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최근 들어 국내 토종 커피브랜드 탐앤탐스와 할리스커피의 희비가 엇갈린 모습이다. 지난 2014년엔 탐앤탐스가 할리스커피보다 호실적을 냈지만 5년이 지난 현재 할리스커피는 소비자 브랜드 인지도와 매장수, 매출과 영업익 전반에서 탐앤탐스에 앞서 있다. 그 배경으론 사모펀드로의 인수 뒤 할리스커피가 전략적으로 추진한 '지역 거점 플래그십스토어 운영 노력'과 '공격적인 매장 인테리어 새 단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학계에선 최근에는 양질의 커피 판매와 가맹점 간 협력뿐만 아니라 '공간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기업가치 향상 요인으로 주요하게 언급될 수 있단 분석을 내놓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탐앤탐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740억원이다. 824억원를 기록한 전년보다 약 10% 줄어든 수치다. 지난 2013년에 올린 매출액(757억원)보다도 적다. 탐앤탐스의 실적 악화는 지난 2015년부터 시작돼 해마다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탐앤탐스는 지난 2015년 매출액 888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듬해엔 이보다 2% 감소했고 2017년엔 전년보다 5% 줄었다. 급기야 지난해 10%라는 두 자릿수대 감소율에 접어들며 큰 낙폭을 보였단 점에서 성장세 둔화 장기화가 우려된다. 영업이익도 지난 2017년 41억원을 낸 데 반해, 지난해엔 이보다 약 39% 감소한 25억원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할리스커피(법인명 할리스에프앤비)의 매출액은 1549억원, 영업이익은 163억원으로 전년보다 매출은 10%, 영업이익은 6% 올랐다. 할리스커피는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 PE)에 인수된 2013년의 이듬해부터 가파른 실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까지만 해도 탐앤탐스에 뒤지던 할리스커피 매출액은 2016년 1286억원, 2017년 1408억원 등을 기록하며 탐앤탐스를 크게 앞서나가는 양상이다.

양사가 상이한 매출액 추이를 보이게 된 데엔 엇갈린 경영전략 행보가 일조한 듯하다. 탐앤탐스는 전국에 지점 430곳을 두고 있으며 이 가운데 직영점은 50곳이다. 김도균 탐앤탐스 대표가 100%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난 2013년 총 지점 수가 388곳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회사는 6년간 가맹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신 탐앤탐스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상생협력에 초점을 맞춘 경영활동을 벌이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17년 10월 가맹점의 위생·보안서비스 비용을 각각 6%와 5%씩 인하했다. 그보다 앞선 지난 2004년부터 현재까지는 점주 부담을 완화키 위해 이들에게 부과하는 브랜드 로열티를 퍼센트(%) 등 일정 비율로 산정하지 않고 16년째 80만원으로 동결했다. 지속적 상생활동을 통해 지난 2017년 순이익 4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으나 이듬해 김 대표가 회삿돈 횡령 혐의로 구속 위기에 처하자 실적은 다시 주춤했다. 

할리스커피는 매장 내부에 1인 학업, 작업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테이블을 다수 배치해 놓았다. 사진은 할리스커피 역삼스타점. (사진=신민경 기자)
할리스커피는 매장 내부에 1인 학업, 작업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테이블을 다수 배치해 놓았다. 사진은 할리스커피 역삼스타점. (사진=신민경 기자)

기존 가맹점 위주 체계를 고수하는 탐앤탐스와 달리, 할리스커피는 지난 2013년 IMM PE에 인수된 후부터 지역 거점의 대형 직영점 체계로 전략을 전환했다. 할리스커피의 경우 전국에 지점 552곳을 뒀으며 직영점은 117곳이다. IMM PE는 할리스커피의 단기적 급성장의 변수를 '지점별 상이한 전략적 운영'으로 보고 직영점 수를 크게 늘렸다. 또 전국 내 주요 상권에 있는 큰 규모의 직영점들의 소비 환경을 집중 개선했다. 2014년엔 디초콜릿커피사업부를 인수해 회사 덩치를 키웠고, 로고는 빨간색으로 채워진 왕관 모양으로 바꿨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특성 상 IMM PE도 실적 개선 후 바이아웃(인수 뒤 재매각)을 꾀해야 하는데 매각이 꾸준히 불발돼 현재까지 할리스커피는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남아 있는 상태다. 

양사의 다른 경영 행보는 곧 서로 다른 '매장 인테리어 전략'으로 이어졌다. 먼저 탐앤탐스 내에는 본부가 가맹점주에게 지점 인테리어 새 단장을 권고하는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탐앤탐스 매장엔 유독 노후하단 인식이 박혀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내 유지보수팀과 관련 부서가 협력해 매년 전국 각 직영점의 매장과 가구 상태를 점검해 이상 발견 시 즉시 교체하도록 돼 있는 스타벅스와 뚜렷하게 구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탐앤탐스 측은 점주가 인테리어 새 단장 비용 전부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이를 강요하거나 감시하기 어렵단 입장이다. 탐앤탐스 관계자는 "대방역점 등과 같이 직영점 가운데 현재까지 1인 소비자를 타깃화해 구성한 곳이 몇곳 있으나 할리스커피처럼 거점 직영매장을 체계적으로 리뉴얼하진 않았다"면서 "매장의 노후화는 인지하고 있지만 가맹점의 경우에도 점주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리뉴얼을 강요할 생각은 없으며 회사 차원에서 별도로 이와 관련해 장려되고 있는 바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할리스커피의 매장은 점차 세련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회사는 을지로와 이태원, 강남 등 번화한 상권이 형성된 곳들을 중심으로 매장 확대 개장, 전략적 재보수 등을 꾀했다. 할리스커피는 직가맹점 비율을 약 1:5 수준으로 유지하며 상권별 소비자의 생활양상에 맞춘 공간 재구성에 공격적으로 투자 중이다.

이같은 플래그십 스토어 전략은 김유진 할리스커피 대표의 과감한 투자와 고급 인테리어 전략 구상 등이 있어 가능했다. 김 대표는 IMM PE에서 투자운용역으로 일하다 지난 2017년 초 할리스커피에프앤비 대표직에 올랐다. 그는 부임과 동시에 거점 매장 내에 1인석과 단체석, 테라스석 등을 마련했고 각 자리에는 콘센트를 구비했다. 기피 대상으로 여기던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과 '노트북족(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사람)'를 오히려 매상의 주요 견인 요인으로 보고 이들의 적극 유치에 나선 것이다. 카페에서 학업·작업 등을 하는 세대가 10대~30대 등 젊은 연령대에 형성돼 있단 점에서 이들의 고정적 소비와 잠재적 마케팅의 가치를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매장 내 테이블 회전율을 낮추지만 소비자 객단가(1인당 구매액)를 높인다. 한 자리에 오래 머무는 소비자일수록 커피외에도 빵과 케이크, 샌드위치 등 식사류를 함께 주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장기적인 관점에선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할리스커피가 작업하기 좋은 카페로 꼽히고 있단 점에서 긍정적 전망이 가능하다. 입소문과 SNS 인증 등을 통한 잠재소비자 유치가 유리해서다.

이처럼 카페 내 학업·작업 욕구와 SNS 사진 게시 경향을 적극 반영한 인테리어로 인해 최근 1030세대 사이에서 할리스커피 브랜드에 관한 호감도는 높아지고 있다. 세련되고 깨끗한 매장 분위기와 개인 맞춤화된 테이블이 많단 점에서 젊은 사람들이 입소문이나 개인 경험으로 인해 할리스커피를 '자주 가고 싶은 카페'로 내정하게 돼서다. 호감도 변화는 가시적 지표로도 드러났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한 달간 조사한 국내 커피전문점 브랜드평판에 따르면, 할리스커피는 탐앤탐스(29만2531점)보다 한 등수 앞선 7위에 기록됐다. 참여·미디어·소통·사회공헌 등 지표를 결합해 통계된 할리스커피의 3월 브랜드평판지수는 29만6872점이다. 이같이 높은 브랜드 호감도가 수년간 유지될 시 회사의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단 게 학계 시각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할리스커피는 본사 직영점을 활성화된 상권에 큰 규모-트렌디 매장으로 배치한 전략을 썼고 탐앤탐스는 통상 프랜차이즈 경영방식을 따라 가맹점 체제에 집중해 본사 차원의 투자를 최소화했다"면서 "카공족의 수용과 세련된 매장 인테리어를 확대적용한 할리스의 전략이 작업환경에 예민한 1030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했다. 본사의 투자가 집중되는 직영점과 상생협력이 더 중시되는 가맹점 간 비율을 균형 있게 추구하며 공격적 성장을 꾀하는 게 중요하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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