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의 인터넷 트래픽이 바닷속 해저 케이블을 통해 오간다. 1%의 통신은 인공위성을 통해 이루어진다. 대륙을 잇는 해저 케이블은 주로 컨소시엄이 구축한다. 지금까지 컨소시엄은 주로 통신사들이 주도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통신사 위주로 해저 케이블 인프라가 확장될 것 같지만은 않다. 

구글이 미국과 칠레를 잇는 큐리(Curie) 케이블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2019년은 통신사가 아닌 민간 사업자가 구축한 첫 해저 케이블로 기록된다. 그동안 컨소시엄 참여 기업 중 하나이던 IT 기업들이 사업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해저 케이블 시장의 큰손으로 컨텐츠 사업자가 부상한 것은 꽤 된 이야기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컨텐츠 사업자들은 최근 몇 년 사이 공격적으로 해저 케이블 인프라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중 단연 돋보이는 행보는 보이는 기업은 구글과 페이스북이다. 

큐리 케이블이 연결되면 구글이 운영하는 해저 케이블의 총 길이는 컨텐츠 서비스 업체 중 처음으로 10만 킬로미터를 넘긴다. 페이스북은 2018년 기준으로 9만 킬로미터, 아마존은 3만 킬로미터, 마이크로소프트는 6천 킬로미터 규모의 해저 케이블망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사업자의 해저 케이블 총길이 (출처: Broadband Now)
주요 사업자의 해저 케이블 총길이 (출처: Broadband Now)

컨텐츠 사업자가 인터넷 인프라 확충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간단하다. 본인들의 사업 기반을 확대하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소셜 네트워크 등 글로벌 IT 공룡들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사업을 한다. 자사 상품과 서비스를 전 세계에 실어 나르다 보니 컨텐츠 사업자의 데이터 사용량은 2017년을 기점으로 인터넷 백본 서비스 사업자를 넘어섰다. 

해저 케이블의 주요 대역폭 수요처 (출처: TeleGeography)
해저 케이블의 주요 대역폭 수요처 (출처: TeleGeography)

이러다 인터넷이 글로벌 테크 자이언트들의 손에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약 100개의 신규 해저 케이블이 설치될 예정인데, 이 기간에 주요 컨텐츠 사업자의 투자도 집중된다. 

주요 컨텐츠 사업자의 해저 케이블 투자 계획 (출처: TeleGeography)
주요 컨텐츠 사업자의 해저 케이블 투자 계획 (출처: TeleGeography)

컨텐츠 사업자의 관심은 전 세계 모든 이들이 자신의 서비스를 편하게 접하게 하는 것이다. 해저 케이블은 이를 위한 사업 토대를 확충하는 것이다. 컨텐츠 사업자의 투자는 바닷속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구글의 경우 전 세계 무료 인터넷을 공급을 목표로 열기구 하늘에 띄워 인터넷 연결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룬(loon)을 추진 중이다. 겉보기에는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는 오지 사람들을 위해 기업이 좋은 뜻에서 투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자사 서비스가 닿지 않는 사각 지대를 없애기 위한 활동이다. 페이스북이 무료 인터넷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했을 때에도 이를 삐딱하게 보는 시선들이 많았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해외 곳곳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다국적 테크 자이언트들은 이리저리 세금을 회피하면서 고도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관련해 주요 국가에서 망중립성 논의 등 규제를 가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거대 기술 기업의 해저 케이블, 무료 인터넷에 대한 투자가 순수한 의도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업자 망과 데이터센터가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다. 대부분 중계 접속을 통해 데이터가 오간다. 해저 케이블을 통해 대륙 간 연결이 되면 각 국가의 백본과 인터넷 서비스 제공(ISP) 사업자의 서비스를 통해 우리에게 인터넷이 제공된다. 이 과정에서 여러 사업자가 중계에 참여하는데, 현재 공룡 기업들의 행동을 보면 중간에 뭔가 거치는 것을 걷어 내려는 분위기다. 명목은 더 안전하고,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통신을 내세운다. 이를 보고 새로운 세력의 독점과 담합이 걱정된다면 너무 섣부른 판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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