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2019년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발표는 대다수 전문가의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양사 모두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60% 이상 떨어졌지만, 이미 지난 4월 5일 삼성전자는 지금과 비슷한 수치의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발표된 4월 30일, 시장과 업계의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일부 언론에서 ‘쇼크’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위기감을 부추기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감소하며 반도체 현장에서 부진은 이미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수요처를 찾지 못하는 메모리 반도체가 재고로 쌓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잠정 실적과 1분기 실적 큰 차이 없어

업계 관계자들은 오히려 삼성전자가 4월 5일 발표한 잠정 실적이 ‘어닝쇼크’였다고 말한다. 어닝쇼크는 시장 예상치보다 저조한 기업의 실적 발표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뜻하는데, 4월 30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실적은 잠정 실적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쇼크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매출 52조 3900억 원, 영업이익 6조 23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앞서 발표된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실적 매출 52조 원, 영업이익 6조 2000억 원과 거의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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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분석도 큰 차이가 없다. 지난 3월 NH투자증권 도현우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019년 1분기 영업이익 감소폭이 클 것"이라며, 7조 8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도 “영업이익 6조 7000억 원(전년비-57%)로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보다 더 부진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유종우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6조 8000억 원으로 애초 예상했던 8조4000억원을 18.7% 밑돌 것”이라고 분석했다.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0% 감소했으며,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64% 떨어졌다. SK하이닉스 역시 25일 실적발표를 통해, 영업이익이 69% 떨어졌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더욱 떨어진 것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보다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의 재고 조정 영향으로 수요 약세가 지속되며 메모리 가격도 하락해 반도체 사업 전체 실적은 하락했다”며, SK하이닉스는 “D램은 계절적인 수요 둔화와 서버 고객의 보수적인 구매가 지속되면서” 출하량이 떨어졌고, ”낸드플래시도 높아진 재고 부담과 공급업체 간 경쟁심화”로 평균판매가격이 하락했다고 각각 부진의 이유를 설명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회복 시기가 중요

반도체 업계는 1분기의 예견된 부진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언제 회복되냐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부진의 이유가 다양해,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의 부진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입장이다. 현재의 불황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정상적인 사이클 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수요회복 ▲공급업체의 투자 확대 ▲공장 가동률 증가 ▲경쟁 격화 ▲수요둔화 ▲가동률 감소 ▲경쟁완화에서 다시 ▲수요회복의 사이클로 돌아간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런 사이클은 4~6년의 주기를 가진다”며, 이런 사이클이 반복 되면서 반도체 업체들의 생존이 위협되지만 “(3개 업체 밖에 없는) D램은 더 이상 공급업체들이 줄어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개 밖에 없는 D램을 생산하는 업체로 기업의 생존에 대한 위협은 크게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모바일과 데이터 센터, PC의 메모리 반도체의 중요한 세 애플리케이션 모두 악재가 발생했기 때문에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부진이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세 분야의 시장이 함께 성장하며 지난 2년간 유래 없는 반도체 빅사이클로 반도체 업계는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셋 다 서로 다른 이유로 시장이 정체가 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실적 악화가 확대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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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로 ▲모바일은 최근 시장 성장의 한계가 오면서, 애플과 같은 대형 수요처의 플래그십 모델의 판매 부진과 중국 시장의 정책적인 수요 부진이 일어났으며 ▲데이터 센터는 반도체 빅 사이클을 이끈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투자가 둔화해 수요가 급감했으며 ▲PC는 인텔의 CPU 공급 부족이 길어져, 새로운 제품 생산도 더뎌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분야별 악재의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 문제의 해결 시점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의 회복도 달라질 것으로 분석한다.

3가지 '주요 시장' 부진 해결해야

먼저 모바일은 정체된 수요를 극복할 혁신적인 스마트폰이나 애플리케이션의 등장이 필요하다. 폴더블폰의 등장과 고사양 게임은 고용량 메모리의 요구를 증가시킨다. 이는 곧 스마트폰 교체로 이뤄져 모바일향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를 증가 시킬 수 있다. 또한, 2018년 중국 정부가 모바일 게임에 대한 중국 내 유통 허가를 중지하며, 중국 스마트폰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는 전 세계 모바일 D램의 일시적 공급 과잉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내 모바일 게임 유통은 최근 일부 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데이터 센터의 회복은 대형 수요처의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지난 2월 구글은 인공지능(AI)·클라우드 사업 확대를 위해 올해 130억달러(약 14조 60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AI 데이터 센터는 2018년 전체 데이터 센터 시장의 8%에 불과하지만, 2025년 50%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AI 서버는 일반 서버보다 D램 소모량이 더 많다. 일반 서버의 평균 DRAM이 0.27TB이며, AI 서버의 평균 DRAM은 20TB로 약 8배 정도의 차이가 난다.

마지막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PC 시장은 대표적인 CPU 공급업체인 인텔의 제품 공급 부족이 시장의 발목을 잡았다. 인텔의 CPU 공급 부족 문제는 지난해 9월부터 불거졌으며, 이는 올 연말까지 쉽게 해결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최근 인텔 저팬 대표가 “CPU 공급 부족은 12월에 해결될 것”이라고 발언해, 업계는 인텔의 CPU 공급이 예상보다 빨라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2분기 메모리 시장은 전반적인 계절적 수요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수요는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하반기는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계절적 성수기 진입과 주요 업체들의 고사양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 등이 수요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2분기부터 점차 회복되며, 하반기에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의견도 비슷하다. SK하이닉스는 “2분기부터는 모바일과 서버용 D램 수요가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 개선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6~12GB에 이르는 고용량 D램을 채용하는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와 함께 서버용 D램 수요도 점차 늘어 분기 후반으로 갈수록 수요가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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