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전 세계에서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생산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부터 반도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침체된 반도체 시장 경기에 꾸준히 쌓이는 재고를 원활하게 처리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는 두 업체가 악성 재고를 처리하고, 정상적인 시장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경쟁사의 생산량 축소 발표와 하반기 서버용 반도체 업체들의 수요 증가라는 호재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 반도체 시장이 회복을 지금 단정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삼성전자의 D램(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D램(사진=삼성전자)

유일한 D램 라이벌 ‘마이크론’, 반도체 생산량 감산 결정

전 세계 D램(DRAM)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국내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가 삼분하고 있다. 2012년 일본의 엘피다와 대만의 프로모스, 파워칩 등이 파산을 하며, D램 시장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만 살아남았다.

글로벌 반도체 전문 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DRAMeXchange)에 따르면, 2018년 4분기 전 세계 D램 매출의 96%를 이 세 회사가 점유했다. 삼성전자가 41.3%, SK하이닉스가 31.2%, 마이크론이 23.5%를 점유하며, 각각 1, 2, 3위를 기록했다.

또 다른 주요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30.4%, 마이크론 15.4%, SK하이닉스 11.2%로 각각 1, 3, 5위를 기록했다. 낸드 플래시는 2위 도시바(19.3%), 4위 웨스턴디지털(15.3%), 6위 인텔을 포함한 6개의 업체가 99.5%를 점유하고 있다.

2018년 4분기 D램(왼쪽)과 낸드 플래시(오른쪽) 시장 분석(사진=D램익스체인지)
2018년 4분기 D램(왼쪽)과 낸드 플래시(오른쪽) 시장 분석(사진=D램익스체인지)

 

하지만 최근 마이크론이 D램과 낸드플래시(NAND Flash)를 각각 5%씩 감산하겠다고 발표하며,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2월 28일 마감된 2분기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수급 불균형 해소와 재고 조정을 위해 D램과 낸드 플래시를 각각 5%씩 감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최근 105억 달러에서 95억 달러로 줄어든 시설 투자도 90억 달러(약 10조 원)까지 줄이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줄이거나, 시설 투자를 줄일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는 마이크론의 감산으로 인한 반사이익으로 국내 업체들의 실적 회복세가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D램 시장에서는 마이크론이 유일한 경쟁 업체로 플레이어가 많은 낸드 플래시 시장보다 더욱 가시적인 이익이 발생할 전망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사진=SK하이닉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사진=SK하이닉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는 22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우리는 우리의 재고 전략이 따로 있다”며, “재고도 다양하고 고객도 다르다. 정확성을 맞춰가는 차원에서 생산을 하는 것”이라고 감산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 대표는 “전망이 엇갈리지만 조심스럽게 우리는 하반기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며, 하반기 회복을 전망했다.

“하반기 서버용 메모리 수요 증가할 것”…모바일·PC도 긍정적

21일 신한금융투자 최도연 연구원은 2019년 3분기부터 서버 수요가 재개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2분기에 재고 소진이 일어날 것을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3분기부터 대형 IDC(Internet Data Center, 인터넷 데이터 센터) 업체들로부터 서버 D램 주문 재개에 대한 정황이 포착된다”며, “D램 업황은 2분기 모바일 D램의 기저효과, 3분기 서버 D램 대규모 주문 재개 등으로 본격 턴어라운드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서버용 D램은 2016년 하반기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이어진 2년간의 반도체 슈퍼 사이클(초호황)에서 큰 역할을 했다. 당시 구글과 페이스북 등 거대 IT업체들은 대규모 데이터 센터 구축을 위해 고성능 D램과 낸드 플래시 등 메모리 제품을 대량 구매했다. 그 결과 2016년 1분기 전체 D램 시장의 20%였던 서버용 제품의 점유율은 2018년 25%까지 증가했다.

(사진=가트너, IBK투자증권)
(사진=가트너, IBK투자증권)

서버용 반도체의 증가 외에도 업계 전문가들은 ▲2019년 하반기 고사양 모바일 게임의 출시로 인한 스마트폰 메모리 증가 ▲CPU 공급부족 해소로 인한 PC 수요의 회복 등의 호재로 D램 시장이 불황을 벗어날 것으로 분석한다.

먼저, 리니지2M, 세븐나이츠2, 트라하 등의 대작 게임들이 출시되며, D램 권장 사양이 높아질 예정이다. 이에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은 “2018년 모바일 D램의 평균 탑재량은 3.2GB”라며, “스마트폰 내 DRAM 평균 탑재량 증가율은 2017년 12%, 2018년 18%에서 2019년에는 23%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또한, 2018년 일어난 인텔 CPU의 공급부족 현상이 하반기 10나노 공정의 인텔 CPU 출시로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CPU 공급의 증가는 곧 PC의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며, PC나 노트북에 들어가는 D램과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는 하반기 회복이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1년 째 진행되면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싱크탱크 로디움 그룹과 미국 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이 길어지면 ICT와 반도체, 전자 등 첨단 기술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무역전쟁으로 인해 관세가 도입된 5년 후 반도체, 노트북, 칩 등 ICT 제품 수출량이 20% 급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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