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KT가 케이뱅크의 지분을 34%까지 올리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 시행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되는 것이 가능해졌고, KT의 경우 이번 증자를 통해 케이뱅크의 지분을 최대 34%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KT가 지난 2016년, 지하철 광고 IT시스템 입찰 과정에서의 담합으로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7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어 지분 확대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KT를 검찰에 고발해, 대주주심사 중단 사태가 지속됨에 따라 KT의 케이뱅크의 지분 확대는 더욱 어려워졌다. 공정위는 지난 25일, 조달청 등이 발주한 공공분야 전용회선사업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KT와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세종텔레콤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33억2700만원을 부과했다. 특히 공정위는 담합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KT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KT는 지난달 12일 케이뱅크 지분을 최대 34%까지 늘리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한도초과보유승인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금융위는 지난 17일 KT가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심사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금융위는 KT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와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일정을 중단할 계획이다.

KT가 벌금형 이상을 받을 경우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 승인이 어려워 진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는 최근 5년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으로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의 경우 추가 자본 확충 없이는 인터넷전문은행 영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 '플랜B'를 가동하고 있다. 이와 관련, 케이뱅크가 단기간에 수천억원의 자본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가 밝지 않기 때문이다.

29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금융위의 KT 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단 이후 앞으로의 자본확충에 대한 플랜B를 진행하기 위해 주요 주주사들과 협의에 들어갔다. 작년 말 기준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는 우리은행(13.79%), KT(10.00%), NH투자증권(10.00%), IMM프라이빗에쿼티(9.99%) 등이다. 케이뱅크의 주주사 21개에 달하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은 사실상 지분율이 높은 4개 주주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원래 케이뱅크는 다음 달 30일까지 5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공정거래위원회의 KT 검찰 고발을 이유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을 지속하면서 케이뱅크의 증자 계획이 일시 중지됐다. 현재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4775억원이다. 은행권에서는 케이뱅크의 자본금이 최소 1조원 이상은 돼야 여신 영업에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리뉴얼을 이유로 주요 대출상품인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과 직장인K 신용대출의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지난해에도 자본확충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월 단위로 대출상품 판매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사례가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검찰 고발을 결정했기 때문에, KT에 대한 한도초과보유주주 승인심사는 검찰수사 및 재판결과에 따른 벌금형 여부 및 수준이 확정될 때까지 중단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케이뱅크 본사 (사진=케이뱅크)
서울 종로구 케이뱅크 본사 (사진=케이뱅크)

케이뱅크가 검토 중인 플랜B는?

케이뱅크가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플랜B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주요 주주들이 의결권이 없는 전환주 발행을 통해 일정 규모의 증자를 시행한 뒤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KT 주도로 대규모 증자를 다시 추진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전환주 발행만으로는 확보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크지 않다. 이 때문에 대출 영업을 재개하더라도 중단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전환주의 경우 전체 주식의 25%까지 발행이 가능하다. 케이뱅크의 전환주 비중이 18.5%인 점을 고려하면 보통주 증자 없이 전환주 발행으로 늘릴 수 있는 자본금은 약 412억 원이다.

두 번째 안은 신규 주주를 영입해 증자에 참여시키는 방안이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해 국내 사모펀드(PEF)인 IMM프라이빗에쿼티를 주주로 끌어들인 적 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를 볼 때, 대규모 신규 주주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최대 2곳의 신규 인터넷은행이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상황에서 케이뱅크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만한 기업이나 사모펀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현재 주요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서비스에 대한 차별점이 줄어들고 있어 인터넷전문은행 산업에 대한 비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케이뱅크가 검토 중인 플랜B가 모두 마땅치 않을 경우 KT가 케이뱅크를 위해 보유 지분을 매각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추가 인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하려면 2년 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하는 기업 입장에서 추가 인가보다는 KT 지분을 인수를 한 뒤 증자에 나서는 방법이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케이뱅크의 경우 작년 3분기 기준 총자본비율이 11.32%로 은행권 최저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10월과 12월에 이뤄진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약 975억 원의 자본금을 수혈하며 자본비율이 대폭 상승했다. 은행별로는 씨티은행(19.01%), 광주은행(16.97%), 케이뱅크(16.53%), 경남은행(16.30%), 하나은행(16.26%), 부산은행(16.21%) 등이 상대적으로 총자본비율이 높다.

카카오뱅크 1강 체제 당분간 이어져...그러나

이러한 시장 환경에서 카카오뱅크의 1강 체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카카오뱅크 1강 체계가 완전히 굳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카카오뱅크의 대주주로 올라서기 위해 카카오도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지만,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정식재판을 받고 있어 심사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오는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정식재판이 열리고, 결과에 따라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 

여기에 자본 한계가 드러나며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점도 변수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에 의존해 자본을 조달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의 전체 발행주식 50%를 보유한 상태다. 일단 카카오뱅크는 내년 기업공개(IPO)를 열어 자본금을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유상증자 분할 시행이나 신규 투자사 영입, 또는 두 가지가 함께 시행된다든가 하는 등의 방안들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며 “전환 우선주를 먼저 발행해 일정 규모 증자를 먼저 시행한 뒤 적격성 심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대규모 증자를 추진하는 유산증자 분할 시행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계 리딩 기업이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사로 새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시장조사와 대상 기업과의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인터넷은행이 금융혁신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속히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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