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주류업계에 저도주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다수 주류업체들이 기존 제품보다 알코올 도수를 낮춘 제품을 내놨다. 저도주 열풍 중심에는 소주가 있다. 국민 술 중 하나인 소주는 그동안 높은 도수로, 서민의 애환을 책임지는 역할을 담당했다.

때문에 소주시장 점유율 1위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은 1924년 출시(당시 제품명은 진로) 당시만 하더라도 알코올 도수가 35도나 됐다. 이후 참이슬은 6차례에 걸쳐 조금씩 도수가 낮아졌다. 심지어 지난 3월에는 초기 제품보다 18도 낮아진 17도가 됐다. 경쟁제품인 롯데주류의 처음처럼과 무학의 좋은데이도 이미 16.9도까지 낮아졌다.

상황은 다른 주종도 마찬가지다. 장수막걸리에서 최근 내놓은 인생막걸리는 '막걸리=6도'라는 공식을 깨고 1도 낮춘 5도로 출시됐다. 인생막걸리는 4개월만에 100만병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런가하면 '위스키=40도'라는 공식을 깬 저도수 위스키 '골든블루'는 지난해 기준 누적판매 3650만병을 달성하며 인기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서울장수막걸리에서 출시한 '인생막걸리' 출시 4개월만에 400만병을 돌파했다.
서울장수막걸리에서 출시한 '인생막걸리' 출시 4개월만에 400만병을 돌파했다.(사진=서울장수막걸리주식회사)

이런 저도주 열풍 배경에는 달라진 음주 문화가 있다. 최근 주류 문화가 예전과 달리 홈술(집에서 먹는 술), 깔끔한 1차 등으로 대변되는 만큼, 도수가 높은 술보다는 저도주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여성의 주류 소비도 한 몫 거들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여성 음주율은 상승세를 보이다가 2017년에는 월간 음주율 62.1%를 기록했다. 그동안 50% 미만이었던 점을 생각해본다면 가파른 상승세다.

한 업계관계자는 “처음 좋은데이가 16.9도로 출시됐을 때 이게 소주냐는 비판이 많았지만 지금은 많은 업체들이 비슷한 도수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주류시장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 당분간 저도주 열풍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관계자는 “여성 소비자들은 대체적으로 부드러운 술을 선호한다. 전세계적으로 여성 음주율이 높아지고 있는만큼 도수가 낮아지는 건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라며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반대로 이런 저도주 열풍에 불만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다. 도수가 너무 낮아진 나머지 술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목소리를 반영하듯 하이트진로의 소주 판매량은 참이슬 후레쉬(17도)가 70%, 참이슬 오리지널(20.1도)이 30%를 기록하고 있다. 즉 아직까지는 높은 도수의 술을 원하는 소비자도 있다는 의미다.

30대 회사원 이모씨는 “요즘 술집을 가면 일명 '순한 소주'가 너무 많아졌다. 기존 소주를 선택하기가 눈치 보인다. 사실상 선택권이 없는 셈이다”라며 꼬집었다.

한 업계관계자는 "소주와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의 음주 방식이 현저히 다르다. 지금도 소주를 취하기 위해 먹는다고 말하는 소비자가 있을 정도다. 이 사람들이 원하는 도수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도수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현재 여러 요인으로 유행처럼 도수가 떨어지고 있지만, 소주는 적정선을 지킬 것이라고 본다. 좋은데이 출시 이전에 16도까지 내려간 소주가 있었지만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면서 "반면 25도 수준인 프리미엄 소주는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중요한 건 도수가 아니라, 특유의 맛을 살리는 것이다”고 했다.

일품진로 1924, 프리미엄 소주로 도수는 25도에 달한다. 출시 직후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사진=하이트진로)
일품진로 1924, 프리미엄 소주로 도수는 25도에 달한다. 출시 직후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사진=하이트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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