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오비맥주가 최근 대표 제품인 카스의 공장 출고가를 올리기로 결정하면서 이에 대한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카스는 여러 업체와 엮이며 숱한 '염문설'을 생산해 왔다. 업계는 결국 카스가 올해 안에 매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오는 4일부터 카스와 카프리, 프리미어OB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한다. 대표 제품인 카스의 경우 기존 1147원에서 1203.22원으로 56.22원(4.9%) 오른다.

이번 인상안은 기존 관례와는 다르게 기습적으로 진행됐다. 출고가에 예민한 주류 도매상들조차 나중에 인상 소식을 들었을 정도다. 경쟁업체들은 오비맥주의 이같은 행보에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그러면서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첫 번째가 바로 '테라 견제'다. 테라는 하이트진로가 그동안 맥주 부문에서 겪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최근 선보인 신제품이다.

오비맥주 카스(사진=오비맥주 홈페이지)
오비맥주 카스.(사진=오비맥주 홈페이지)

오비맥주가 주요 제품 출고가를 올린만큼 주점 등 유흥채널에서도 맥주 판매 가격을 기존 40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릴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현재 주류 도매상들은 가격 인상 전에 카스를 조금이라도 많이 확보하려고 노력 중이다. 따라서 오비맥주는 단기적으로는 카스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점유율을 일부 뺏기더라도 수익성은 보장받을 수 있다. 한 마디로 잃을 게 없는 장사라는 의미다.

반대로 2위 업체인 하이트진로는 고민에 빠졌다. 아직 테라 공장 출고가를 발표한 지 한달도 안된 상태에서 가격을 올리기에는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가격을 유지했을 때는 유흥채널에서 외면받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측은 "가격 인상은 없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회사 내부적으로는 인상안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로 거론되는 해석은 '카스 매각'이다. 구체적으로 오비맥주가 카스를 내놓기 전 '몸집 키우기' 작업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동안 오비맥주가 카스를 매각하려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포착됐다. 지난 1월 오비맥주는 버드와이저 대용량 국내 출시를 위해 강남 일대에서 관련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버드와이저는 오비맥주 모회사인 AB인베브의 대표 맥주 중 하나다.

문제는 이런 이벤트가 유흥채널에서 인기가 많은 '소맥(소주+맥주)' 형태로 진행됐다는 점에 있다. 당시 버드와이저는 1병당 6000원이지만, '버쏘 세트'(버드와이저 2병과 소주 1병)를 구매할 경우 1000원 할인된 1만5000원에 구매가 가능했다. 당장 관련 업계에서는 "오비맥주가 유흥채널에서 버드와이저로 카스를 대체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오비맥주의 버드와이저 밀어주기는 이 뿐만이 아니다. 현재 오비맥주는 카스의 TV 광고를 모두 내린 상태다. 그 빈자리는 지난 2월1일부터 시작된 버드와이저 광고가 채웠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오비맥주가 공장 생산을 카스에서 버드와이저로 돌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유통 비용을 줄이기 위해 창고에도 카스가 줄어들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카스 매각 배경으로는 AB인베브의 아시아지역 법인 상장이 꼽힌다. 최근 AB인베브는 상장을 위해 5조원 규모의 자금유치를 하고, 주관사를 선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세간에 떠도는 카스 매각 금액과 일치한다.

그러나 AB인베브의 자금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 2015년 SAB밀러를 인수하며 690억파운드(약 121조3800억원)를 지불했기 때문이다. 현재 AB인베브는 인수금액 상환 어려움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설까지 돌고 있다.

따라서 카스 매각 관건은 '가격'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현재 오비맥주가 카스의 매각금액으로 6조원을 책정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인수하는 업체가 책정한 금액은 3조원 정도다. 아직까지는 2배 이상의 시각 차이가 존재하는 셈이다.

현재 대다수 국내 주류업체들이 카스 인수 후보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롯데주류는 1순위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현재 롯데주류는 소주와 맥주 모두 경쟁업체에 밀려 사실상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상태다.

만약 카스 인수에 성공할 경우, 기존 공장에서 카스를 생산할 수 있어 롯데주류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그러나 최근 부진을 겪은 롯데주류는 모든 제품군을 포함한 연 매출이 8000억원 규모다. 그룹차원에서 도움이 없는 한 사실상 인수가 어렵다.

신세계주류도 주요 후보 중 하나다. 지난해 적극적으로 카스 인수를 부인했지만, 아직 가능성은 열려 있다. 최근 테라를 출시한 하이트진로만 유일하게 인수 가능성이 적은 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입 맥주에 밀렸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유흥 채널에서 카스는 독보적인 강자"라며 "오비맥주가 카스 매각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올해 안에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비맥주 버드와이저, 지난 2월 1일부터 광고를 다시 시작했다. (사진=오비맥주)
오비맥주 버드와이저, 지난 2월 1일부터 광고를 다시 시작했다. (사진=오비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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