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포함한 3G 최소 요금제는 3만원대였고, LTE(4G)의 경우 출시 초기에는 최저 요금제가 4만4000원이었다. LTE의 경우 한달 이후 3만원대로 내려가긴 했다. 5G의 경우 정부의 인가 반려를 거쳐 최소 요금제가 5만원대로 나왔다”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 관계자의 말입니다. 세대별 이통통신 출시 초기 요금제를 기준으로 할 경우(부가세 포함) 데이터 3G 요금제는 3만원대 초반, LTE는 4만4000원, 5G는 5만5000원입니다. 과기정통부 내부에서는 미래에 6G 시대가 올 경우 최저 요금제가 6만원대일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5G 요금제의 경우 최저 요금제가 7만원대로 출시될 뻔했습니다. 정부의 요금 인가제가 없었다면 틀림없이 5만5000원의 5G 요금제는 절대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이번 5G에서 요금 인가제 대상 이동통신 사업자와 정부의 의견차가 심했고, 사상 초유의 인가 반려 사태를 통해 겨우 5만원대 요금제가 출시됐습니다.

이통사들은 5G 네트워크 투자를 이유로 서비스 초기에 높은 요금제를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5G 초기 서비스 품질은 제가 언급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겁니다. 5G 초기 가입자는 비싼 돈을 주고 상대적으로 낮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셈입니다. 정부의 요금 인가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갤럭시S10 5G (사진=삼성전자)
갤럭시S10 5G (사진=삼성전자)

왜 이동통신 세대가 지날수록 약 1만원씩 가격이 오를까요? 물가 인상과 통신 서비스의 사회적 가치 상승이 주된 원인입니다. 그러나 이통사들의 업셀링(Up-selling) 전략도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데이터를 이전 요금제보다 많이 제공해 1GB 당 가격은 내려갔지만, 결국 이용자가 납부하는 실제 요금은 이전보다 비싸진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요금제간 데이터 편차는 5G에서 더 심해졌습니다.

요금 인가 대상 사업자인 SK텔레콤을 예로 들면 5G의 경우 5만원대 요금제는 8GB를 제공하지만 7만원대 요금제는 150GB를 이용할 수 있게 합니다. 고가 요금제에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해 ARPU(가입자당평균매출)를 올리는 전략입니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시장 경제에서 여러 개를 한번에 구입할 경우 낱개로 살 때보다 저렴한 것이 이치적으로 맞지만 가격 차이가 10배를 넘어서면 정상적인 시장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SK텔레콤의 5G 요금제의 경우 5만원대와 7만원대 요금제는 가격이 2만원 차이 밖에 안나지만 데이터 간 가격 차이가 15배가 넘습니다.   

이통사들이 정말 경쟁을 통해 요금을 내리고 싶다면 가격을 올리는 대신 혜택이 늘어났다고 주장하는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지 말고, 심플하게 기존 요금제를 인하하면 됩니다. 만약 인가제 대상인 이통사가 기존 요금제의 가격을 내릴 경우, 바로 신고제로 전환됩니다. 정부 역시 경쟁을 바라고 있다는 뜻입니다. 

얼마 전 KT가 8만원대 5G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먼저 선보이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서둘러 요금제 수정에 나선 바 있습니다. 요금 인가제가 있어도 경쟁이 이뤄진다는 것을 이통사 자신들이 입증한 셈입니다.  

이번 5G 완전 무제한 요금제의 경우 LTE 완전 무제한 보다 가격이 저렴해보이지만 가족간 데이터 공유 기능 등 차별적인 혜택은 제공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가족 전체가 내는 돈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5G 요금제가 더 비쌀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등 실버 세대들은 아직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죠. 요금 인가제가 계속 유지된다면 6G 시대에서는 최소 요금제가 6만원일 수 있지만, 인가제가 없어진다면 아마 최소 요금제가 10만원을 넘길 지도 모를 일입니다. 최소한 5G나 6G 등 요금 시작점에 대해서는 요금 인가제는 필요하고, 요금제 전체에 대해서는 시장 자율성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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