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국내 담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 조짐이다. 미국 전자담배 1위 쥴(juul)에 이어 KT&G도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어서다. 이에 일반 담배(궐련)와 궐련형 전자담배로 구분되던 국내 담배 시장에 액상형 전자담배까지 가세하면서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이미 인기가 시들어진 액상형 전자담배가 이번엔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쥴은 오는 5월쯤 우리나라에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을 정식으로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그러자 국내 담배 시장 점유율 1위인 KT&G는 시장 수성을 위해 준비된 '실탄'을 쏟아 부을 태세다. 현재 액상형 전자담배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쥴과 KT&G의 액상형 전자담배 출시 예고로 가장 웃음 꽃이 핀 곳은 국내 중소업체들이다. 그동안 여타 제품에 밀려 명맥만 유지하던 액상형 전자담배의 성장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중소업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앞세워 소비자 공략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쥴이 국내 법인을 신청한데 이어 임직원을 뽑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액상형 전자담배를 제조하는 중소업체들은 쥴의 국내 출시에 맞춰 신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액상형 전자담배 줄, 올해 6월 중순 국내 제품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줄 홈페이지)
액상형 전자담배 줄, 올해 6월 중순 국내 제품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줄 홈페이지)

쥴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금지된 미국에서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제품이다. 마치 USB를 연상시키는 네모난 디자인이 특징으로, 흔히 전자담배계의 '아이폰'으로 불린다.

2015년 첫 선을 보인 쥴은 출시 3년만에 미국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 75%를 기록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쥴을 생산하는 쥴랩스의 가치는 380억달러(약 42조6000억원)로 치솟았다. 미국 내에서 쥴을 피운다는 의미에 '쥴링(juuling)'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을 정도다.

때문에 아직까지 국내 인지도가 적더라도, 출시 이후에는 상황이 반전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구체적으로 전자담배 시장이 궐련형에서 액상형으로 넘어가는 등 국내 담배 시장 생태계를 바꿀지 모른다는 추측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성공할 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들도 많다. 국내 시장은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제품들이 겨루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출시전부터 다양한 견제가 예상되고 있다. 가장 먼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팔을 걷고 나섰다. 

미연방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지난해 쥴은 미국 고등학생, 중학생 흡연률을 전년대비 각각 78%, 48% 증가시켰다. 과일향이 나는 맛과 중독성 등이 원인이었다. 전자담배 특성상 흡연시 잔여 냄새가 거의 남지 않다는 점도 흡연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

이에 지난 1월28일 류영진 식약처장은 "쥴의 한국 출시를 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소년들의 흡연을 막을 수 있는 대책 수립에도 나서겠다고 했다.

따라서 쥴이 청소년에게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광고나 마케팅 제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쥴 입장에서는 한번 알려지지도 않은 채 시들어버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액상형 전자담배가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이미 많은 흡연자들이 액상형 전자담배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액상형 전자담배가 PMI(필립모리스) 아이코스가 처음 나왔을 때처럼 혁신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과 10년 전에 액상형 전자담배가 이미 국내 시장을 한번 휩쓸고 간 적이 있었다"며 "아무리 사용 방식이 개선되거나 바뀌었어도, 사람들이 호기심을 느끼지는 않을 것 같다. 아이코스 성공 요인에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담배 본연의 맛도 문제다. 국내 흡연가들은 전자담배에서도 일반 담배와 유사한 느낌, 일명 '타격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액상형 전자담배는 타격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늘 따라 다닌다.

한 30대 회사원 A씨는 "친구를 통해 쥴을 접해 본 일이 있다"면서 "확실히 신기하긴 했지만, 기존 담배에 비해 부족하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쥴랩스측은 국내 편의점 등을 포함한 유통 채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액상형 전자담배는 일부 전자담배숍에서만 구매가 가능했는데, 이제 일반 담배처럼 쉽게 구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문제점을 보완, 새롭게 선보이는 형태이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액상과 궐련이 결합된 전자담배 릴 하이브리드(사진=KT&G)
릴 하이브리드, 액상과 궐련이 결합된 형태를 가지고 있다(사진=K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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