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최근 한국야쿠르트 모회사인 팔도가 생산하는 어린이 차음료 '뽀로로 보리차'에서 이물질이 발견돼 위생 논란이 불거졌다. 이런 가운데 해당 이물질이 곰팡이 종류로 판명났다. 또 이 곰팡이는 제조단계가 아닌 유통과정 가운데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곰팡이 등 식물성 이물이 유통단계에서 형성됐단 판단이 나오면 제조업체는 직접적인 책임에서 벗어난다. 이런 경우 회사의 미온적 대응이 커지고 소비자의 입증 책임이 대두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해 학계는 이물을 혼입시켰을 가능성이 높은 해당 유통단계 담당자에게 보상 책임을 물어야 한단 주장을 내놓고 있다. 유통과정 중 이물이 혼입되는 잦은 상황을 막을 대책으로 유통단계 위생관리기준과 검역 강화, 품질상태 모니터링 기술 도입 등이 거론된다.

9일 제보자 A씨는 디지털투데이에 자신이 접수한 이물의 '불량식품통합신고센터 처리 안내'를 보내왔다. A씨가 지난 3월 26일 팔도의 '뽀로로 보리차' 음료에서 엄지손가락 만한 검은 이물질을 발견, 식품의약안전처 산하 식품안전정보원에 신고를 한 것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식품안전정보원 불량식품통합신고센터는 지난 7일 제보자에게 문자로 "신고한 이물은 곰팡이 종류로 확인됐다"면서 "유통과정 중 외부충격에 의해 실링지가 손상되면서 외부 오염물질이나 공기가 혼입돼 제품 성상이 변질되면서 곰팡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제조사 코웰식품에 철저한 위생과 유통관리에 대한 행정지도를 했다고 밝혔다.

팔도 뽀로로 보리차 음료 속 곰팡이. (제보자 A씨 제공)
팔도 뽀로로 보리차 음료 속 곰팡이. (제보자 A씨 제공)

이같은 상황에 대해 팔도 측은 "현물을 회사 차원에서 접수 받아야 이물질의 규명과 원인 파악에 나설 수 있는데, 사측에서 상황 파악을 위해 상품 회수를 요청했으나 소비자가 이를 원치 않았다"면서 "일단 해당 민원 소식을 접하고 보고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당시 곰팡이 추정 물질을 식약처에 보고했으며 소비자 접촉을 위해 가능한 조치를 양껏 취했다"고 답했다. 

앞서 대형마트에서 해당 음료를 대량 구입한 제보자 A씨는 당시 갓 두돌 된 아기의 생일잔치를 하면서 이 제품을 개봉해 줬다. 그에 따르면 최초 발견 당시 해당 제품의 밑바닥에 검은 물질이 가라앉아 있었고 모습은 흡사 곰팡이처럼 보기 징그러웠다. 아기는 이미 제품의 5분의 1가량을 마신 상태였다. 아기는 그 다음날 밤새 검은색 변을 보았고 이튿날 아침 회복됐다. 

소비자 차원에서의 보관·보존 상의 하자는 없었다고 했다. A씨는 "지난 2월 말 이 음료를 구매한 데다 구매 즉시 냉장보관을 했다"면서 "유통기한도 오는 8월 9일까지였으므로 품질유지기간과 관련한 문제는 없다"며 보관 중 이물 발생 가능성을 일축했다. 여러 차례 나눠 음용해 타액 혼입으로 이물질이 생겼을 가능성도 없다. A씨 주장대로라면 음료는 지난 3월 26일 오후 7시 15분께 처음 개봉됐고 곰팡이를 인지한 때는 그로부터 약 40분이 지난 8시여서다.

이 제품의 제조 단계 조사를 맡은 원주시 보건소 위생과 관계자는 "유통 중인 동일자 생산제품을 수거해 강원도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지만 적합판정을 받아 제조과정 이물 혼입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통 중에 혼입된 것으로 확인했으나 유통과정엔 제조업체에서 도매와 소매로 이동하는 단계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정확히 어느 부분에서 유래됐는지 확답주긴 어렵다"고 했다.

뽀로로 보리차 음료 속 곰팡이가 유통과정 중 외부 오염물질 혼입이 원인이 돼 발생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판매사 팔도와 제조사 코웰식품엔 별도의 제재조치가 취해지지 않게 됐다. 통상 유통 단계의 이물 발생·혼입은 제조업체의 책임으로 보지 않아서다. 또 주로 곰팡이, 실과 같은 식물성 이물은 용기나 포장의 파손이나 뚜껑 안에 외부공기가 유입돼 발생하므로 제조사 생산공정을 탓하기엔 무리가 있단 지적이다.

제보자 A씨가 제공한 문자 내용
불량식품통합신고센터 처리결과 문자 내용. (제보자 A씨 제공)

하지만 식품 속 해당 이물이 유통과정 혼입을 인정받았다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겪지 않아도 될 불편을 겪었단 점은 감안해야 한단 얘기가 나온다. 최근 남양유업 아이꼬야 주스와 서울우유 멸균우유 등에서도 유통과정 중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이물이 나와 소비자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이물 발견의 입증 책임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경우도 잦다. 논란이 일 때마다 제조사와 판매사 측에선 일관되게 "제조 공정상의 하자는 전무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이물을 발견한 소비자 입장에선 기업명과 브랜드를 보고 직접 구매한 곳인 판매처에 책임을 묻는 게 당연하다"면서 "제품 유통 단계 책임자가 소비자에게 사과와 마땅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식품 이물 사고는 확실성이 아닌 추측으로 규명해야 하기 때문에 이물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에서 공식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하 교수의 얘기다.

가능한 한 제조사와 판매사, 소비자가 삼위일체를 이뤄 식품 관련 이물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단 주장도 나왔다. 이민석 고려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블랙컨슈머를 가리기 위해 이물의 입증책임을 소비자에게 묻는 현재의 관행엔 문제가 있으며 해당 기업에 무조건적인 비난을 가하는 것도 올바르지 못하다"면서 "제조사는 생산공정을 보다 위생적으로 점검하고 판매사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간 제품 동선에서 하자가 없도록 해야 하며 소비자도 위생적인 소비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유통과정 중 식품을 변질시킬 수 있는 요인인 온도와 공기, 포장재, 외부 압력 등을 보다 섬세하게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유통 관리체계가 첨단화하는 만큼 식품 유통 중 실시간 품질 상태를 살필 수 있는 기술력 도입도 고려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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