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직원 성추행 피해자와 가해자를 즉각 분리하지 않는 등 늑장 대처를 한 데 대해 소비자 원성이 커지고 있다. 해마다 윤리경영과 동반성장 방안을 모색하는 행사를 열고 친환경 정책 도입에 앞장서며 윤리경영에 무게를 두던 스타벅스가 사내 성추행 문제를 사실상 방관해서다. 반면 일부 소비자들은 "사사로운 사건만으로 불매운동 등 항의 움직임을 보이기엔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를 낸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스타벅스 주요 소비층과 성폭력 등 젠더 기반 인권침해에 민감한 연령대가 이른바 '2030세대'로 일치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회사 내 비윤리적 논란과 허술한 대응이 거듭된다면 견고한 소비자 충성도도 위협받을 수 있단 얘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가 한 직원의 성추행 신고를 접수한 이후에도 14일간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 공간에서 일하게 한 사실이 확인됐다. 피해자는 스타벅스 근무 2년차 20대 직원 A씨로, 같은 지점 내 선배인 B씨에게 허벅지 접촉 등 성추행을 3차례 당했다고 주장했다. 성추행이 있은 뒤 일주일의 고민 끝에 본사에 문제를 제기한 A씨는 회사로부터 면담 2회 조치만 받았을 뿐 별다른 보호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신고 뒤 같은 공간에서 보름 가까이 함께 일해야만 했다고 A씨는 하소연했다.

스타벅스 매뉴얼에는 '성폭력 신고 접수 시 즉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한다'고 돼 있다. 지침대로라면 사건 인지 뒤 양편의 근무 시간을 겹치지 않게 분리한 다음, 이튿날부터 가해자를 다른 지점으로 파견 조치할 수 있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이같은 내부 방침을 어긴 것으로 보인다.

가해자로 지목된 B씨는 A씨 신고 이후 7일만에 정직 처분을 받고 격리됐다. 하지만 이는 A씨 사건 이전에 일어났던 또 다른 성추행 사건으로 인한 조치였다. B씨는 과거에도 성추행으로 한 차례 징계를 받은 전적이 있다. 결국 A씨 신고에 대한 본사 차원의 도움은 아직까지 이행되고 있지 않은 것이어서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복적 성 문제를 일으킨 직원을 지속해서 일하게 하는 등 엄정치 못한 조치로 피해자 불안을 야기해서다. 

스타벅스 측은 이에 대해 "가해자 징계조치를 즉시 취했어야 했으나 객관적인 조사가 필요했기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면서 "휴무일 조정으로 두 사람 근무시간이 겹치지 않게 하려했는데 1시간씩 약 3번 겹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사진=신민경 기자)
스타벅스 광화문D타워점. 기사내용과는 무관. (사진=신민경 기자)

이같은 스타벅스의 '성추행 방관'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인터넷 상에는 '인력상황 때문에 성추행 동종전력이 있는 자를 같이 일하게 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핑계다' '스벅 커피 80%를 여성소비자가 팔아주는데 대응이 이런 식이면 불매하고 본사 민원넣겠다' '피해직원 인권보다 가해자 인권을 더 챙기네' '이번 기회로 스벅 불매 바람 일으키자' '미국 같았으면 바로 직원 잘리고 대표가 사과했을 텐데' '스벅은 커피 맛 때문에 가는 곳이 아니니, 한 순간 실수로 나락에 떨어지지 않으려면 이미지 관리 조심해야 할 듯' '반복적 성추행 알면서도 방치한 스벅 본사는 공개 사과하라' 등 항의성 댓글이 줄을 이었다. 

반면 일각에선 사사로운 한 지점 내 문제가 사회적 불매운동으로 퍼질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불만의식 있는 사람만 안 가면 되지, 마니아층에게까지 불매를 설득할 명분과 권한은 없다' '한 달만 지나도 불매운동 운운하던 사람들 모두 스타벅스잔 들고 있을 듯' '그러거나 말거나 MD상품 나오면 다들 줄선다' '불매는 신중하게 결정해야할 사안인데, 지점 개별 일 터질 때마다 불매운동 언급하는 것은 문제있다' '불매운동 언급한지 7년짼데 스벅 매출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등 댓글이 이같은 입장을 대변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 충성도가 견고한 스타벅스의 '성추행 방관' 논란이 궁극에는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타벅스의 주요 충성 고객'과 '성폭력 등 젠더 문제와 관련성이 깊은 연령대'가 2030으로 동일하게 집약된다. '사회 전반의 문제의식'과 '생활 속 소비습관' 양편 가운데 소비자들이 어느 쪽에 무게를 싣는 지에 따라 회사가 받는 타격 정도도 달라질 것으로 읽힌다.

스타벅스의 브랜드 평판도는 국내 커피전문점 업계에서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지난 2월 4일부터 지난달 5월까지 한 달간 조사한 국내 커피전문점 브랜드평판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공고한 1위다. 참여·미디어·소통·사회공헌 등 지표를 결합해 통계된 스타벅스의 3월 브랜드평판지수는 374만9021점이다. 370만77점을 기록했던 지난 1월에 비해 1.32% 상승한 값이다. 2위에 집계된 커피빈은 92만2965점에 불과했다.

스타벅스가 이처럼 견고한 브랜드 평판을 유지한 데에는 마니아에 가까운 20~30대 소비자층이 있다. 실제로 스타벅스도 이들 요구를 충족키 위해 '마이 스타벅스 리뷰'를 통해 소비자 정기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또 앱을 자주 활용하는 특성을 이용, 앱을 통해 주문할 수 있게 하는 맞춤형 추천 주문 서비스 '사이렌 오더'의 기능도 지속해서 향상시키고 있다. 

이들 2030세대는 폭력·성폭력 등 인권침해 사안과 기타 성평등 위반 행위에 가장 예민한 계층이기도 하다. 논란이 된 해당 기사 댓글의 경우(네이버 댓글 통계) 남자와 여자의 비율이 각각 51%와 49%로 팽팽했다. 이 점에서 성별 갈등이 큰 기사란 점을 알 수 있다. 연령대로도 30대 댓글 작성자가 36%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일례로 지난해 이른바 '여혐과 남혐'논란을 일으켰던 이수역 폭행사건과 관련해 보도한 한 언론사 기사에 달린 댓글 1315개 중 가장 많이 의견을 남긴 연령대는 39%를 기록한 20대였으며, 30대가 27%로 뒤를 이었다. 

지금까지 소비자 충성도가 높은 기업들에선 갑질 논란이 불거져도 주로 여타 기업들에 비해 타격이 적었다. '충성' 소비자들이 완충재 역할을 해주어서다. 하지만 최근 빅뱅 전 멤버 승리를 비롯한 연예인들의 성폭력 문제와 미투 운동 등 성별 갈등 문제가 꾸준히 대두되며 소비자들도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스타벅스와 오뚜기 등 소비자들의 탄탄한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 내 논란도 소비자와의 마찰로 비화할 수 있단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브랜드 평판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사회적으로 더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되는데 사측 조치가 지체된 점에서 소비자 신뢰를 잃은 듯하다"면서 "전 지점에 걸친 환경문제가 아닌, 일부 지점에 한한 사적갈등이므로 불매운동 장려는 어려우나 동종전력 있는 사람을 지속 근무케 한 것에 대해 책임자가 나서 사과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이같은 사안이 사회적으로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만큼, 사측은 성폭력 관련 대응방침을 담은 매뉴얼 갱신 등 확실한 피드백을 보여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수 기업의 핵심은 품질과 서비스보다 '기업이미지'에 있단 점에서 스타벅스가 경각심을 갖고 논란들을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진현정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사건의 초점은 직원들 간 내홍이었으므로 충성고객 입장에선 즉각적 반응이 안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먹거리 문제 등 소비자에 직접적 피해를 가한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비윤리적 사건이 누적 반복해서 발생하고, 매번 회사의 대처도 허술하다면 철옹성 같던 소비자 마음도 변심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진 교수는 "스타벅스는 한국 내 자사의 굳건한 인기가 오래갈 것으로 믿고 각종 논란에 안일하게 대처 중이다"며 "이는 제살깎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주 소비층이 2030세대인 만큼 민감이슈 발생 시 임원들이 직접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등 사안을 엄중히 바라보고 적극 조치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스타벅스는 디지털투데이에 "이번 논란에 대해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유야무야 넘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처 예정이다"며 "추후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방면에서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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