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한화그룹의 경영승계 방식을 두고 또다시 잡음이 일고 있다. 김승연 회장이 세 아들에게 증여 방식을 두고 편법이라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사정 기관들도 한화를 대상으로 일감 몰아주기, 경영 편법승계 등을 수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검찰은 한화를 수사 중이다. 검찰이 정조준하고 있는 한화 계열사는 한화에너지와 에이치솔루션이다. 두 회사는 모두 비상장 회사로, 한화에너지의 대주주는 에이치솔루션이다. 에이치솔루션은 김 회장의 장남인 한화큐셀 김동관 상무와 차남인 한화생명 김동원 상무, 셋째인 한화건설 김동선 전 팀장이 각각 50%, 25%, 25% 지분을 보유 중이다.

앞서 관세청은 지난해 3월 "한화에너지와 에이치솔루션 등이 수천억원 규모의 외환거래를 통해 외환관리법을 위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때 관세청은 한화그룹 오너 일가가 자회사를 통해 일감 몰아주기를 한 정황도 함께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최근 일감 몰아주기를 비롯한 부정 고용승계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최근 일감 몰아주기를 비롯한 부정 고용승계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한화는 열병합 발전에 사용되는 유연탄 납품처를 싱가포르 법인 자회사로 바꿨다. 이 회사는 한화에너지가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손자회사다. 즉 이 회사의 매출이 늘어날수록 수익은 에이치솔루션 지분 100%를 보유한 세 아들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문제는 이런 일감 몰아주기가 편법 승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화 내 지주회사 역할은 사실상 ㈜한화와 에이치솔루션이 맡고 있다. 원래 지주회사인 ㈜한화의 영향력이 그룹 내 모든 계열사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에이치솔루션이 이를 보조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만약 ㈜한화와 에이치솔루션이 합병할 경우 이득은 에이치솔루션 대주주에게 돌아간다. 현재 에이치솔루션이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이치솔루션은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 자산가치가 높아질수록 합병 시 대주주에게 배분되는 ㈜한화의 지분이 늘어난다.

현재 검찰은 관세청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일감몰아주기가 향후 경영 편법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관련 답변이 어렵다”고 했다.

한화 측은 “한화에너지가 유연탄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수급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싱가포르에 자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설립 이후 배당 한 적이 없다"며 편법 승계에 대해 선을 그었다.

사실 에이치솔루션을 통한 경영 편법 승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에이치솔루션은 전신인 한화S&C 시절부터 경영 편법 승계 의혹에 시달린 바 있다.

지난 2005년 김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한화S&C 지분을 30억원에 자녀들에게 상속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경영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 한화는 상속증여세 분야 베테랑인 기획재정부 세제실 서기관을 임원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당시 경제개혁연대와 소액주주들은 한화S&C의 주식을 장남 김동관 전무에게 헐값에 매각했다며 소송을 진행했다. 재판은 장장 12년 동안이나 계속됐다. 결국 대법원이 정당한 절차라고 인정하면서 김 회장의 승리로 마무리 됐다.

이후 한화S&C는 계열사들로부터 관련 일감을 받아 승승장구 했다. 또한 한화에너지를 인수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한화에너지는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하면서 회사 몸집을 키웠다. 이외에도 합병 이후 이름은 바꾼 한화종합화학이 한화큐셀코리아 등 그룹 내 주요계열사를 흡수했다. 

한화빌딩 로비 후문 모습, 한화그룹은 최근 일감 몰아주기를 비롯한 부정 고용승계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한화빌딩 로비 후문 모습, 한화그룹은 최근 일감 몰아주기를 비롯한 부정 고용승계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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