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최근 유통업계에선 취향에 맞는 캐릭터 제품을 주저 없이 구매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확보키 위해 '카카오프렌즈 협업 상품'을 잇달아 내고 있다. 카카오프렌즈의 손을 잡은 회사들은 협업을 통한 한정판 카카오톡 이모티콘이나 카카오 캐릭터를 새긴 기획상품 등을 통해 확실한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일각에선 "너도나도 카카오와 맞손 잡으니, 카카오프렌즈 이미지 과다 소모로 해당 상품에 대한 호감도가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디야커피는 카카오프렌즈와 협업한 신제품 출시 2주만에 판매량 15만 잔을 넘어섰다. 지난달 5일 이디야커피는 봄 시즌 신제품인 '어피치 블라썸 라떼'와 '어피치 블라썸 티' 2종을 출시했다. 어피치 블라썸 라떼는 벚꽃을 연상케 하는 분홍색 음료로, 그 위에 카카오프렌즈의 인기 캐릭터인 어피치의 뒷모습을 형상화한 마쉬멜로우를 올렸다. 또 어피치 블라썸 티 역시 벚꽃향과 분홍색을 살려 어피치의 이미지를 담도록 했다. 이디야커피는 단기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데 힘 입어 콜라보 기획상품(MD) 증정 행사 기간을 지난 26일에서 이달 10일까지 연장키로 했다. 이번 신제품 2종 6잔 포함 총 음료 12잔 구매 시, '라이언'과 '어피치'가 새겨진 유리병을 제공한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이번 신제품 판매량을 통해 카카오프렌즈 콜라보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추후엔 음료 외에도 기획상품 협업으로 확장해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역시 카카오페이 결제서비스 도입과 동시에 카카오프렌즈와의 협업을 통한 한정판 이모티콘을 선뵌 바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 1월 25일부터 내달 7일까지 자사 매장에서 카카오페이로 1만원 이상 결제 하는 사람에 한해, '스타벅스X카카오프렌즈' 특별 한정판 이모티콘을 선착순 지급했다. 행사를 위해 준비된 이모티콘 물량이 본래 기한인 7일보다 한참 앞선 31일께 소진됐을 정도로, 많은 소비자들의 인기를 끈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조건부적으로 제공된 스타벅스X카카오프렌즈 한정판 마그넷 (사진=신민경 기자)
지난 2월 조건부적으로 제공된 스타벅스X카카오프렌즈 한정판 마그넷 (사진=신민경 기자)

지난해 11월엔 동서식품이 카카오프렌즈와 손 잡고 '맥심X카카오프렌즈 스페셜 패키지' 제품을 한정 판매했다. '맥심X카카오프렌즈 스페셜 패키지'는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라이트·심플라떼와 맥심 화이트골드 등 총 4종으로 구성됐다. 이 패키지엔 2030세대 소비자들을 겨냥해 머그와 코스터세트, 보온병, 디자트볼 등 총 9종류의 한정판 카카오프렌즈 협업 기획상품이 포함됐다.

동서식품은 이번 협업 마케팅으로 호실적을 거뒀다. 협업 출시 한 달도 채 안 돼 준비된 제품 68만개가 판매 완료됐다. 또 동서식품 측에 따르면,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와 협업한 특별 패키지를 내놓기 전과 비교했을 때 판매량이 40% 이상 증가했다. 이에 회사 관계자는 "타브랜드와 처음으로 콜라보한 것인데 예상보다 훨씬 높은 매출 증가를 체감했다"며 "카카오 캐릭터와 굿즈 효과에 힘 입어 젊은 층 구매도 대폭 늘었다"고 밝혔다.

카카오 협업 열풍이 커피업계에서만 뜨거운 것은 아니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은 지난 2016년 처음으로 무지와 어피치, 네오, 프로도, 튜브 등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와 협업 컬렉션을 선뵀다. 당시 이들이 새겨진 핸드크림 5종과 립크리머 4종 등 주요제품의 초도물량이 판매 완료를 기록했다. 이에 더페이스샵은 지난해 5월엔 '어피치'가 그려진 쿠션, 바디, 크림 등 총 16종을 출시키도 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9월 첫번째 카카오프렌즈 협업 스낵제품인 '프렌즈밥'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3월 말엔 스낵 신제품 '프렌즈짱'을 출시했다. 본래 짱구의 단맛 대신 콘버터맛 양념과 치즈가루를 넣어 달콤하고 짭짤한 옥수수맛을 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앞으로도 자사 장수브랜드들이 소비자에게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도록 콜라보를 지속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도 가세했다. 파리바게트는 지난해 12월 성탄절을 맞아,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행사제품을 2만원 이상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양사 협업 이모티콘을 선착순으로 제공했다. 롯데제과도 지난해 10월 중순께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자사 제품 '빼빼로'의 새 모델로 연예인이 아닌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선정한 바 있다. 또 롯데호텔월드도 지난해 12월 카카오프렌즈와 협업해 롯데호텔월드 7층에 위치한 디럭스 트윈 룸 4곳에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룸'을 구비해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이유는 이같은 판촉활동이 극적인 매출 증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의 경우, 전 연령대의 소비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자주 사용하고 접하는 '국민 이모티콘'이다. 때문에 일부 연령대에 국한한 소비자층을 두고 있거나 특정 고질적 이미지를 입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 '카카오와의 협업'이 절실하다. 단 한 번의 협업으로도 이미지 개선과 매출 증가 등의 영향력을 체감할 수 있어서다. 소비자로서도 식품, 화장품 등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대에서 친숙한 캐릭터 상품을 제공 받을 수 있단 점에서, 이같은 협업 경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각에선 각종 식료품과 화장품·호텔업계 등 소비자들과 직접 접촉하는 유통업계가 줄줄이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마케팅을 활용하는 게 장기적으로 위험성을 띠는 행보란 우려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양사가 콜라보를 할 땐 파트너 선택이 가장 중요한데 상호 윈윈을 끌어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예상치 못한 '브랜드 희석화'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  "프리미엄 커피전문점 이미지가 강한 스타벅스의 마니아팬들은 저렴한 가격대의 로드샵 화장품가게들과 다수 협업한 카카오프렌즈를 반기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소비자 충성도'에 있어 저변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 카카오프렌즈와의 맞손 행보가 오히려 자사 소비자층의 불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카카오프렌즈와 스타벅스 모두 '2030여성'에게 친화적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양사의 콜라보가 언론으로 보도됐을 때 각종 커뮤니티에선 '제발 카카오 캐릭터랑 콜라보 그만했으면' '카카오캐릭터는 카카오 내에서만 봤으면 좋겠다' '스벅이 뭐가 아쉬워서 카카오랑?' '요즘 가는 길마다 카카오 MD상품만 보이네' '카카오캐릭터 너무 지겨운데...스벅 너마저' '스타벅스가 카카오프렌즈랑 콜라보하니까 뭔가 없어보이는 느낌' 등 불만을 표하는 댓글이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카카오가 받을 타격도 무시할 순 없게 됐다. 카카오가 자사 캐릭터들의 범용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경우, 반대로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촉발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카카오는 수많은 기업들과 무분별한 협업을 진행 중이다"면서 "물론 당분간은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이를 지속한다면 소비자들에 '가볍고 지겨운 브랜드'란 이미지를 심게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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