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우리나라가 지난 4월 초, 세계 최초로 5G 스마트폰 상용화를 시작한 가운데 세계 최초 타이틀을 뺏긴 미국과 일본이 5G에 대한 준비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주파수 할당, 규제 해소, 5G 펀드 조성 등으로 승부수를 걸기 시작했고, 비교적 차분하게 5G를 준비하는 일본의 경우 5G 주파수 할당을 완료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최초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해 일정을 앞당기다가 서비스 품질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5G 품질 안정화를 위해 한~두 달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5G 주도권을 두고 한국, 미국, 일본의 경쟁이 시작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에 만족할 것이 아닌 자율주행과 스마트 공장, 스마트 도시 등 모든 산업 영역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을 입을 모은다. 또한 풍부한 콘텐츠와 안정적인 네트워크 등 견고한 5G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5G 이니셔티브 나서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주파수 할당 및 규제 해소, 5G 펀드 조성 나서  

최근 IITP(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ICT(정보통신기술) Brief 보고서와 WSJ(월스트리트저널), CNBC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G 이니셔티브를 위한 기자회견을 지난 12일(현지시간) 개최했다. 5G는 데이터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시티, 스마트공장 등 신사업을 일으킬 핵심 인프라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5G 연설을 통해 미국이 5G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며 이를 위해 과감한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5G로 대표되는 통신 산업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주파수 할당, 규제 해소, 5G 펀드 조성 등에 나서겠다고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통신 업계가 5G에 275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300만 명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경제에 5000억 달러를 추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5G 투자를 정부가 주도하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에 민간 기업이 5G 산업을 주도하게 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대한한국이 지난 3일 저녁 11시 이동통신3사에서 미리 선정한 1호 가입자를 대상으로 5G 단말 개통을 완료하며 세계 최초 타이틀을 차지했지만 5G 주도권은 미국이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아짓 파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오는 12월 사상 최대 규모의 5G 통신망 주파수 경매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5G 확산과 외곽 지역의 통신망 구축을 위해 10년간 204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5G 주파수 경매의 경우 37㎓·39㎓․47㎓ 주파수 대역에서 3400㎒ 폭에 대한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5G 서비스만큼은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만큼 미국이 이 분야에서 매우 공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5G 네트워크·단말(스마트폰) 측면에서 미국과 현저한 기술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의 5G 초기 가입자가 불편을 제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2개 도시(시애틀․미니애폴리스)에 구축한 버라이즌 보다 많은 수의 네트워크와 커버리지를 구축했다.

이동통신3사도 이용자들의 불만을 고려해 빠르게 망 구축 및 안정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연말이면 5G 안정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초의 5G 칩셋 내장형 스마트폰인 갤럭시S10 5G가 이미 개통된데 이어 LG전자의 V50씽큐 5G, 갤럭시폴드 5G, 갤럭시노트10 5G 등이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반면, 미국 버라이즌의 경우 5G 칩셋 내장형이 아닌 모듈(동글)을 스마트폰에 장착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5G 스마트폰 출시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국가주도로 5G를 육성하는 중국과 5G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화웨이를 견제하는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FCC는 화웨이 등 국가 안보 위협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는 사업자의 통신장비에 대해 보조금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차분하게 5G 시대를 준비하는 일본 정부...총무성, 5G 주파수 할당 완료

일본 역시 5G 준비에 가속화를 걸고 있다. 일본의 주파수 자원 확보와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무성이 지난 10일 NTT도코모·KDDI·소프트뱅크·라쿠텐모바일에 5G 주파수 대역(3.5㎓ 및 4.5㎓, 28㎓) 배분을 확정했다. 3.5㎓ 및 4.5㎓ 대역 평가항목에서 고득점 순으로 3600㎒∼4000㎒ 사이 대역폭을 100㎒씩 우선 할당하고 그 외 대역폭은 2순위에서 배정했다. 28GHz 대역의 경우 평가항목 점수가 높은 순으로 400㎒폭 씩 할당했다.

한편, 총무성은 인구가 적은 지방 소도시 등을 포함해 일본 전역에서 5G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전국을 10km2씩 총 4500구역으로 나누고 전체 구역에서 50% 이상의 5G 기지국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에 NTT도코모(97%)·KDDI(93.2%)·소프트뱅크(64%)·라쿠텐모바일(56.1%)은 각각 서비스 커버율을 목표로 상정하고 2020년 초부터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한국이 지난 3일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시작하고 미국도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강화한 데 대응해 서비스 범위만큼은 일본이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방 소도시 등에서 5G 기반의 자율주행버스·원격의료 서비스 가능해지면 인력 부족 등 사회적 현안을 해결하며 지역산업과 경제발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일본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주요 이통사의 5G 투자규모는 향후 5년 간 1조 6000억 엔으로 예상된다. 총무성이 주파수 할당을 완료하면서 주요 4개 이통사는 2020년 상반기 5G 상용화를 목표로 향후 5년 안에 서비스 완성도 및 품질 제고에 주력할 방침이다.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도코모가 약 8000억 엔, KDDI는 약 5000억 엔을 투자할 예정이며 소프트뱅크와 라쿠텐모바일도 각각 약 2000억 엔 규모를 투입할 계획이다. 대부분 투자는 5G 전파를 발신하는 기지국 설치와 정비에 사용할 예정이며 라쿠텐모바일은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는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또한 NTT도코모·KDDI·소프트뱅크는 금년 여름경부터 야구·럭비 등 스포츠 관람객에게 전용 단말기를 대여해 5G 시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나아가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일본 전역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고속 대용량 데이터 통신이 가능한 5G 환경을 조성해 일본의 기술력을 입증한다는 구상이다.

5G 세계 표준을 주도하면서 시장을 만들고 선점하는 퍼스트 무버 전략이 중요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시작한 한국, 국가주도로 적극 육성하고 있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가 5G 서비스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자율주행․스마트시티 등 5G 주력서비스로 꼽히는 차세대 서비스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 수준을 자랑하는 미국이 본격적인 망 구축에 나선다면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의 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고화질 동영상뿐만 아니라 자율주행과 스마트 공장, 스마트 도시 등 모든 산업 영역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확보한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주도권 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2020년 상반기 5G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준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전역을 총 4500구역으로 나누어 50% 이상의 서비스 커버율을 의무화하는 등 대도시와 지방 소도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5G 서비스 제공을 위해 내실을 다지는 모습이다. 아울러 풍부한 콘텐츠와 안정적인 네트워크 등 견고한 5G 생태계를 구축해 완성도 높은 5G 서비스를 구현한다는 전략이다.

5G 세계 최초 상용화와 함께 5G 플러스 전략을 발표하며 글로벌 리더십 강화에 나선 우리 나라 정부도 투자 확대, 제도 정비 등을 통한 파급효과 창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에 관련 업계도 다양한 콘텐츠·서비스 개발과 확산 방안을 꾸준히 모색하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견고한 생태계 구축에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모든 부처와 민·관이 한 팀이 돼 총력을 기울이면 5G 플러스 전략이 결실을 볼 수 있다”며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만큼, 세계 최초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5G 신시장에서 1등을 선점하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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