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대마의 효능을 연구하고 뇌전증 등 난치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추진할 글로벌 연구단체가 출범했다.

한국, 캐나다, 일본, 말레이시아, 호주, 터키, 태국 등 7개국 의사들이 참여한 '아시아카나비노이드리서치(ACR)'가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설립 총회를 갖고 활동을 시작했다고 2일 한국카나비노이드협회(KCA)가 밝혔다.

이번에 설립된 ACR에는 회원국 의사 70여 명과 함께 캐나다 의료용 대마 생산업체인 바이옴(Biome)과 말레이시아, 태국 등의 대마 생산 영농법인들이 준회원 자격으로 참여했다. ACR은 향후 의료용 대마 임상 결과를 공유하고 학술교류와 시장 활성화 및 계몽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회장에는 말레이시아의 전문의 에드윈 창, 부회장에는 권용현 KCA 회장이 선임됐다.

지난달 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카나비노이드리서치 창립총회에서 초대 회장으로 선임된 에드윈 창(가운데)과 권용현 부회장(오른쪽).
지난달 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카나비노이드리서치 창립총회에서 초대 회장으로 선임된 에드윈 창(가운데)과 권용현 부회장(오른쪽).

 

에드윈 창 신임 회장은 "말레이시아는 의료용 대마 합법화 이전부터 환자를 대상으로 CBD(Cannabidiol) 오일을 처방해왔다"며, "말레이시아 정부도 ACR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자국 영농법인의 의료용 대마 생산을 활성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의료용 대마는 미국, 캐나다 등을 중심으로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이들 국가의 뇌전증이나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THC(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대마 성분)를 제거한 CBD 오일을 쉽게 처방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지난달 12일 의료용 목적의 대마 사용을 허용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FDA에서 승인된 에피디올렉스(뇌전증 칠료제) 등 대마 성분 의약품 4종에 한해 수입이 허가됐다. 환자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희귀필수의약품안전센터에 신고 및 허가를 거쳐야만 수입할 수 있다.

권용현 ACR 부회장은 "각국이 주목하는 의료용 대마를 연구하고 상호 임상 결과를 공유하는 연구단체가 설립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의료용 대마의 처방 범위와 품목 규제로 환자 불편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식약처가 허가한 대마 의약품에 비해 성분과 효능이 크게 다르지 않은 CBD 오일은 가격 차이가 5배 이상이어서 환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CBD 오일의 허용을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ACR은 대마 오남용 방지를 위해 국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에드윈 회장은 "한국의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대마의 구입에서부터 처방까지를 관리하는 프로세스를 정비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ACR 차원에서 말레이시아 및 태국 정부와 블록체인 적용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