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전화기를 접고 펼 수 있을까? TV를 돌돌 말 수 있을까? 투명한 유리창이 컴퓨터 모니터가 될 수는 없을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대중들은 이런 제품의 실현이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미래의 디스플레이 기술이 이미 생활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폴더블폰’과 ‘롤러블 TV’는 이미 양산이 됐으며, 투명 디스플레이도 전시회에서 시제품으로 나와 일부 다른 용도에서 사용되고 있다.

아직 대중들은 접는 폴더블(Foldable), 말리는 롤러블(Rollable) 디스플레이에도 적응을 못 한 상태지만,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들과 연구자들은 그다음 단계를 생각하고 있다. 고무줄처럼 잡아당겨 늘어나는 스트레쳐블(Stretchable) 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인 연구다.

일부 개발이 진행됐는데, 시장성 때문에 양산이 힘든 디스플레이가 있다. 투명 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또한, 대중들이 전혀 생각도 못 하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연구가 진척되지 못 하는 부분도 있다. 현재의 유기발광다이오드(Organic Light Emitting Diode, OLED)의 단점을 극복한 새로운 소자의 개발은 아직 연구 단계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당기면 늘어나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접고, 말았으니 이제는 늘린다. 디스플레이 형태 변형에 대한 연구가 날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소재 분야의 10대 미래유망기술 중 하나로 선정했다. 신축성이 있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개발되면 ▲피부에 부착이 가능한 패치형 스킨 디스플레이▲여러 번 휘어지는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불규칙적인 건축물의 표면에 부착 가능한 디스플레이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1월 박장웅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디스플레이는 사이즈가 늘어나거나, 화질을 좋게 만드는 쪽으로 발전을 했다”며, “(최근에는) 이와 다른 연구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어떻게 하면 디스플레이의 형태를 변형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금 폴더블과 롤러블 디스플레이가 개발·양산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잡아당기거나 건축물 안에 집어넣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구현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론상 물질은 그것을 이루는 재료의 탄성 한도(Elastic Limit) 내에서는 무한으로 변형할 수 있다. 이는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디스플레이는 금속, 유리, 플라스틱 필름, 엘라스토머(elastomer, 탄성중합체-고무와 같은 성질을 지닌 물질) 등의 재료가 복합적으로 사용된다.

박 교수는 엘라스토머의 경우에는 탄성 한도가 30%가 넘지만 금속과 유리는 0.5%도 안되는 낮은 수치를 보이기 때문에 변형된 디스플레이의 구현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재료와 구조에서는 잡아당기거나 뒤틀어버리는 변형까지도 어렵다.

그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려면, 재료를 모두 엘라스토머로 바꾸던가 변형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도체인 엘라스토머만으로 전기가 통해야 하는 디스플레이 기판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기술이다.

박 교수는 스트레처블을 위해서는 은 나노를 이용한 늘어나는 전극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금속절연체를 전극 패턴으로 넣은 뒤에 잡아당기면 생기는 크랙에 은나노 와이어를 집어넣는 방법이다. 이 구조를 통해 잡아당겼을 때 집어넣은 은나노 와이어가 틈을 채워주면서 스트레처블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삼성디스플레이는 SID(Society for Information Display)에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공개한 바 있다. OLED 기반의 이 디스플레이는 최대 12mm까지 화면이 늘어났다. 또한, LG디스플레이도 20% 이상의 신축성을 갖는 백플레인과 발광 화소용 소재, 소자, 공정 원천 기술 2021년까지 개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개발 후 상용화까지 약 8년이 걸렸기 때문에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도 앞으로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투명 디스플레이 어디까지 왔나?

투명 디스플레이는 어디에 사용될까? 먼저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에서 볼 수 있다. 도어 부분에 투명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음식 상태와 유통기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가전은 물론, 편의점이나 백화점에서도 사용되며, 상업용으로 광고 영상을 제공할 수도 있다.

유리창에 사용된 투명 디스플레이는 바깥을 보며 날씨와 온도를 확인할 수 있으며, 컴퓨터 모니터나 TV를 대체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는 투명 디스플레이의 발전을 제일 기대하는 산업이다. 차량의 전면 유리에 투명 디스플레이를 적용면 운전자가 보는 모든 영역이 정보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LG디스플레이)
(사진=LG디스플레이)

현재 투명 디스플레이는 국내의 LG디스플레이에서 가장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총 147건의 특허를 보유했으며, 이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출원된 전체 280건의 52.5%에 달한다.

투명 디스플레이는 일반 디스플레이보다 주변 환경과의 대조비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유리처럼 투명한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선명하게 정보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2014년 자사의 투명 OLED 디스플레이 기술로 투명도를 30% 이상 구현해내, 기존의 10%대에 그쳤던 기술의 수준을 높였다. 또한, 2017년 6월, LG디스플레이는 정부 주도 하의 ‘투명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국책과제 성과 공유회’를 통해 투과율 40%의 77인치 UHD 해상도 OLED 투명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

이어 LG디스플레이는 CES 2019에서 투과율 40%의 55인치 OLED 투명 디스플레이 4장을 위아래와 양옆으로 이어 붙여 만든 투명 쇼윈도(Show Window)를 패션매장 쇼룸에 전시했으며, LG전자는 ISE 2019에 투명 OLED 사이니지 제품을 공개했다. 제품은 화면상에 표시된 상품의 정보를 보며, 디스플레이 뒤편에 전시된 상품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10년은 OLED의 시대”

지난 2월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는 '2019년 OLED 연간보고서'를 통해, 올해 OLED 시장은 322억 달러(약 36조 2천억 원)로 지난해보다 13.8%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다양한 OLED 응용 제품이 출시되며, 폴더블 OLED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융합한 제품으로 플렉시블 OLED(Flexible OLED) 시장 성장을 가속할 전망이다. 또한, 하반기부터 출시될 8K OLED와 롤러블(Rollable·돌돌 말 수 있는) OLED는 프리미엄 OLED TV 시장을 더욱 견고하게 지지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비리서치는 2018년 OLED 시장 규모는 283억 달러(약 32조 원)로 전년 264억 달러(약 30조 원) 대비 7.1%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지난해 IHS마킷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OLED 패널의 출하량 수익은 2016년 154억 달러(약 16조 5천억 원)에서 2017년 226억 달러(약 25조 6천억 원)로 확대됐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사진=삼성디스플레이)

특히, 플렉시블 OLED의 패널 시장은 2016년 35억 달러(약 4조 원)에서 2017년에는 전년 대비 약 250% 성장한 123억 달러(약 14조 원)를 기록했다. 전체 OLED 패널 수익에서 플렉시블 OLED의 패널 수익 비중은 2016년 22.5%에서 2017년에는 54.6%로 점점 확대되고 있다.

플렉시블 OLED 패널 시장이 크게 성장한 주요 원인은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이외에 2017년 3분 이후 아이폰X에 삼성디스플레이의 플렉시블 OLED 패널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LG 디스플레이, BOE 등이 플렉시블 OLED 패널을 생산하기 시작하며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OLED 패널의 가장 큰 장점은 디자인의 혁신을 가능하게해주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할 수있다는 것이다. 자체 발광 소자로 백라이트가 필요한 OLED는 더 얇고 가벼운 디스플레이를 제조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롤러블 디스플레이 등 형태를 변형하는 기술, 얇은 월페이퍼 디스플레이, 투명 디스플레이 등은 모두 OLED 기술을 통해 재현된 기술이다.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은 지난 십 수 년은 LCD(Liquid Crystal Display, 액정표시장치)가 평면 디스플레이 시장을 지배했으며, 최근 몇 년은 LCD에서 OLED로 평면 디스플레이의 주도권이 넘어가는 시기였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10년 이상은 OLED가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며, 일부 영역에서 LCD가 공존할 것으로 전망한다. 양자점을 이용한 디스플레이나 마이크로 LED 등의 기술이 현실에 적용되기에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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