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지금으로부터 240여 년 전, 애덤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세상의 경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상의 모든 상품이 누군가가 임의로 조절하지 않더라도, 수요와 공급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것. 

근현대 경제는 이 보이지 않는 손을 증명하기 위한 작업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는 반복되고 비슷한 방식으로 순환한다. 미래 경제 역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사람이 이니셔티브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그 연결고리에 IT가 있다.

감각의 제국이 온다

2018년 가트너 심포지엄에서 대릴 플러머(Daryl Plummer) 가트너 부사장은 "점점 스마트폰 사용이 줄 것"이라고 예언했다. 

현재 스마트폰은 IoT시대의 핵심 기기로, 통신·인터넷·금융·엔터 등 생활 전반에 쓰이고 있다. 게다가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상용화되면 열쇠 등 연결고리로서 현재 우리가 가진 모든 전자 도구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플러머의 전망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플러머는 “스마트워치와 같은 디지털 보조 장치의 발전으로 스마트폰은 주머니나 가방 속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스크린을 보고 터치하는 대신, 음성 입력으로, 웨어러블 기기로 혹은 VPA를 통해 스마트폰을 실행한다는 것. 스마트폰의 감각화다. VPA는 ‘Virtual Personal Assistant’의 약자로, 애플의 시리와 같은 가상 비서를 말한다.

애플 에어팟은 스마트폰과의 분리를 선언하는 신호탄이다.(사진=애플)

“시리야. 볼륨 50%에 맞춰줘”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듯, 애플은 지난 4월 출시된 에어팟 2세대에는 ‘시리’ 호출 기능이 추가됐다. 1세대까지만 해도 에어팟을 건들려 진동을 통해 명령했지만, 이제는 “시리야”만 부르면 작동된다.

기대를 모았던 2세대 에어팟이라는 점에서 “실망이다” “혁신은 없었다”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대릴 플러머 가트너 부사장의 전망대로 감각의 관점에서 보면 ‘스마트폰과의 분리’ 선언이다. 그는 심포지엄에서 앞으로 CIO는 “미래에는 기술이 얼마나 착용 가능한지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하기까지 했다.

보이지 않는 IT는 경험의 확장으로도 이어진다. 

미국 조사기관 럭셔리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부자들의 약 33%가 여행에, 약 20%가 외식에  더 많은 돈을 소비할 것이라고 답했다. 소유를 위한 소비가 아닌, 경험을 위한 소비로 이어진다는 것. IT 역시 경험의 전달을 위한 기술로 향한다.

IT는 몰입 경험을 실현하는 수단

가장 적극적으로 ‘경험’ 관점을 분야는 게임 업계다. 게임에서 더 이상 하나의 엔딩은 존재하지 않는다. 플레이어의 선택이 곧 자신만의 경험이 되는 ‘몰입 경험형’ 게임이 출시되고 있다.

지난 2018년 5월 출시된 PS4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Detroit: Become Human)’는 경험의 전달이 무엇인지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게임은 AI 안드로이드가 일상에서 쓰이는 2038년의 디트로이트를 배경으로, 플레이어는 게임 속에서 총 세 명의 안드로이드를 플레이하며 게임이 진행된다. 그러나 이전까지의 게임과는 달리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엔딩은 극과 극을 보여준다. 게임 실행에 있어 ‘성공/실패’ 개념 자체가 없다.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에 맞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개발사인 퀀텀드림(Quantic Dream)에 따르면 게임 각본에만 2년이 걸렸다. 

퀀텀 드림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플레이어에게 몰입 경험을 선사하는 대표적인 인터랙티브 게임이다.(사진=퀀텀 드림)
퀀텀 드림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플레이어에게 몰입 경험을 선사하는 대표적인 인터랙티브 게임이다.(사진=Quantic Dream)

게임을 플레이한 김 모 씨는 “인생에 만약이라는 게 없듯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게임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며, “비록 게임 캐릭터이지만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를 보면서 몰입했다”고 말했다. 

플레이어는 게임상에서 자신이 선택한 플레이 이외에 다른 엔딩은 볼 수 없다. 다만, 자신과 같은 선택을 했던 이들의 비율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퀀텀 드림은 출시 6개월 만에 200만 유저 돌파한 소감으로 “우리는 2~300만 명의 마음에 흔적을 남겼다”며,”우리는 그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으며, 몇몇 캐릭터들을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고 전했다. 마음의 흔적의 다른 이름은 경험이다.

미래는 열려 있다. 과연 입구를 통과할 자는?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경험으로 배우는 게 많아질수록 더 진실에 가깝게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가올 미래가 진실이라면, 또 데이터가 누군가의 감각과 경험의 기록이라면, 데이터 경제 입구에 선 우리 사회는 보이지 않는 미래에 더 가까워지고 지고 있다. 

하지만 그 입구를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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