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에 찬 바람이 불고 있다. 공급 차질로 철강제품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서다. 이 여파로 접점을 찾는 듯했던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간 후판 가격 협상도 다시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후판은 선박을 만들 때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선박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후판이 선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30%에 달한다.

현재 철강업계는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 후판 가격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조선업계는 "아직은 실적부담이 있다"는 이유로 크게 반발하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철광석 원가 상승은 브라질 댐 붕괴 사고에서 비롯됐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업체인 브라질 발레(Vale)사가 관리하는 벨루오리존치시 인근 브루마지뉴 지역에 댐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브라질 법원은 사고 인근 댐 8곳의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 덩달아 발레 사가 운영하는 광산 2곳(부르쿠트, 바르겜 그란데)도 가동을 멈췄다.

이는 곧 철광석 수급 차질로 이어졌다. 약 4300만톤에 달하는 철광석 생산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철광석은 철강 제품 원재료로, 우리나라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철광석 공급 차질은 곧바로 철강 제품의 가격 상승을 불러왔다. 지난 12일 기준 철광석 수입 가격은 톤당 95.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사고 이후 20.13달러나 늘어난 수치로,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가격대다.

문제는 이런 공급 차질이 향후 2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발레 사는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브라질 북부에 위치한 광산에서 철광석 생산을 8000톤까지 늘려 공급량을 맞추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대처가 일시적이라는 평가 때문에 철광석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소폭 감소한 94.48달러에 거래되는 중이다.

국제 철광석 가격, 19일 기준 톤당 94.4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자료=한국자원정보서비스)
국제 철광석 가격, 19일 기준 톤당 94.4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자료=한국자원정보서비스)

철광석 가격이 오르면서 당장 인상을 구기는 건 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다. 철강업계는 원가 상승에 따라 판재류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넘게 끌어온 철강·조선업계간 후판 가격 협상에 악영향을 끼칠수도 있다는 의미다.

철강업계는 그간 후판 가격 인상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조선업계는 아직 회복되지 않은 수익성을 근거로 후판 가격 인상 저지에 나섰다. 특히 조선협회는 "후판 가격을 톤당 5만원 인상하면 2550억원에 달하는 원가 부담을 지게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

현재 양쪽 모두 상황이 녹록치 않다. 철강업계 1·2위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22.3%, 21.7%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재료 상승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이 영향을 끼쳤다.

조선업계도 최근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은 연이어 수주 소식을 알렸지만, 아직은 회복했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 협상에 대해 "가격에 예민한 업계 특성상 후판 가격을 밝히고 있지 않다"며 "이번 후판 가격 협상은 서로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범위 안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인상된 철광석 가격이 이번 후판 가격 협상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러나 철광석 공급 차질이 2년 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당장 올 상반기부터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에서 생산하고 있는 후판. 현재 조선업계와 가격 협상 중에 있다. (사진=현대제철 홈페이지)
현대제철에서 생산하고 있는 후판. 현재 조선업계와 가격 협상 중에 있다. (사진=현대제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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