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기업 오너들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이번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재벌기업 오너 일가의 탈선 행위를 저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활용하는 등 실제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관심도 여느 때와 달리 뜨겁다. 죗값을 치룬 총수들이 경영 일선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과거부터 기업 오너의 탈선 행위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불거진 오너 3세 마약 사건부터 폭행, 원정 도박까지 관련 혐의도 다양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각종 사건을 저지른 오너들이 슬그머니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여러가지 비판이 있었지만, 곧 잠잠해지곤 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사진=한화그룹)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사진=한화그룹)

그런데 최근 기업들의 이런 '철판깔기'가 통하지 않고 있다. 집행유예가 끝나거나 형을 마친 기업 총수들이 연이어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오너 중 한명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다. 김 회장은 과거 2014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올해 2월 18일자로 집행유예가 만료되면서, 일각에서는 김 회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에 대해 점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올해 68세로, 현재 건강도 많이 회복했다고 알려져 있다. 즉 아직까지 그룹을 이끌기에 충분하다. 또한 롯데금융과의 합병(M&A)를 앞두고 김 회장 복귀에 대한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된 것도 사실이다.

구체적인 행보도 복귀 소문을 부풀렸다. 김 회장은 매년 신년사를 발표하거나, 그룹 내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또한 지난해 12월과 올해 초에는 각각 베트남 현지 공장 준공식과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하는 등 공식적인 행사도 소화했다.

그러나 한화 측은 아직 김 회장 경영 복귀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게다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복귀 대신 금춘수 부회장을 사내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금 부회장은 그룹내 2인자로 김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즉 경영 일선에 나서는 것보다는 친정 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한화 관계자는 “현재 언론을 통해 (김 회장의) 경영 복귀가 기사화 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경영 복귀에 공식적인 입장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복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장 회장은 지난 2015년 횡령과 배임, 상습도박에 혐의로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지난해 4월 가석방 됐다. 출소 당시 장 회장은 “경영복귀 등 향후 거취는 천천히 생각해보겠다. 사회와 국가에 공헌할 방법을 먼저 고민하겠다”고 했다. 해당 발언을 관련 업계에서는 복귀 가능성 시사로 받아들였다. 현재 장 회장은 출소 이후 매일같이 집무실에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해 열린 주총에서 장 회장의 경영 복귀에 대한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장세욱 부회장을 필두로, 장 회장 장남인 장선익 이사가 입지를 넓혀가는 형국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장 회장이) 매일같이 집무실에 출근해 업무를 보는 것은 맞다. 그러나 지금까지 회사 내부에서 경영 복귀에 대한 목소리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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