시시설을 설치하거나 영장 없이 압수 수색이 가능하다. 즉, 화웨이가 해외 통신기업이나 관공서 등에 납품하는 장비에 백도어(back door)를 숨겨놓고 이를 통해 중국정보기관이 감청하더라도 ‘국가정보법’에 따르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2018년 미국은 동맹국에게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요청했으며 캐나다·호주·뉴질랜드·일본 등 대다수 안보 동맹국(Five Eyes)이 동참하면서 反(반)화웨이 정서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테리사 메이 총리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외무, 내무, 국방, 국제개발 담당 장관 등과 회의한 뒤 화웨이의 5G 액세스 네트워크 참여를 승인하면서 반전이 발생했다. 영국 정부는 조만간 화웨이의 취급 기준 등을 포함한 5G에 관한 최종 방침을 발표할 계획이다.

영국 정부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통신사인 보다폰은 오는 7월 3일 런던과 리버풀 등 7개 도시에서 가장 먼저 5G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보다폰은 화웨이 5G 장비를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이동통신사 보다폰은 화웨이를 금지할 경우 수백만 파운드의 비용이 더 들어가고, 5G 출시 자체가 늦어질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니킬 바트라 글로벌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수석 통신연구책임자는 CNBC에 “3개 벤더(화웨이·노키아·에릭슨)에서 2개 공급자 체제로 간다면 경쟁은 줄어들고 가격은 오를 것”이라며 “미국 통신업체들은 화웨이 배제로 인해 5G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사정이 어려운 유럽의 경우 보다 저렴한 거래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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