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털 길이는 1cm정도 였을까? 

가수 박유천이 자신의 인생까지 걸며 부정했던 마약 투약 혐의는 그 한 다리털로 들통났다. 박 씨는 정밀 검사를 앞두고 다수 염색을 했고 전신 왁싱으로 털을 모두 제거했다. 하지만 양성 반응을 피하지 못했다. 

우리 신체는 그 자체로 데이터 저장소이자, ‘내’가 ‘나’임을 알려주는 마지막 보루임을 보여준 극명한 사건이다.

나를 증명하는 최종 수단은 나의 몸

몸에 입력된 생체 정보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 중인 분야는 금융권이다. 

지난 2015년 5월 정부가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을 허용한 이래, 금융권은 공인인증서·OTP·보안카드 등으로 인증 방식을 변화시켜왔다. 보안과 편의의 사이에서 딜레마 사이에서 발전해오다가 생체 정보까지 온 것.

생체 정보는 별도 보관 혹은 분실 우려가 없고, 도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중심의 금융 인증 체계에 가장 확실한 대안이라 볼 수 있다.

생체 정보 종류(사진=LGCNS)

본인거부율과 타인수락률을 낮추는 게 핵심

관건은 생체 정보를 인식하는 기술력. 지금 금융권은 ‘손바닥 정맥’으로 사람을 인식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손바닥 정맥 인증(vascular technology)은 말 그대로, 손바닥의 혈관에서 심장 방향으로 흐르는 정맥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손바닥 정맥은 복잡하고 특이한 패턴을 가져 본인거부율(False Rejection Rate, FRR)과 타인수락률(False Acceptance Rate, FAR)이 낮다. 

본인 거부율이 높으면 본인을 타인으로 오해하고, 타인수락율이 높으면 금융 사고가 초래되기 때문에 두 수치는 생체 식별 기술력 판단의 핵심이다. 

또 손바닥 인증은 생체 인증의 4가지 조건인 보편성, 유일성, 불변성, 편의성 등의 기본요건을 가장 만족한다는 점에 주목받는다. 

타 생체 정보를 살펴보면 ‘지문'은 피부 훼손 시 인증이 어렵고, ‘홍채'는 인식 센서의 소형화와 고가 장비인 탓에 보편화되기 어렵다.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 발전으로 페이스 아이디 등 ‘얼굴’ 또한 생체 인증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주변 조명 등 외부 환경을 영향을 받고 노화나 미용을 얼굴 특징이 변화될 수 있어 불변성이 떨어진다.

신체적 특징별 인증 정확성 비교(자료=금융결제원)

이 때문에 금융권은 차세대 인증 수단으로 손바닥 정맥을 앞다퉈 도입 중이다. 

지난 14일 KB국민은행은 손바닥 정맥 인증을 활용, 별도의 통장이나 도장, 비밀번호 없이도 예금을 지급하는 '손으로 출금 서비스'를 출시했다. 기존 신용 정보에 추가하면 되기 때문에 인증 등록도 쉽고, 인식 과정도 인식기에 손바닥을 대기만 해도 인증이 되기 때문에 거래 시간도 단축된다. 

현재 KB국민은행 외에도 신한은행, 우리은행, 케이뱅크, 대구은행, 수협은행, IBK 기업은행 등이 손바닥 정맥 인증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향후 손바닥 정맥 인증 기술은 ATM과 결합해 보편화될 전망이다. 

비용 절감을 위한 오프라인점 감소와 함께 인증 신뢰성 확보는 금융권에겐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보안과 편의, 어느 것도 놓칠 수 없어

게다가 금융 당국도 적극적으로 손바닥 정맥 인증을 지원하는 모양새다. 

생체 인증의 경우, 금융기관과 당국 간 생체 정보 교환이 핵심이기 때문에 금융 당국의 의지가 필수적이다. 금융 소비자가 자신의 손바닥 정맥 정보를 등록하면 절반은 금융결제원이, 다른 절반은 금융기관이 보유해 인증을 신뢰한다.

(자료=한국후지쯔)
손바닥 정맥 인증 방식 (자료=한국후지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KB국민은행의 손바닥 정맥 인증 서비스 출시 행사를 찾아 “다른 금융기관으로 번져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나 토스로 디지털 금융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면, 이제 본격적인 공세가 시작된 셈”이라며, “어떻게 신뢰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잡을지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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