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한솔제지 장항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을 두고 연일 설왕설래가 벌어지고 있다. 현재 한솔제지와 경찰은 서로 상반된 주장을 내놓고 있다. 경찰은 "근로자가 안전규정을 지키기 어려웠다"고 하는 반면, 한솔제지는 "원래 규칙대로 2인1조 근무가 지켜졌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 장항공장에서 지난 3일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한 원인 규명은 아직도 제자리 걸음이다. 경찰은 이미 원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수원과 합동감식과 부검 등을 진행키로 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뚜렷한 결과는 나오지 않는 상황.

대신 관련 '설(說)'만 가득하다. 사망한 근로자가 비정규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솔제지 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입장문을 통해 "사망자는 지난해 계열사인 한솔이엠이(EME)가 정규직으로 채용한 직원"이라면서 "비정규직이라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솔제지 장항공장, 지난 3일 근로자가 공장 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솔제지 장항공장 전경. 지난 3일 근로자가 공장 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진=고정훈 기자)

또 "설비 보전 등 전문 분야에 대한 업무 위탁 관계를 단순 사내 하청이라면서 태안화력 발전소의 고(故) 김용균 씨 사망 사고와 같은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것은 사실과 매우 다르다"며 "정확한 사고 경위와 원인에 대해 당국에서 조사 중이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기관과 함께 사고 수습과 원인 파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한솔제지는 '관리 소홀'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동안 한솔제지는 "2인1조 근무를 지켰다"고 주장했지만, 사망한 A(28) 씨가 혼자 근무를 한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한솔제지 계열사인 한솔이엠에서 시설 관리 등을 담당하는 전기보전반에서 근무했다. 사고가 일어난 지난 3일 새벽3시께 장항공장 감열동 T2 턴테이블이 오작동을 일으켰다. 이에 A 씨는 혼자 출동해 턴테이블 밑으로 들어가 작업을 했다. 당시 황 씨의 곁에는 같은 보전반 직원이 아닌 한솔제지 장항공장 소속 직원이 지키고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한솔제지 측은 “보전반은 2인1조 근무가 원칙이다. 사고 당시 기계 사용법을 숙지한 현장 근무자와 함께  있었으므로 2인1조 근무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턴테이블 센서는 위에서 점검이 가능하다 왜 황 씨가 위험 구역으로 내려갔는지 모르겠다”며 사고 원인을 근로자에게 떠넘기는 듯한 발언도 남겼다.

그러나 현재 경찰의 입장은 다르다. 경찰은 A 씨의 직장 동료를 통해 "센서 본체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턴테이블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다른 동료를 통해서는 “공장 기계 보수 요청이 많아 혼자 현장에 출동하는 게 대부분”이라는 얘기까지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일선에서 근로자들이 안전 규칙을 제대로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점도 사실로 확인됐다. 동종 업계에 근무하고 있는 40대 B씨는 “2인1조라 하더라도 동 시간대에 호출이 많으면 혼자라도 가야하는 게 현실” 이라며 “기계가 멈췄는데 2인1조를 주장하면 욕먹는다. 때문에 사실상 2인1조 근무가 잘 지켜지는 곳은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최근 연이어 발생한 산업현장 사망사고에 대해  "그동안 산업 현장에서 사망사고 발생 시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모든 책임을 근로자에게 떠넘기는 일이 관행처럼 되풀이 됐다"며 "현실적으로 안전규정을 지킬 수 있을 만한 여건을 회사가 고민해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한솔제지 측에 정확한 입장을 들으려 수차례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한솔제지는 인쇄용지, 패키징용지, 특수지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한솔제지 홈페이지)
한솔제지는 인쇄용지, 패키징용지, 특수지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사진=한솔제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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