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미국이 주요 동맹국을 대상으로 화웨이 5G 장비 사용을 배제해달라고 요청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안드루스 안시프 EU 집행위원회 디지털정책위원장은 오는 26일(이하, 현지시간) 이런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권고안은 회원국들을 상대로 법적 효력을 갖지는 않지만 정책방향을 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세계 각국이 5G 네트워크 구축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는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EU가 밝힐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는 그 대신 5G 네트워크 구축과 관련해 사이버 공격에 대한 더 많은 데이터를 공유해달라고 촉구하기로 했다.

EU를 사실상 이끌고 있는 독일이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지 않은 채 보안규정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미국과 갈등을 갖기도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21일 베를린에서 열린 관련 회의에서 “특정 업체(화웨이)를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체적인 기준을 만들어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했다. 독일은 지난 19일 5G를 위한 주파수 경매를 시작했다. 리처드 그리넬 주독 미국대사는 독일 당국에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적 있다.

MWC 2019 현장의 화웨이 전시관
MWC 2019 현장의 화웨이 전시관

미국와 EU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을 시작한 지 외교와 군사, 환경, 무역 등의 분야에서 갈등이 심화시키고 있다. 미국은 화웨이 장비가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악용 소지가 있는 등 보안에 문제점이 있다며 EU 등 우방국들을 상대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해왔다. 화웨이는 보안 위협에 대한 어떤 증거도 없다면서 이를 반박해왔다.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입장을 반박하는 것은 화웨이 장비 사용을 배제할 경우 5G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 대신 장비를 공급할 업체는 노키아와 에릭슨 정도다. 삼성전자의 경우 세계 시장 점유율이 10% 미만인데다가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장비 부문에서 브랜드 파워가 떨어진다.

영국 이동통신사 보다폰은 화웨이를 금지할 경우 수백만 파운드의 비용이 더 들어가고, 5G 출시 자체가 늦어질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니킬 바트라 글로벌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수석 통신연구책임자는 CNBC에 “3개 벤더(화웨이·노키아·에릭슨)에서 2개 공급자 체제로 간다면 경쟁은 줄어들고 가격은 오를 것”이라며 “미국 통신업체들은 화웨이 배제로 인해 5G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사정이 어려운 유럽의 경우 보다 저렴한 거래를 원한다”고 언급한 적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LG유플러스만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는 상태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에 대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국내 전문가를 통해 보안 관련 70여개 가이드라인 검증을 완료했다. 화웨이도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 중 유일하게 LTE 장비 국제 보안인증을 받았다. 화웨이는 5G 장비에 대해서 올해 3분기 경 보안검증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