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넷플릭스가 전세계 미디어 시장 판을 흔들면서 콘텐츠 사업자나 방송사업자, 통신사업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지난 몇 년 동안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에 주력하면서 미디어 콘텐츠 제작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5G 시대가 되면서 5G 인프라에 걸맞는 킬러 앱이나 킬러 콘텐츠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고, 결국 미디어 및 킬러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가 각 사업자들의 경쟁력이 된 상황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 미국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시장 중 하나다. 특히 넷플릭스(Netflix), 아마존(Amazon), 훌루(Hulu) 등으로 대표되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자들의 급성장 이후, 이에 대한 위기감으로 인해 기존 방송 및 통신 분야의 사업자들이 협력 또는 연합하며 OTT 세력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와 미국이 상용화한 5G 서비스는 이런 합종연횡에 불을 지피고 있다.

3G에서 LTE로 전환할 때와 달리 5G 초기인 현재 LTE 속도와 5G 속도는 크게 차이가 없다. 또한 LTE 속도로도 이용자들이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는 상황이다. 결국 플랫폼을 제공하는 이동통신사업자가 5G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콘텐츠 확보가 중요한데 미디어 업계와의 협력 및 제휴, 더 나아가 M&A(인수합병)를 하는 것은 필수가 됐다. 특히 미국의 경우 미디어 시장을 두고 이통사,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합종연횡하는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 이런 미국 시장의 M&A 흐름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지=KCA(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이미지=KCA(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미국 2위 이통사 AT&T, 대형 미디어 기업 타임워너(Time Warner) 인수

가입자 기준 2위 이동통신사인 AT&T의 경우, 미국 1위 위성 TV 사업자인 DirecTV를 인수한데 이어 대형 미디어 기업인 타임워너(Time Warner)를 인수했다. 특히 타임워너의 경우 CNN, HBO, 워너 브라더스 (Warner Brothers) 등 콘텐츠 창작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사업자로, AT&T는 자사 기존 통신 서비스의 고객 기반을 이용해 타임워너의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타임워너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통해 AT&T의 고객들에게 다양한 효과를 제공하는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이 목표다.

KCA(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주요 언론들은 AT&T의 타임워너 인수가 현시대 미디어 산업의 트렌드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과거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받아온 통신 사업자들이 콘텐츠를 보유하며 수직 계열화에 나선 대표 사례라는 것이다. 미국 2위 이통통신사업자 AT&T가 미국 3위 미디어 업체 타임워너를 인수합병한 것은 특히 OTT 분야에 큰  변화를 일으킬 전망이다. AT&T의 5G 이동통신과 기존 타임워너의 동영상 콘텐츠가 결합되면 상당한 시너지가 발현될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법원의 합병 승인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상황이다. 

워너 미디어는 2019년 4분기에 HBO, 터너(Turner), 워너 브로스(Warner Bors) 등 산하 방송 채널 및 스튜디오의 인기 콘텐츠를 주축으로 가입형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SVOD)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로서 신규 SVOD의 구체적 모습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2018년 11월 워너미디어는 해당 SVOD의 서비스 정책 일부를 공개했다. 당시 공개 내용에 따르면, 해당 SVOD는 사용자에게 ‘엔트리 서비스’, ‘프리미엄 서비스’, ‘번들 서비스’ 등 3가지 선택지를 제공할 예정이다. 

우선, 엔트리 서비스는 주로 영화에 중점을 둔다. 반면, 프리미엄 서비스는 블록버스터급 영 화와 오리지널 콘텐츠를 함께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번들 서비스는 엔트리 서비스와 프리미엄 서비스로 제공되는 콘텐츠와 더불어, 워너 미디어가 외부 파트너업체(서드파티)에서 제공받은 콘텐츠까지 함께 공급할 방침이다. 이때 서드파티 콘텐츠는 장르를 기준으로 다양하게추가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추가할 수 있는 장르는 고전, 코미디, 키즈&패밀리, 니치 및 장르, 극장용 등으로 나뉘게 된다고 한다. 서비스 이용 요금 역시 엔트리 서비스에서 번들 서비스 순으로 높게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번들 서비스의 경우 장르의 추가에 따라 금액이 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워너 미디어가 다양한 OTT 소비층을 확보하는 것에 전략 목표를 두고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각 선택지마다 제공 서비스와 과금 정책을 달리함으로써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같은 맥락에서 번들 서비스를 통해 추가할 수 있는 서드파티 콘텐츠를 그 장르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해 놓은 것도 눈에 띈다.  

한편, AT&T는 기존 타임워너 체계 아래 보유하고 있던 OTT 서비스 라인업들을 최근 잇따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인수 전 타임워너는 OTT 서비스로 드라마피버(DramaFever)2, 슈퍼 디럭스 (Super Deluxe)3, 필름스트럭(FilmStruck)4 등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최근 이들을 순차적으로 폐지한 상황이다. 드라마피버와 슈퍼 디럭스는 2018년 10월에 이미 서비스를 중단했고, 필름스트럭은 같은 달부터 신규 가입자를 받지 않음과 동시에 2018년 11월에는 가입자에게 중단 고지를 내보냈다. 

AT&T가 위 서비스들을 중단하면서 구체적 사유나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워너 미디어의 브랜드를 내건 신규 SVOD 출시를 2019년 4분기로 못 박아둔 상태에서 기존 OTT들을 폐지한 것은 신규 SVOD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미지=KCA(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이미지=KCA(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엔터테인먼트 회사 디즈니의 21세기 폭스 인수...컴캐스트도 NBC유니버설 및 드림웍스 인수 마쳐

2018년은 AT&T 뿐 만 아니라, 미국 미디어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M&A가 또 하나 있었다. 바로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 디즈니의 21세기 폭스(21st Century Fox) 인수다. 21세기 폭스를 품에 안은 디즈니 역시 SVOD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디즈니는 2019년 ‘디즈니플러스(Disney+)’라는 명칭의 SVOD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가 보유한 500여 편의 영화와 7000여 에피소드의 TV 쇼, 그 외 오리지널 콘텐츠 등을 제공해 넷플릭스를 위협할 최대 경쟁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디즈니는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랜차이즈 영화 ‘마블’의 최신작들을 디즈니플러스 콘텐츠 라이브 러리에 추가시킬 계획도 가지고 있어, 2019년 신규 사용자 유입면에서 가장 강력한 OTT 서비스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디즈니 측은 디즈니플러스를 넷플릭스 대비 저렴한 요금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AT&T와 디즈니는 비슷한 시기 M&A를 거치고, 기존 사업 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2019년 신규 SVOD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현재로서는 AT&T보다 디즈니가 일단 우위를 점할 전망이다. 디즈니는 자체적인 SVOD 외에도 현재 시장에 안착 중인 훌루(Hulu)의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스포츠 중계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로서 두터운 충성 팬을 확보하고 있는 ESPN 플러스도 보유하고 있다. AT&T와 비교했을 때 이미 OTT 시장에 깊숙이 진출해 있는 상황이며, 이를 통해 관련 노하우와 시청자 이용행태에 대한 높은 이해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디즈니 플러스가 향후 훌루와 ENPS 플러스 등과 결합하는 형태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디즈니 측도 각각의 OTT 서비스를 제각기 상이한 콘텐츠 기호 및  시청자층을 대상으로 설계하고 있지만, 추후 이용자 데이터 검토 후 이들 서비스를 하나의패키지로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디즈니는 보다 범용성을 갖춘 OTT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된다.  

AT&T는 디즈니 플러스 외에도 다양한 사업자들과 경합을 벌여야 한다. 예를 들면 애플(Apple)도 SVOD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서비스 출범을 위해 강력한 콘텐츠 라인업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OS단말 및 애플 TV(Apple TV) 보유자를 대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물론 애플 SVOD의 파급력은 디즈니플러스 대비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규 서비스 출범을 앞둔 AT&T 입장에서 경쟁자가 하나 더 늘었다는 점은 결코 달갑지 않다.

미국 1위 케이블 사업자이자 유선 인터넷 업체를 겸하고 있는 컴캐스트 또한, 지상파 4대방송사 중 하나인 NBC유니버설(NBC Universal)과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 (Dreamworks)를 인수했다. AT&T와 마찬가지로 컴캐스트의 사례 역시 고품질의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갖춤으로써 수직적 통합을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컴캐스트는 최근 자사 브로드밴드 인터넷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는 신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실패로 돌아갔지만, 21세기 폭스(21st Century Fox)의 인수전에 참여한 것도 수직적 통합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평가된다.  

표=KCA(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표=KCA(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