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19 현장을 방문한 이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5G 통신 시장의 경쟁 서막이 올랐다는 것을 말이다. 보통 세계적인 ICT 행사를 갔다 오면 여행 가방 한 가득 기술과 솔루션 홍보 자료를 가득 담아 온다. 하지만 WMC 2019에서 돌아올 때 한 손으로 쥘 수 있는 정도로 가져올 자료가 없었다.

부스 앞을 지나가도 눈을 마주치며 자사의 솔루션과 기술을 홍보하는 이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심지어 부스에 인쇄물을 비치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보통 부스를 만들 때 각종 배너를 총동원해 회사와 기술 홍보에 열을 올리는데, 밖에서 보면 도통 뭐 하는 회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문구로 꾸민 안내 배너를 내건 부스도 많았다. 궁금해 들어가 노트북 화면을 통해 설명을 듣다 관심이 가서 화면 사진을 찍으려 했다가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권희웅 대표
권희웅 대표

 

행사장을 돌면서 느낀 인상은 전시 행사 마케팅 방식이 좀 달라졌다는 것과 MWC는 사람 만나러 오는 자리이지 홍보하러 오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행사장을 둘러 보면 5G 시대의 일상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주요 통신사, 제조사, 서비스 기업은 모두 5G 관련 응용 시나리오 소개에 바빴다. 제조, 의료, 게임 등 지금까지 초고속 연결을 필요로 하는 서비스의 발목을 잡았던 통신 지연(latency) 이슈가 사라지면서 본격적으로 모든 산업과 공공 서비스 영역에서 지금까지 개념만 잡아 오던 초연결을 바탕으로 한 응용 서비스 현실화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한편 이번 행사에서 눈에 띈 것은 공항에서 내리면서부터 행사장까지 가는 길에 화웨이 광고 현수막을 끊임없이 봐야 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행사 메인 스폰서라지만 광고 물량이 상상을 초월했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가 공개한 폴더블폰이 마치 MWC 2019의 가장 큰 화제라고 느꼈겠지만,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지에서는 화웨이 폴더블폰이 광고를 통해 방문객들의 뇌리에 각인되고 있었다.

MWC 2019 행사 전경
MWC 2019 행사 전경

행사장에도 화웨이는 존재감이 컸다. 작심이라도 한 듯이 기조연설에서 미국 정부를 겨냥한 메시지를 던졌고, 행사장에서도 여러 위치에 대규모 부스를 열어 놓고 위세를 떨쳤다. 특히, 한 화웨이 부스 중 한 곳은 초대받은 이들만 입장할 수 있었는데 점심 식사도 따로 제공하는 등 뭔가 특별한 대접을 하는 분위기였다.

화웨이뿐만 아니라 행사장 곳곳에서 중국 업체들의 부스가 눈에 띄어 들어가 보고 조금 놀랐다. 이전에 중국 네트워크업체와 업무 협력을 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도 솔루션 사양에 놀란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중국 네트워크, 보안 업체들의 솔루션 사양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확실히 시장 규모가 크고, 통신사의 가입자 및 커버리지 규모가 한국과 비교가 안 되다 보니 처리량, 성능 등의 수치가 한국 장비와 비교해 자릿수에서 차이가 날 정도였다.

더 놀라운 것은 중국 업체들이 부스에 내놓은 자료였다. 중국어로 쓰인 자료를 내놓은 곳이 꽤 많았다. 심지어 화웨이 부스에서 설명하는 이들 중 몇몇은 영어가 서툴렀다. 그나마 작년보다는 중국 업체들이 부스 방문자를 위해 영어 자료를 많이 준비한 편이라고 한다. 2018년 행사에 참석한 중국 업체 부스에는 중국어 자료만 가득했다고 한다. MWC 같은 행사에 중국어 자료를 들고나오는 배짱 그리고 글로벌 기업인 화웨이가 영어가 서툰 엔지니어를 부스에 배치하는 이유 등이 궁금할 정도였다.

화웨이 그리고 여러 중국 기업들을 돌아보고 내린 결론은 중국 기업들은 해외 시장에 나가기 좋은 조건에서 성장했다는 것이다. 사실 기술과 솔루션이 좋으면 굳이 부스에 영어가 유창한 이가 있지 않아도, 영어 자료가 없어도 되지 않을까? 중국 시장은 내수 기반이 탄탄하고, 흔히 말하는 통신 기술 혁신을 단계적으로 밟아 온 것이 아니라 유선 고도화 없이 곧바로 무선 시대에서 고속 성장했다. 4G까지는 밖에 티가 많이 나지 않았지만 5G 시대가 되자 그 저력이 해외 시장까지 뻗쳐 나가는 게 눈에 보인다. 미국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화웨이를 견제하는 이유도 이해가 간다. MWC 2019에서 직접 보고 느낀 것은 화웨이만 견제 대상이 아니란 것이다. 화웨이란 큰 브랜드에 가려서 안 보일 뿐이지 그 뒤에 포진한 실력자들이 숱하게 많았다.

5G 시대 중국의 위상은 6월에 열리는 MWC 2019 상하이 행사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날 전망이다. 이 행사에는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5G, IoT, AI, 빅 데이터 등 첨단 기술 기업이 총출동한다. MWC 2019 바르셀로나와 또다른 관전 포인트는 발빠르게 첨단 기술을 실제 사회, 경제, 공공 영역에 빠르게 적용하고 있는 중국의 실전 경험이다. 초연결 시대 AI, IoT, 빅 데이터를 적용한 미래 도시의 예를 들 때 중국이 자주 언급된다. 이를 구현하는 데 참여한 업체들이 바로 5G 시대 중국의 숨은 파워가 아닐까 한다.

여담으로 행사를 쭉 둘러 보면서 내내 왜 MWC가 매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나 궁금했다. MWC는 행사장을 넘어 바르셀로나 어딜 가나 느껴지는 도시 축제 같았다. 올 행사 참관객 수는 10만이 넘었다고 하니 대규모 스포츠 행사 못지않다. 알고보니 행사가 커지면서 원래 1987년부터 2005년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리던 것이 바르셀로나로 장소를 바꾼 것이라고 한다. 바르셀로나는 세계적인 관광지다 보니 10만 이상의 참관객이 와도 수용할 수 있는 숙박, 교통 등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다. 또한,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던 구글 맵의 펀리함덕에 스페인어를 못 해도 원하는 곳을 찾아다니면서 밥 먹고 관광하는데 어려움이 전혀 없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하여튼 MWC 2019는 5G 시대 기술과 서비스뿐 아니라 중국의 급부상을 온몸으로 느낀 그런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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