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화장품업계 빅2인 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의 올해 1분기 성적표가 발표된 가운데, 중국사업에서 견조한 신장세를 띠고 있는 LG생건의 활약 행보와 호실적이 돋보인다. 초고가 브랜드와 관련한 마케팅비를 늘려 아시아 시장 내 '고급화장품 입지 굳히기'에 돌입한 것이다. 반면 LG생건과 마찬가지로 '투자 일변도'에 머물던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럭셔리 브랜드 중국 진출 성과는 부진하게 나타났다. 면세와 온라인채널과 구별되는 유통채널의 전반적 부진에 따른 매출 공백도 한 몫한 듯하다. 이에 아모레퍼시픽그룹 측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해외 신시장 개척과 새 뷰티 카테고리 발굴로써 수익성 만회를 꾀하겠단 입장이다. LG생건 역시 최근 인수한 뉴에이본을 통해 북미 진출을 추진할 방침이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1분기에 매출액 1조6425억원과 영업이익 204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매출은 1%, 영업이익은 26% 감소했다. 올해 1분기 동안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활동에 집중했다. 이로써 국내 면세와 해외 사업에서 럭셔리 브랜드의 매출이 호조를 보였으나, 투자 지속으로 인한 비용 부담으로 인해 영업이익은 크게 줄었다. 

주요 뷰티 계열사 경영 성과는 고가·중저가 등 브랜드 가격대에 따라 명암이 갈린 모양새다.

먼저 아모레퍼시픽은 전년동기 대비 1% 오른 매출 1조4513억원, 21% 낮은 영업익 1866억원을 기록했다. 20%를 웃도는 감소율이 나타난 데엔 '면세와 온라인을 제외한 국내 채널의 전반적 매출 감소세'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 사업에서 아포레퍼시픽은 전년 동기에 비해 18% 감소한 영업이익 129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유지엔 럭셔리 브랜드인 설화수가 면세채널 판매 확대로써 기여했다. 설화수 '설린 라인'의 디지털 팝업스토어 운영과 헤라 '레드바이브' 캠페인 전개 등 갖은 국내 마케팅 활동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이오페와 라네즈, 마몽드 등 중가 브랜드 제품군에선 전체적 매출 감소가 잇따랐다. 회사는 이와 관련 "아리따움 채널 재정비로 인한 일시적 감소"라고 설명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국내 사정과는 상반되게 해외사업에선 전년 동기보다 4% 오른 매출 5281억원을 냈다. 하지만 영업익은 전년 동기비 44% 감소한 459억원으로 나타났다. 해외 사업에서 전반적 매출 성장을 이뤘음에도 영업익이 큰 폭 줄어든 것은 성장성 강화를 위해 무리하게 투자를 확대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아시아에선 설화수와 라네즈, 마몽드,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5대 해외 브랜드 중심의 현지맞춤형 신제품 출시와 매장 확장을 꾀했다. 북미에선 다수 스킨케어 브랜드를, 유럽에선 라네즈의 세포라를 앞세워 소비자 접점을 늘렸다.

이밖에 저가 브랜드들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감소에 따른 경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듯하다. 이니스프리는 매출 1546억원과 영업익 21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비 5%와 36% 줄어든 수치다. 에뛰드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 준 매출 501원을 기록해 적자폭을 키웠다. 아모레프로페셔널의 실적은 전년보다 6% 내린 매출 244억원, 26% 감소한 영업이익 56억원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이들 실적의 큰 폭 감소를 두고 "마케팅 비용 확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국내 로드숍과 면세 채널의 위축에 따른 매출 하락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반면 LG생건은 아모레퍼시픽이 겪은 실적 부진 요인 다수를 비껴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LG생건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에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LG생건의 1분기 매출은 1조8748억원, 영업익은 3221억원이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비 13%와 13.5% 오른 값이다. 분기 영업익이 3000억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먼저 화장품 사업은 국내외 시장에서 꾸준한 기조로 성장 중인 럭셔리 브랜드(후, 숨, 오휘 등)들이 매출과 영업익의 성장을 견인했다. 럭셔리 브랜드 가운데서도 초고가 제품군을 선호하는 중국시장에선, 이같은 경향을 반영해 숨 '숨마', 오휘 '더 퍼스트'를 앞세워 브랜드 고급화 입지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화장품사업은 매출 1조1396억원, 영업익은 2462억원으로 전년 동기비 각각 20.3%, 16.1% 올랐다. 

LG생건 관계자는 "후는 국내외 소비자의 높은 수요로 36%의 매출 성장을 올렸고 숨과 오휘의 경우 마케팅 투자 확대를 통한 중국시장 내 고급화장품 입지 굳히기에 한창이다"면서 "숨의 숨마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54%, 오휘의 더 퍼스트 매출은 13% 올랐다"고 밝혔다. 

생활용품사업 실적은 매출 4014억원과 영업익 434억원으로 소폭 성장을 거뒀다. 전년 동기비 각각 1.7%, 3.5% 증가했다. 오랄, 헤어, 바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국내와 중국의 왓슨스에서 고성장세를 유지 중이다. 음료사업도 탄산과 비탄산의 안정적 성장을 바탕으로 매출 5.3%, 영업익 9.4% 성장했다. 탄산은 코카콜라와 스프라이트 등의 고른 성장으로 매출이 전년 동기비 7.4% 증가했다. 파워에이드, 갈아만든 배, 씨그램 등 비탄산의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7% 올랐다.

증권사 기대 실적에 부합한 LG생건과 이를 하회한 아모레퍼시픽 모두 올해 남은 기간 동안엔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양사는 유통망이 확보돼 있는 굴지의 기업과 제휴하거나 관련 회사를 인수하는 등 해외 진출과 확장을 용이하게 하는 방편을 꾸준히 모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1분기 영업익 손실이 컸던 아모레퍼시픽의 경우엔 무리한 투자 지속 시 수익성 개선과 흑자 전환이 더 요원해질 수 있단 우려가 따른다.

일단 아모레퍼시픽은 오는 하반기까지 실적 부진을 만회하고 제품군 전반의 수익성 개선을 꾀할 계획이다. 지난 2월 중순께에는 중국 최대 유통기업인 징둥닷컴과 손 잡고 중국 내 설화수 플래그십스토어를 개장했다. 같은 달 아시아와 유럽 전반에 유통망을 보유 중인 A.S.왓슨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왓슨그룹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은 중국과 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 마몽드와 려, 미장센 브랜드를 진출시켜 소비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생활건강 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아모레퍼시픽은 앞선 10일엔 자사 중저가 브랜드인 '라네즈'를 유럽시장에 신규 진입시켰다. 스킨케어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유럽 소비자들에게 '워터 슬리핑 마스크'와 '워터뱅크 모이스춰 크림' 등 라네즈의 수분 기능성 화장품을 선뵈기 위해서다. 라네즈는 이달부터 프랑스와 러시아,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18개국의 세포라 매장 800여곳에 입점한다.

또 방판 브랜드로 알려진 아모레퍼시픽의 '프리메라'는 올해 안으로 북미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새로운 뷰티 카테고리 발굴과 유통채널 다각화, 해외 신시장 개척, 디지털 혁신 등을 통해 지속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오는 10월 세포라의 한국 진출 확정에 따른 아리따움 입지 약화, 중국 화장품시장 양극화로 인한 주력 브랜드 실적 부진 등 우려 요인이 존재한다"면서도 "중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주요 아시아지역에서의 매출 성장이 30% 이상 기록 중이란 점은 고무적이다"고 했다.

아시아 시장 내 시장지배력을 구축한 LG생건도 미국 시장에 본격 발을 들일 기세다. LG생건은 지난 25일 미국 화장품기업 뉴에이본 지분 100%를 약 1450억원에 인수했다. 뉴에이본은 130년 역사를 가진 화장품과 퍼스널케어 직접판매 회사인 '에이본'의 해외 사업 본사 역할을 해온 회사다. 지난해 매출은 약 7000억원 수준이다. 

미국 시장은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의 글로벌 최대 시장으로 규모가 각각 50조원 수준이다. LG생건은 자사 기술력과 기획력으로 에이본 브랜드들의 제품 라인을 강화해 사업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 이로써 확보된 북미 인프라를 활용해 LG생건 브랜드를 미국시장에 진출시키는 교두보로 삼을 예정이다. 지난해 기준 LG생건의 미국 매출액이 350원 수준으로 미미하단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뉴에이본 인수가 회사의 미국 시장 내 입지 확장에 일조할지 주목된다.

한 연구원은 "LG생건은 국내외 럭셔리 브랜드 포지셔닝을 위한 마케팅 투자로 수익성은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다"면서도 "뉴에이본 인수를 통해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시장으로의 확장 진출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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