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2019년 1분기 ICT 업계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공급과잉으로 인한 반도체 제품 재고 상승 등의 이유로 전체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1분기 부진이 예상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는 물론이고, 완제품 중심의 LG전자까지 주요 ICT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감소했거나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부진의 틈바구니 속에서 삼성전기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19년 1분기 삼성전기의 영업이익은 24% 성장했다. 전자 산업의 부진 속에서도 삼성전기의 주력부품인 MLCC(적층형세라믹콘덴서)의 수요가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MLCC는 ‘전자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만큼, 거의 대부분의 첨단 기기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ICT 관련 산업 경기에 민감한 부품이다. 전문가들은 ICT 산업의 부진에도 MLCC의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를 ‘생산 업체’와 ‘생산 시설’의 부족이라고 말한다.

하이엔드급 MLCC 생산, 무라타와 삼성전기가 주도

3일 ICT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MLCC를 생산하는 업체는 국내의 삼성전기와 일본의 무라타, TDK, 타이요유덴 대만의 야교, 난야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무라타와 삼성전기만 최신 전자제품과 전장부품에 들어가는 하이엔드급 MLCC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는 4월 30일 2019년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 1305억 원, 영업이익 1903억 원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7%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5% 감소했고,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 영업이익은 24% 늘어났다.

삼성전기는 “IT제품 수요 둔화로 인한 일부 MLCC 재고 조정의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전기는 1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2017년) 대비 233% 성장한 기록이다.

또한, 삼성전기는 지난해 1분기보다 24% 늘어난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삼성전기의 영업이익은 전년도보다 503% 성장한 수치였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들은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영업이익이 하락했으며, 공기청정기와 진공청소기 등 환경 가전에서 높은 수익을 낸 LG전자도 스마트폰과 TV 시장의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18.7% 하락했다.

MLCC(사진=삼성전기)
MLCC(사진=삼성전기)

2017년부터 MLCC 공급부족, 최근에서야 일부 해소

전문가들은 MLCC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가 삼성전기의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MLCC의 공급부족은 2017년부터 시작돼, 지난해 연말까지 지속됐다. 저가용 MLCC의 경우에는 일부 공급부족이 해소됐으나,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나 전장제품에 사용되는 고급형 MLCC의 공급 부족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지난해 1년동안 MLCC의 공급부족이 일어났으나, 하반기 공급부족이 일부 해결되면서 영업이익이 일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하이엔드급 MLCC는 아직도 수요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무라타는 본 시마네현과 필리핀 MLCC 공장 증설에 500억~1000억 엔(약 5240억~1만 5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무라타의 투자는 모두 전장용으로 쓰일 하이엔드급 MLCC에 대한 투자다. 삼성전기도 지난해 부산공장의 전장용 MLCC 라인을 증설했으며, 2020년까지 전장용 제품 생산 비중을 10%까지 높일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도 하이엔드급 MLCC를 생산하는 기업과 생산라인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한동안은 삼성전기가 MLCC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무라타와 삼성전기의 증설이 완료되고, 또한 다른 플레이어가 투입되기 전까지는 수익성이 높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삼성전기는 지난 1월 “전장, 네트워크 장비용 고신뢰성 MLCC 판매가 확대되었지만, 주요 모바일 거래선의 수요 감소로 IT용 MLCC 공급이 축소됐다”며, “올해는 5G, AI 등 응용제품 확대로 고부가 MLCC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는 전장·산업용 MLCC의 공급 능력을 확대해 매출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MLCC는 최신 전자제품 하나당 적게는 20~30개에서 최신 모바일 제품에는 1000개 이상 들어간다. 또한, 자동차 한 대에는 약 1만 2000개의 MLCC가 필요하기 때문에, ICT업계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의 발전과 함께 고부가가치의 전장용 MLCC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1분기 삼성전기 컴포넌트 사업부 실적(자료=삼성전기)
1분기 삼성전기 컴포넌트 사업부 실적(자료=삼성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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