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KT가 업계의 예상과 선례를 깨고 5G 상용화 초기에도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였다. 3G 서비스가 보편화된 지난 2011년, LTE가 처음 도입될 때 이통사들은 3G와 달리 LTE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지 않았다. LTE 서비스 초기에다가 투자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대신 3G 요금제와 LTE 요금제를 비슷하게 구성했다. 같은 가격의 요금제의 경우 음성은 LTE 요금제가 3G 요금제에 비해 적게 제공했지만 대신 데이터는 더 많았다.

이번 이통3사의 5G 요금제의 경우 4만원대 이하 저가 요금제가 없는 대신 LTE 요금제보다 5G 요금제가 데이터는 더 많이 제공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례를 깨고 KT가 완전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한 것이다. KT가 LTE의 아픈 기억을 확실히 없애버리고 5G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한 LTE 요금 인하 압박으로 인한 실적 부진을 ARPU(가입자당평균매출)상승과 업셀링(고객이 구매하려던 것보다 가격이 더 높은 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판매방식, Up-selling) 효과를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회계기준(K-IFRS 1018호)으로 KT의 작년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기존회계기준)과 비교하면 매출은 1%, 영업이익은 무려 36%나 하락했다.

2일 오전, KT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5G 요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필재 KT 마케팅부문 부사장은 “우리는 통신서비스 세대(LTE)교체에서 뼈아픈 기억이 있다. 21세기 우리가 꼭 해야 하는 일 중 하나가 미래를 선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KT는 당시 LTE 주파수 문제로 인해 타사에 비해 1년 가까이 LTE 서비스를 늦게 시작했다. KT는 이때의 아픔으로 2015년부터 5G를 가장 먼저 준비해왔다.

5G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입자를 끌어모은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위해 파격적인 완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갤럭시S10 5G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가장 먼저 선보인 것도 KT다. 5G로 판이 새로 바뀔 때 가입자를 먼저 최대한 확보해 궁극적으로 2등을 벗어나 1등으로 치고 올라가겠다는 전략이다. 아이폰을 먼저 들여와 성공한 것처럼 초기에 ‘5G=KT’라는 공식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박현진 5G사업본부장(상무)이데이터 완전 무제한 5G 요금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KT)
박현진 5G사업본부장(상무)이데이터 완전 무제한 5G 요금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KT)

KT는 유선 인프라에서 강점이 있다. KT는 5G를 위해 이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KT는 자사의 엣지 센터에 CUPS(Control & User Plane Separation)와 메시(Mesh)를 적용했다. CUPS는 신호 처리를 담당하는 장치와 사용자 트래픽 처리를 담당하는 장치를 분리해 각각 독립적으로 구축하고 확장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KT가 5G 백본망에 적용한 메시 구조란 전국 주요 지역센터끼리 직접 연결하는 그물형 구조를 말한다.

풀(Full) 메시 구조를 적용하게 되면 전국의 주요 지역센터 간 직접 연결 경로가 생성되기 때문에, 지역 간 트래픽 전달 시 수도권 센터를 경유하지 않고 지역 간 직접 처리가 가능하게 돼 전송 지연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이런 인프라에 타사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요금을 먼저 선보일 경우 확실히 가입자를 끌어 모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창석 KT네트워크부문 전무는 “(CUPS나 메시) 기술이 없는 경쟁사가 엣지 센터를 확장한다고 해도 매몰비용이 생길 것이며, 쉽게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KT 5G는 Latency(지연시간)까지 10ms가 돼야 실감형 미디어를 전국 어디서나 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KT가 진정한 5G라 생각한다”고 언급한 적 있다.

타사의 5G 기본 요금제는 7만5000원에 150GB다. 타사 역시 5G로 인한 업셀링을 염두해 두고 있다. KT의 요금제는 이 요금제에서 5000원만 추가했는데, 대신 완전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속도제한이 걸리긴 하지만 해외에서도 데이터를 맘껏 이용할 수 있다. 초기 5G 이용자의 경우 얼리어답터나 헤비 유저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요금의 장점으로 이들이 KT를 선택할 경우 초기 5G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요금제 모두 산택약정할인 25%가 적용되기 때문에 5000원의 요금 차이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KT는 스마트폰 이용자 중 연내 10% 정도가 5G 서비스로 갈아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현진 KT 5G사업본부 상무는 “(5G는) 결국 화질에 따른 속도 증감에 따라 거기에 맞는 요금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정량 사용하고 나서 속도제어가 있다면 5G 답지 못하다고 생각했다”며 “5G 시대에는 데이터 완전 무제한은 기본이다. 여기에다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던 로밍 데이터까지 무제한으로 가야 5G 답다”고 강조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KT의 완전 무제한 요금제가 파격적인 것은 맞지만 가입자를 끌어올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ARPU는 확실히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KT의 예측(10%)과 달리 5% 정도가 5G 서비스로 연내에 옮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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