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2.0이 창궐하는 시대다. 웹2.0, 모바일2.0, 검색2.0, 엔터프라이즈2.0… 뿐만 아니다. 리더쉽2.0, 마케팅2.0, PR2.0, 미디어2.0, 라이프스타일2.0 등등 모든 영역에서 일단 용어 뒤에다 ‘2.0’이란 토씨만 달면 주목(Attention)을 끄는데 절반은 성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 2.0의 실체가 도대체 뭐냐”라는 질문에는 실망스러운 대답들만 부메랑처럼 돌아올 뿐이다. 아직까지는 다들 머리 속에서 숙성이 덜 되어 있는 탓이다. 이러한 막연함은 결국 2.0이라는 착상의 빈틈을 후벼파게 만든다. 2.0의 화두를 제공했던 웹2.0도 마찬가지다. 이 개념이 나온 지 벌써 3년째 접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웹2.0이 있다, 없다의 소모적 논쟁은 끊이지를 않고 있다.

‘없다’라는 말은 기실 ‘있다’는 것의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웹2.0이라는 신조어에 필이 꽂혀 그 실체를 낱낱이 파헤치려 드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 어차피 이 개념을 제창한 팀 오라일리조차도 명확한 개념정의보다는 화두만 던졌을 뿐이며, 그리고 나서 다른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저런 무임승차를 통해 하나의 개념적 실체를 조각해오고 있는 중이다. 이것 또한 상당히 ‘2.0적’이지 않은가!

마케팅/서비스 모델로서의 ‘웹마케팅2.0’

웹2.0에 대한 개념이 소개된 지 3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어떤 이는 ‘이제 3년째’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벌써 3년째’라고 한다. 이러한 각 개인 간 인식의 차이에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다만, 매출과 수익에 굶주려 있는 웹2.0의 적자들, 즉 자칭 웹2.0 기업을 선언한 상당수 IT업체들에 대해 슬슬 동정심이 발동한다. 마치 목 부풀린 개구리마냥 회원수 늘리기와 언론 플레이의 의존하면서 오로지 투자?매각 만을 기다리는 업체들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견일는지도 모르지만, 사실 웹2.0 비즈니스로 돈 벌었다는 IT업체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구글, 아마존 등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지만, 이들이 웹2.0이란 걸 스스로 인식했던 게 아니라 이들을 기준으로 웹2,0의 개념을 착상해낸 것이다. 지난 수년 간 각종 관련 컨퍼런스를 통해 수많은 비즈니스모델들이 난무해 왔지만, 실상 그 비즈니스모델을 통해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IT업체들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는가?” 설사 숨어있다손 치더라도 그 속을 가만 들여다보면 혹시 “무늬만 웹2.0”인 것은 아닌지?

성공의 잣대를 수익으로만 가늠하려 든다면, 분명 웹2.0의 가치는 모호하기 그지없다. 어떤 미사여구를 들이대더라도 아직은 “그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한 발 비껴나서 만약 이를 마케팅/서비스의 업그레이드로 접근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물론 수익성을 배제해도 된다는 주장은 아니다. 현 시점에서 아무리 용을 써봤자 직접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힘들다면, 정공법은 아니지만 우회적인 수익제고 방안을 모색해보는 것도 또 다른 대안이다.

인터넷에 발을 담그고 있는 기업들 중에는 IT업체보다 일반기업들이 더 많다. 예를 들면 제조업체, 인터넷쇼핑몰, 콘텐츠사업자 등에게 있어 기술은 비즈니스 그 자체가 아니다. 이들 업체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웹2.0적 마케팅/서비스’, 즉 <웹마케팅2.0>을 지향한다.

“기술은 인간을 향해 진화한다”는 대전제를 도외시하지 않는다면, <웹마케팅2.0>이란 바로 웹2.0의 기본철학인 ‘참여, 공유, 개방’을 토대로 개객(개인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향상시키려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개객들은 이제 UCC로 인해 세상이 이전보다 훨씬 즐거워졌고, 롱테일로 인해 희망의 노래를 힘차게 부를 수 있게 되었으며, 매쉬업을 통해 보다 손쉽게 창의적인 작업에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사례] 전 세계인들의 꿈을 심은 가상나무 - 에코토노하

NEC가 ‘지구온난화 방지’를 테마로 추진 중인 에코토노하(ecotonoha.com)라는 공익마케팅 캠페인을 하나 소개하자.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가상나무가 하나 등장한다. 네티즌들은 이 가상나무의 나뭇가지에다 환경보호 관련 메시지를 입력하여 꽃을 피운다. 이런 식으로 응원 메시지들이 100개가 모여 가상나무 한 그루가 완성되면, NEC는 오스트리아 남단에 소재한 캥구루 섬에다 유칼립투스 실제나무 한 그루씩을 실제로 심는다. NEC는 이런 식으로 2022년까지 ‘NEC의 숲(NEC Forest)’을 만들어간다는 원대한 계획을 실천해가고 있다.

에코토노하 캠페인은 1995년부터 시작하여, 2003년부터는 인터넷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방방곡곡의 수많은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요즘은 웹뿐만 아니라 휴대폰을 통해서도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으며, 또한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는 가상나무를 지인?친구에게 e-Card를 통해 보내서 ‘공유’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

필자는 앞에서 ‘웹2.0적’이란 말을 잠시 언급한 적이 있다. 에코토노하의 사례는 <웹마케팅2.0>이 이전의 웹(웹1.0)과의 완전한 단절을 표방하는 것이 아니라, 웹2.0이 지향하는 바에 동조하고 있는 웹1.0 마케팅의 진화도 이애 포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기술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의식이 2.0적으로 변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함을 말해준다. 세상에는 하고싶은 일뿐만 아니라 해야하는 일도 있다. NEC가 펼쳐놓은 멍석에는 이러한 책임 있는 세계관을 기업과 고객이 공유하고자 하는 기업철학이 진하게 배어 있다.

<기고자 프로필>

정재윤

마케팅공화국 대표

써드브레인 대표컨설턴트

헤드헌트코리아 대표, 기획공방 대표 등 역임

경북과학대학, 서울사이버대학 등 출강

인터넷마케팅포럼(IMF) 대표운영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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