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은 국내 산업을 떠받치는 기둥이자 뿌리다. 그러나 이런 위상에도 불구하고 다른 업종에 비해 관심을 덜 받는다. 왜 그럴까. 아무래도 철강이 주는 '딱딱하고 어렵다'는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 쉬운 설명이 필요하다. 철강은 영어로 스틸(STEEL)이다. 그런데 영화판에서 스틸(STILL)은 한 장면이란 의미로 쓰인다. 스틸(철강) 업계의 주요 이슈를 하나하나 짚어보며 스틸(영화의 한 장면)처럼 쉽게 보여주고자 한다. 〈편집자 주〉

고정훈 기자.
고정훈 기자.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철강 제품은 사실 일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다양하다. 건축용 철근부터 조선용 후판, 열연강판까지 쓰임새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이중 열연강판은 가전제품에 활용돼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현재 열연강판은 새로운 옷을 입고 변신 중이다.

지난 10일 동국제강의 컬러강판을 제조하는 부산공장을 찾았다. 컬러강판은 동국제강에서 생산하는 제품 중 약 30%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부산공장에서 생산한다.  

동국제강은 1967년 부산 감만동에 국내 최초로 냉간압연 강판 공장을 준공했다. 이후 1986년 컬러강판과 갈바륨강판, 전기아연도금강판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동국제강 부산공장, 다른 제철소도 마찬가지지만 부지가 넓어 공장 내에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직원들을 쉽게 볼 수 있다(사진=동국제강)

갈바륨강판과 아연도금강판은 강판 위에 특수 가공처리된 제품을 말한다. 갈바륨 혹은 아연도금을 했기 때문에 이 제품명으로 불린다. 가공처리 목적은 철의 특성상 일어나는 부식을 막기 위해서다. 강판 위에 씌워지는 갈바륨과 아연 등은 부식을 늦추는 일종의 '막' 역할을 한다.

이 과정 전에 강판이 거쳐야 하는 공정은 표면에 녹을 제거하는 것이다. 연속산세염화 라인에서는 이름처럼 염산 등을 통해 강판에 이물질을 제거한다. 이물질 제거 후에는 다시 세척이 진행된다. 염산이 묻어있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 다음으로 강판을 원하는 두께로 맞추는 작업이 이어진다. 이물질 제거와 두께를 맞춘 후에야 '막'을 강판에 덧씌운다. 700도가 넘는 열처리 과정을 거친 후 제품으로서 재탄생하게 된다. 실제로 이 공정에 다가가보니 뜨거운 공기가 숨 쉴때마다 느껴졌다.

가공 처리가 된 강판은 다른 라인으로 이동, 도색과정을 거치거나 판매된다. 다른 생산 라인에서 도색 과정을 거친 제품을 컬러강판이라고 부른다. 

컬러강판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철강 제품이다. 동국제강 브랜드 럭스틸(Luxteel)에서는 건축 내외장재용 컬러강판을, 앱스틸(Appsteel)에서는 가전용 컬러강판을 생산하고 있다.

부산공장의 특이점은 강판 가공 뿐만 아니라 도색까지 함께 진행한 후 납품한다는 점이다. 기존 가전제품은 부품 조립 후 스프레이 등을 통해 도색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컬러강판은 이미 도색이 완료됐기 때문에 따로 도색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 이날 함께한 동국제강 관계자는 “원하는 크기만큼만 잘라 가공이 가능하다. 생산 공정이 단순화 되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표면 가공처리가 끝난 열연강판, 롤 상태로 다른 공정으로 이동하게 된다(사진=동국제강)

또한 컬러강판은 단순히 색을 입히는 것을 넘어 나무 무늬와 유리가 흩뿌려진 것만 같은 질감까지 표현이 가능하다. 즉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정이 끝난 컬러강판은 언뜻 보기에 철강 제품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현재 컬러강판은 국내 가전제품 업체와 엘리베이터 업체 등에 납품 중이며, 일본이나 인도 등 다른 나라로 수출하고 있다"며 "나라마다 선호하는 색상이나 무늬가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컬러강판에 새로운 방향을 준비하고 있다. 연구 끝에 만들어낸 디지털잉크젯 프린트기술이 실용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잉크젯프린트는 강판 위에 마치 사진을 인화한 것처럼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의 장점은 바로 크기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존 제품들은 크기가 일정 부분 이상 커지면 프린팅하는데 어려웠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현재 잉크젯프린팅 기술을 상용화 하기 위해 해당 설비가 한창 공사 중이다. 올해 안에는 본격적인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잉크젯프린팅 기술로 동국제강이 가지고 있는 컬러강판의 경쟁력이 한층 높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잉크젯프린트 기술로 열연강판에 새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사진=동국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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