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퀀텀닷(Quantum Dot, 이하 QD) 소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한 가장 중요한 연구 중 하나다. 유기발광소자를 사용하는 OLED와는 다르게 무기물을 사용해, 수명과 번인 등 OLED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발광(스스로 빛을 내는) QD소자를 이용하면, 백라이트를 쓰는 LCD와는 달리 얇은 구조로 만들 수 있다. 무기물을 사용한 플렉시블(Flexible) 디스플레이 구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30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디스플레이 업체는 물론,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발광 QD 소자 개발을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자발광 QD 소자의 개발과 구현, 상용화 등과 관련해서는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2012년 디스플레이 학계는 자발광 QD 소자를 이용한 디스플레이를 QLED라고 불렀다. 2017년 삼성전자는 QLED TV를 공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발표한 QLED TV는 학계에서 말한 QLED 디스플레이와는 거리가 먼 제품이다.

지난 25일, 성균관대학교 배완기 교수는 테크포럼이 주최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관련 세미나에서 “삼성전자의 QLED TV는 엄밀히 따지면 LCD TV”라며, “LCD TV에 QD(소자)를 입힌 것이다. 일반적인 LCD 기술에 QD 시트 한 장을 넣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진정한 QLED 구현을 위해서는 QDEL(QD Electroluminescent, 자발광 QD 소자)를 개발해, 이를 OLED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OLED TV(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QLED TV(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왜 QLED TV라고 말했을까?

그렇다면 왜 삼성전자는 자사의 제품을 QLED TV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2017년 1월 삼성전자는 QLED TV 제품 공개 전, 일부 국가에 상품권 등록을 추진했으나 이 명칭이 기술명에 대한 보통명사로 인식돼 대부분 거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1월 디스플레이 전문가인 켄 베르너는 디스플레이데일리를 통해, “삼성전자가 소개한 QLED TV는 기술업계가 인지하는 QLED와 다르다”며, “삼성전자 마케팅 부대가 `사과는 오렌지`라고 부르기로 결정했다면 그것은 오렌지가 되는 셈”,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당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영상전략마케팅팀 김문수 부사장은 "일부 학계에서 QLED를 자발광 디스플레이로 규정하고 있지만 QLED에 대한 정확한 업계 정의는 없다"며, "최근 디스플레이인사이트에서 QLED에 대해 그 범위를 특정 부분에 국한하는 것보다는 자발광과 광발광 모든 것을 포함하는 퀀텀닷 소재의 디스플레이 기술이라고 정의했는데 삼성전자도 그런 관점에서 퀀텀닷 기반의 디스플레이를 일컬어 QLED라고 명명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QLED라는 용어를 독차지할 생각은 없다고 설명했다. 김현석 사장은 “QLED는 삼성전자 브랜드가 아닌 하나의 카테고리이며 QLED를 독자적 브랜드로 소유할 생각이 없다”며 “삼성전자가 2009년 LED TV를 출시한 후 하나의 카테고리가 된 것처럼 QLED를 새로운 카테고리로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전자 외에도 중국의 TCL과 하이센스 등이 QD 소자를 이용한 TV를 내놓았으며, 최근 시장을 이들을 QLED로 묶어 표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도 이들을 QLED TV로 묶어서 발표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가 QD 소자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럼 왜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LCD TV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QLED TV를 생산할까? QD 소자를 이용하면, OLED 수준의 밝기를 구현하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들은 기존의 LCD TV보다 QLED TV의 화질이 확연히 좋으며, OLED와 비교해서도 일부 영역에서는 더 좋은 성능을 구현한다고 말한다.

OLED에 비해 QLED가 파랑, 초록, 빨강의 RGB 구분이 잘 된다.

배완기 교수는 QD에 대해 “무기 반도체를 뜻한다”며, “유기 반도체 중 작은 재료가 OLED라면, 무기 반도체를 나노 사이즈로 만든 것을 QD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QD는 색순도가 샤프하다”며, “유기 반도체는 동일한 유기 반도체를 정제를 잘해서 모아도 100% 같은 색순도를 보이지 않는다. 이는 유기 반도체 외부의 카본(탄소)과 수소 등이 바이브레이션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QD는 동일한 크기로 모으면, 20nm, 10nm에도 균일한 형태를 보인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QLED TV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콘텐츠 제작 기준인 DCI-P3 색영역을 정확하게 구현하며, 더 세밀한 기준인 컬러 볼륨을 100% 구현한다. 컬러 볼륨은 밝기에 따른 미세한 색 차이를 표현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면, 같은 흙이라도 빛에 따라 황토색에서 짙은 갈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완기 교수는 QLED와 OLED의 차이를 ▲블랙레벨 ▲색영역 ▲밝기 ▲응답속도 ▲수명 ▲번인 ▲전력 소모 등으로 비교했다. 그는 QLED는 색영역, 밝기, 수명, 번인 등에서, OLED는 블랙레벨, 응답속도, 전력 소모 등에서 더욱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QLED는 TV나 모니터, 태블릿 등에, OLED는 모바일과 플렉시블, 커브드, 폴더블 디스플레이에 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LCD는 최소 두 개의 글래스가 들어가지만 OLED는 한 장만 들어가도 된다. 그래서 가볍고 에너지 효율이 좋다”며, 휴대용 디바이스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LCD 기반의 QLED는 가격을 낮게 (판매를) 시작할 수 있다”며, “모니터는 높은 사양과 저렴한 가격이 필요하기 때문에 OLED보다 QLED가 유리하다. 중국과 미국에는 이미 QLED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과 미국에는 카드뮴을 이용한 QLED 모니터로 뛰어난 색감을 구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QLED TV에 유해물질인 카드뮴을 사용하지 않는다.

즉, TV와 모니터 등의 거치형 대화면 시장에는 OLED보다 QLED가 더욱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한, 유기물을 사용하지 않아 오래 사용할 수 있으며, 오랜 사용에도 번인에 대한 위험이 거의 없다. 하지만, 커브드 TV나 롤러블 TV 등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는 QLED가 아닌 OLED를 채택해야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화질, 대중화를 지향하고, LG전자가 롤러블 TV와 웰페이퍼 TV 등 플렉서블로 시그니처 TV를 마케팅 하는 이유가 각 업체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QLED와 OLED의 기술 차이도 있다고 설명한다.

QD 디스플레이 기술은 어떻게 발전할까?

학계에 따르면, QDEL 소자를 이용한 ‘진정한’ QLED 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이나 투명 디스플레이와 같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에서 OLED를 대체할 수 있다. 그러면서 OLED의 단점인 수명과 번인, 고른 색분포 등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LCD와 OLED의 장점만 모은 디스플레이 소자인 셈이다.

지금 당장의 기술력으로는 QDEL 소자를 개발할 수 없다. 이에 배완기 교수는 나노시스의 QDEL 소자 개발을 위한 QD 기술 로드맵을 인용해 설명했다. 나노시스는 QD 기술이 ①QDEF(QD Enhancement Film) ②QDOG(QD on Glass) ③QDCC(QD Color Conversion) ④QDEL의 순으로 개발된다고 설명했다.

QD 소자를 이용한 기술들(사진=나노시스)
QD 소자를 이용한 기술들(사진=나노시스)

QDEF는 QD 시트에 LCD 백라이트를 쏴서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가장 기초적인 QLED 기술이다. 삼성전자가 2015년부터 양산했으며, 최근 다양한 업체들이 내놓은 QLED TV가 바로 QDEF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두번째 단계인 QDOG는 백라이트유닛의 도광판 소재를 유리로 바꾸고 이곳에 QD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유리 필름을 따로 사용하지 않는다. QDOG는 PET 소재 배리어 필름 두 장을 사용해야 하는 QDEF와 달리, 배리어 필름을 한 장만 써도 된다. TV 두께와 원가를 줄일 수 있다. 지난해 5월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를 목표로 QDOG 기술을 사용한 QLED TV 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번째 단계인 QDCC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QD-OLED 기술의 핵심이다. QDCC의 백그라운드 유닛을 블루 OLED로 바꾸면서 기존의 단계보다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를 시험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QD-OLED의 시험 생산에 대해서는 긍정하고 있으나, 양산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게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예정대로 올해 QD-OLED 전환 투자를 시작할 것"이라며 "하지만 속도는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색 빛이 새어 나오는 ‘빛샘현상’ 등의 문제 등 기술적인 문제로 개발 속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단계인 QDEL은 앞에서 말했듯 진정한 QLED기술이다. OLED처럼 자발광 소자인 QDEL을 이용한 QD-LED라고 말할 수 있는 무기소재를 이용한 발광 다이오들인 것이다. 배완기 교수는 현재는 구현이 어렵지만, 지금의 증착 방식이 아닌 솔루블 OLED와 같은 잉크젯 방식으로 디스플레이가 양산되면, QDEL 기술도 구현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문가들도 지금 QD 소자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다양한 QLED TV를 양산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최근 LG화학이 듀폰의 솔루블 OLED 기술을 인수하면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의 주도권 싸움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지난 2일 LG화학은 듀폰으로부터 솔루블 OLED의 재료기술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 범위는 ▲듀폰의 솔루블 OLED 재료기술과 노하우 등 물질·공정 특허 540여건을 포함한 무형자산과 ▲듀폰의 연구 및 생산설비를 포함한 유형자산 일체다. 듀폰은 20년간 연구를 통해 기술 난이도가 높은 ‘발광층’과 ‘잉크젯 프린팅 소자’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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