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이마트가 자사 점포에 공격적으로 도입한 무인셀프계산대(무인계산대)의 맹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에겐 장시간 대기와 혼잡한 구매 환경을 강제하고 노동자에겐 업무강도 강화와 고용불안의 위험을 안겨서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 이마트지부는 이같은 고발 사항을 취합해 대통력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인력감축 중단 요청 질의를 보낸 상태다. 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모든 계산원들이 정규직이며 점포 효율화와 소비자 편의를 위해 추진한 무인계산대 확장이 고용불안과 인력감축 갑질로 오인받는 데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현재 국내 총 점포 142곳 가운데 60곳에 무인계산대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이는 이마트보다 1년 먼저 무인계산대를 들여 놓은 롯데마트보다도 눈에 띄게 빠른 도입 속도다. 현재 롯데마트는 125개 점포 가운데 46곳 416대를 운영 중이다. 

민주노총 마트노조 이마트지부가 마구잡이식으로 무인계산대를 늘리고 있다며 이마트에 이같은 확장 행보를 중단하란 입장을 표했다. 마트노조 이마트지부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 앞에서 신세계 이마트의 계산대 편법 운영과 인력감축 관련 문제를 밝히고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곳에서 전수찬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위원장은 "매년 양질의 일자리 1만명 채용을 약속했던 신세계의 정규인력은 지난해 12월 상장 계열사 정규직원 3만76명을 기록해 2017년 6월 대비 2052명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사진=신민경 기자)
(사진=신민경 기자)

이어 전 위원장은 "최근 5년간 이마트 매출은 37% 올랐고 정 부회장 등 비등기임원인 오너일가 3명의 이마트 1년 임금은 97억으로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의 임금은 2017년 대비 4억5000만원 인상됐다"면서 "같은 기간 이마트 정규인력의 60%에 해당하는 비정규직 1만6376명의 기본급은 60만5000원에서 겨우 12만4000원 올랐을 뿐이다"고 했다. 올해에도 기본급 82만1000원으로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의 임금체계를 유지시키면서 해마다 정부 초청 관련업계 회동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언급하는 게 모순됐단 얘기다. 

마트노조 소속 직원들은 이마트의 무인계산대 확대 행보가 이같은 직원 인력 감축과 저임금 체계 형성을 부추긴다고 봤다. 정민정 마트노조 사무처장에 따르면 이마트는 무인계산대를 도입한 일부 지점에 한해 일반계산대를 줄여나갔다. 줄인 일반계산대 또한 추가로 투입 가능한 계산원들이 있음에도 개방하지 않고 소비자 대기를 늘려 반강제적으로 무인계산대를 이용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정 사무처장은 "기존보다 적게 개방되는 계산대의 직원들은 기다리다 지친 소비자들의 원성과 불만까지 응대하며 감정노동에 사달리고 있는 실정이다"고 했다.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마트노조는 이마트가 장기적으로 계획 중인 '계산대 완전무인화' 추진 방향의 일환으로 봤다. 정 사무처장은 "이마트 이용자들이 혼자 계산하는 법을 배우도록 하는 이른바 '소비자 길들이기'를 위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인계산대란 말이 무색하게 계산원들이 무인셀프계산대에 자주 투입된단 주장도 나왔다. 홍현애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성수지회장은 "지점 관리자들이 계산원들에 일명 '삐끼(호객행위)'를 강요하며 소비자들의 무인계산대 이용률을 높이도록 압박한다"면서 "시민들이 상품을 담은 카트를 보여 주면 우리가 대신 계산해주는 형태인데 말만 무인이지 일반 계산대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또 주류 등 연령 확인을 해야 하는 상황에선 반드시 직원이 신분증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무인계산대라고 하더라도 늘 직원이 옆에 상주해야 한다는 게 홍 지회장의 얘기다.

이마트지부는 이마트가 노조의 요구를 무시한 채 무인계산대를 지속 확대하고 편법적으로 운영할 경우 이마트의 불법과 갑질 사례들을 잇따라 폭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노조는 또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이마트 무인계산대 운영이 정부의 4차산업혁명 정책 방향성에 위배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측에 확인한 결과 8일은 외부 일정이 있어 확인이 어렵고 이튿날 확인 예정이란 답변을 받았다.

한편 이마트 측은 점포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자신 있게 추진한 무인계산대가 되레 직원들로부터 원성을 받아 억울하단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무인계산대 옆에 직원들을 둔 목적은 호객행위 강제가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계산과정을 알려주기 위함이다"면서 "무인계산대 도입 이후 감축한 인력이 단 한 명도 없으며, 만일 계산대 배치 이후 인력 재구성이 필요한 경우엔 같은 점포 내 다른 업무로 직원을 재배치해준다"고 했다. 

(사진=신민경 기자)
(사진=신민경 기자)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