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우리나라가 지난 달 3일,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을 통해 5G 서비스 개통한 가운데, 미국 이동통신산업협회(CTIA)가 보고서를 통해 세계 5G 준비 순위에서 한국이 3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공동 1위는 미국과 중국이다.

중국은 아직 5G를 상용화하지도 않았다. 한국이 이미 5G 상용화를 시작한 상황에서 세계 5G 준비 순위를 평가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CTIA는 올해와 작년의 평가 기준을 바꿨고, 또한 핵심 평가 영역인 5G 주파수 부문에서 우리나라의 주파수 할당 준비 상황을 잘못 파악해 반영했다는 것이 우리나라 정부의 입장이다.

CTIA는 지난 달 전세계 5G 경쟁 보고서(The Global Race To 5G 2019)를 통해 세계 5G 준비 순위에서 미국이 중국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의 경우 미국은 중국과 한국에 이른 3위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 이어 일본이 4위, 영국·이탈리아가 공동 5위였다. 독일과 홍콩이 공동 7위, 호주가 9위를 기록했다.

CTIA가 가장 중요한 평가 영역으로 생각한 것은 바로 5G 주파수 준비 상황이다. 특히 5G 전국망인 저주파수 대역을 중요하게 평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 6월 주파수 경매를 통해 전국망인 3.5㎓ 대역에서 280㎒ 폭을 이통3사에게 할당했다. SK텔레콤이 100㎒ 폭, KT가 100㎒ 폭, LG유플러스가 80㎒ 폭을 확보했다. 핫스팟용인 28㎓ 대역의 경우 이통3사에게 총 2400㎒ 폭이 공급됐는데, 국내 이통사에게 각각 800㎒ 폭이 할당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초기인 현재 이 주파수 폭이 절대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세계 5G 준비 순위에 한국을 미국-중국에 이어 3위로 평가하는 등 미흡한 보고서를 내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나선 국내 이통사의 5G 기지국 설비.
미국이 세계 5G 준비 순위에 한국을 미국-중국에 이어 3위로 평가하는 등 미흡한 보고서를 내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나선 국내 이통사의 5G 기지국 설비.

미국의 경우 지난 2016년 24㎓ 이상 고대역에 더 많은 대역폭 할당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어 2018년 대역별 특성에 따른 맞춤형 주파수 공급계획을 수립했다. FCC(연방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미국의 저주파수 대역은 600㎒, 800㎒, 900㎒, 2.5㎓, 3.5㎓, 3.7㎓~4.2㎓이다. 미국의 고주파수 대역은 24㎓, 28㎓, 37㎓, 39㎓, 47㎓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시험용 주파수를 이통사에게 할당했다. 차이나모바일의 경우 2.6㎓와 4.8㎓, 차이나텔레콤은 3.4㎓~3.5㎓, 차이나유니콤은 3.5㎓~3.6㎓다.

과기정통부 정보통신방송기술정책과 관계자는 “중국은 5G 상용화를 진행하지 못했다. 미국의 경우 주파수 3.5㎓ 대역 등을 아직 클리어(Clear)하게 확보하지 못했다”며 “이에 따라 미국은 LTE 대역 주파수인 600㎒ 대역 등을 5G로 사용하려고 하고 있다. 버라이즌의 5G 서비스 지역은 현재 시카고, 미니애폴리스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내 가입자 1위 이통사인 버라이즌은 올해 안에 애틀란타, 보스턴, 샬럿, 신시내티, 클리블랜드, 콜럼버스, 댈러스, 디모인, 덴버, 디트로이트, 휴스턴, 인디애나폴리스, 캔자스시티, 리틀록, 멤피스, 피닉스, 프로비던스, 샌디에이고, 솔트레이크시티, 워싱턴DC 등으로 5G 서비스를 확장하겠다고 밝힌 적 있다.

CTIA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5G 상용 서비스 거점 수의 경우 연내 국가 전체에 맞먹는 92곳으로 확대해 한국의 약 2배, 영국의 약 5배에 이를 것”이라며 “이런 변화는 정부 당국의 빠른 대응과 리더십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미 지난 1월 제3차 전파진흥기본계획(2019년∼2023년)을 수립·시행한다고 발표하며 트래픽 증가에 대비해 5G 주파수를 최대 2510㎒폭을 확보해 공급한다고 밝혔다. 전파진흥계획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트래픽 증가에 대비해 5G 주파수를 최대 2510㎒폭 확보해 공급한다. 추가로 공급할 주파수 후보 대역은 2.3㎓ 대역의 와이브로 종료 주파수 90㎒폭과 작년 경매 때 제외된 3.4㎓~3.42㎓ 대역 20㎒폭이다. 이 밖에 3.7㎓∼4.2㎓에서 최대 400㎒폭, 24㎓ 이상 대역에서 2㎓폭이 있다. 제4이동통신 용으로 남겨둔 2.5㎓ 대역도 있다.

우리나라가 5G 전국망 네트워크 구축을 진행하고 있는 3.5㎓ 대역보다 2.3㎓나 2.5㎓ 대역이 저주파로 전파의 회절이 더 우수한데 우리나라는 이를 공급할 계획을 분명히 갖고 있다. 정부는 이르면 2021년 상반기, 주파수 경매를 통해 2㎓ 대역 등을 이통3사에게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 관계자는 “보고서를 보면 6㎓ 이하 대역(Sub 6)에 준비 상황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3.5㎓ 대역을 이미 상용화했고  2㎓ 대역을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다. CTIA는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미국은 5G 스마트폰이 출시되지 않았고, 동글(모바일 라우터)을 연결해야 하는 모토로라 모토 Z3를 가지고 상용화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고 발표한 CTIA 보고서는 신뢰도가 낮다”고 설명했다.

미국 CTIA의 글로벌 각국의 5G 준비 현황 순위. 우리나라는 3위를 기록했다 (이미지=미국 CTIA 보고서)
미국 CTIA의 글로벌 각국의 5G 준비 현황 순위. 우리나라는 3위를 기록했다 (이미지=미국 CTIA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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