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일요일의 역사가’로 유명한 페르낭 브로델이 속했던 아날학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역사를 바다에 비유했다. 이를테면 매일 이슈가 생겨나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치는 파도, 호황과 불황이 오고 가듯 순환하는 경제는 대양을 도는 해류로 설명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느리게 움직이고 변화가 적은 심해는 문화, 인류의 모습이라고 설명한다. 그 예라면, 삼시 세끼 먹는 음식 문화가 수백 전부터 이어온 것이 있다. 오직 역사적 기록으로 근거했을 때, 아날학파는 사람 살아가는 행동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급격한 IT 기술의 발전과 쇠퇴는 IT세상 속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마저도 함께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저장은 알겠는데, 저 그림은 뭐죠?”

중학생 김 모 군은 한컴 프로그램의 저장 아이콘인 3.5인치 플로피 디스크를 실제로 본 적이 없다. 그는 “다른 아이콘은 기능에 대한 이미지인데 왜 ‘H’가 저장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2011년 3월부로 소니가 플로피 디스크 생산을 중단하며 시중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설령 플로피 디스크가 있다 하더라도 별도의 3.5인치 플로피 디스크용 USB 드라이브를 구입하지 않는 한,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이제 ‘저장은 플로피 디스크’라는 공식은 개념만 남고 실체는 사라졌다.

Z세대는 저장 기능이 왜 플로피 디스크 아이콘인지 알지 못한다. (사진=한글오피스 갈무리)
Z세대는 저장 기능이 왜 플로피 디스크 아이콘인지 알지 못한다. (사진=한글오피스 갈무리)

IT 기술 발전은 생활 속 행동도 조금씩 다르게 만든다. 

태어나면서 처음 스마트폰을 전화기로 접한 Z세대는 “전화해”라는 제스처를 할 때, 엄지와 새끼 손가락을 펴지 않는다. 그냥 손바닥을 뺨에 댄다. 스마트폰은 펴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이전 세대에게 '진화, Z세대에겐 '기본'

Z세대는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다. Z세대인 초등학생 박 모 양은 폴더블 폰에 대해 “신기하기는 한데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저연령층에게 폴더폰은 벌의 한 종류다.  자녀가 스마트폰에 빠지는 걸 막거나 중고등학생들이 공부를 목적으로 스마트폰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폴더폰을 사용한다. 터치스크린이 되지 않거나 작아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인 영상 시청 등이 제한적이다. 기능 또한 통화나 메신저 이외에는 되지 않는다. 폴더블 폰도 그와 같은 인식인 것.

이전 세대에게 스마트폰은 전화의 진화였다면, 지금 Z세대에게 스마트폰은 전화의 퇴보다. 그들에게 전화는 주요 기능이 아니다.

스마트폰의 사용 방식은 행동 양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사진=technologyformindfulnes)

이러한 인식은 애플의 Z세대 전략에도 드러난다.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 광고로 ‘What’s a computer?’라는 도전적인 광고를 내걸었다. 광고는 아이패드와 함께 등교하는 아이의 장면으로 시작한다. 광고 속에서 아이는 아이패드로 친구와 대화하고, 숙제를 하고, 조사도 한다.

아이패드를 메인 pc의 부가적 요소로만 인식하는 이들을 위한 광고가 아니었다. 바로 Z세대를 위한 광고였다. 그들은 PC나 아이패드나 스마트폰이나 같은 기기다. 그러나 그들에게 PC는 가지고 다닐 수 없어 더 불편한 뿐.

IT기업 홍보 관계자는 “시장 조사를 할 때마다 IT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며, “이전 세대에게는 IT 발전이나 신기술 등장이었지만, 지금 학교에 다니는 세대에게는 삶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이어 “IT는 경제 영역처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영역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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